[골프한국] 아마추어 골퍼들은 자신의 스윙이 얼마나 훌륭한지, 얼마나 엉망인지 모른다.
주말에 골프연습장에 가보면 모두가 연습에 몰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연습에 몰두하는 사람들의 90% 정도는 오로지 자신만의 연습에 몰두한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자신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방법으로 한눈팔지 않고 볼을 쳐내는데 열중한다. 겨우 5% 이내의 사람들만이 자신의 스윙 동작을 점검하며, 고수의 스윙을 유심히 지켜보며 자신에게 무엇이 문제인지 찾아가며 올바른 스윙을 익히기 위해 땀을 흘린다.

며칠 전 골프연습장에 나갔다가 오른 손을 다쳐 두 달 가까이 골프연습을 할 수 없었던 지인을 만났다. 동네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귀가 중 넘어지는 바람에 오른 손목 골절상을 입은 그는 구력 30년에 가까운 골프광이다.
그렇다고 기량이 아주 탁월한 것은 아니고 골프의 매력 자체에 빠져 골프를 즐기는 전형적인 아마추어 골프애호가다. 스코어에 별 신경을 안 쓰고 골프코스를 거닐며 동반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자연을 완상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 스타일이다. 특히 라운드를 끝내고 갖는 뒤풀이 자리에서 술잔을 주고받는 데 최상의 행복을 느끼는 듯하다.

하도 손이 근질근질해 가볍게 연습을 해볼까 생각하고 연습장에 나와 봤다는 그는 잠시 쉬고 있는 내게 다가와 입을 열었다.
“모두들 열심히 연습에 몰두하는데 사실 자신도 모르는 괴물을 키우고 있어요.”
처음엔 말뜻을 알아듣지 못했다.
자신이 말한 뜻이 정확히 전달된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은 그는 부연설명을 했다.
“자기 딴에는 옳은 스윙을 익힌다고 기를 쓰는데 실은 대부분 괴물을 키우고 있다니까요. 저도 참 열심히 연습했는데 지나고 보니 괴물을 키웠지 뭡니까. 이젠 별 수 없지요. 괴물 하고 같이 사는 수밖에….”
그제서야 나는 그의 말을 알아들었다.

“그동안 참 열심히 골프 연습을 했는데 지나놓고 보니 내 속에 괴물을 키우고 있었던 것 아닙니까? 그때는 몰랐지요. 열심히 골프채를 휘두르는 데만 집중했지 제대로 휘두르는지는 신경 쓰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면서 그는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그의 시선을 따라 가보니 볼을 자동으로 매트 위에 놓아주는 ‘캐디마스터’를 차지한 모두가 주위엔 아랑곳없이 기계가 놓아주는 볼을 쳐내는 데만 열중하고 있었다. 물론 제각각의 스윙 자세로 쉼 없이 골프채를 휘둘러대고 있었다.

“혹시 자신이 괴물을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만 가져도 골프가 달라질 텐데 그때는 몰랐어요.”
회한이 묻어나는 그의 한 마디는 내 머리를 때렸다.
나 역시 지금의 스윙을 익히기 전까지 얼마나 독불장군 식으로, 주위의 충고를 무시하고, 제멋대로의 샷을 익히는데 열중했던가.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은 골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처음 골프채를 잡아 레슨프로로부터 걸음마를 배울 때는 시키는 대로 하다가도 얼마 못가 독자행보를 선택해 자신만의 연습에 몰두하는 게 대다수 골퍼들의 습성이다.
머리로 이해한 것만 믿고 내 몸이 따르지 못한다는 사실은 모른 채 자기만의 연습에 몰입한다. 필드에서 보게 되는 동반자들의 괴이한 스윙은 바로 이 과정에서 태어나 주인님이 흘린 땀을 먹고 무럭무럭 자란 괴물인 것이다.
골프연습장에서 땀을 흘리는 사람들 대부분이 지금 괴물을 키우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자신만 모를 뿐 옆 사람이 보면 온전하지 못하는 정도를 지나 괴상해 뵈는 스윙을 익히는데 온 정성을 기우리고 있다는 말이다.

혹시 나는 어떨까.
주변에 눈을 돌려 정말 내가 배우고 익혀야 할 스윙을 찾는 노력을 소홀히 하지 말자. ‘이젠 내가 알아서 하지 뭐.’하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내 속에서 괴물이 자라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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