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막을 내린 LPGA투어 KIA클래식에서 시즌 첫 우승을 차지한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9)와 그와 함께 우승 경쟁을 펼친 선수들의 플레이는 해답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사진은 2015년10월15일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의 모습이다. ⓒ골프한국
[골프한국] 세계 각국에서 모인 내로라는 정상급 선수들이 LPGA투어에서 우승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지만 우승의 대부분은 랭킹 상위 10%의 몫이다. 가끔 의외의 선수가 깜짝 우승을 하는 예외적인 경우가 없지 않지만 우승은 우승을 자주 해본 선수들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객관적으로 기량이 비슷한 선수들 사이에서도 ‘부익부 빈익빈’현상은 존재한다. 어떤 선수는 쉬엄쉬엄 치는 것 같은데 쉽게 우승을 하고 또 어떤 선수는 전혀 눈에 띄지 않다가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어 다른 선수들이 다투든 우승을 낚아채기도 한다. 또 어떤 선수는 첫 라운드부터 기세 좋게 선두로 치고 나섰다가 뒷심을 잃어 맥없이 주저앉는가 하면 어떤 선수는 거의 손에 쥔 우승 기회를 막판에 허무하게 날려버리기도 한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그동안 우승을 자주 하는 선수들, 우승을 눈앞에 두고 기회를 놓친 선수들,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되다가 별똥별처럼 사라지는 선수들의 경우를 생각하며 원인과 이유를 찾아봤다. 특히 지난 28일 막을 내린 LPGA투어 KIA클래식에서 시즌 첫 우승을 차지한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9)와 그와 함께 우승 경쟁을 펼친 선수들의 플레이는 해답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우승을 자주 하는 ‘강자들의 조건’은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거의 주관적인 판단이기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참고는 되리라 여겨진다.
첫째로 꼽고 싶은 것이 기복 없는 플레이다. 널뛰는 플레이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출렁이더라도 진폭이 크지 않고 상승과 추락의 곡선이 비교적 완만하다. 기복 없는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는 잘 나갈 때 먹이에 접근하는 맹수처럼 조심하고 안 풀릴 때도 무리하거나 억지를 부리지 않는다. 
KIA클래식 1라운드에서 68타, 2라운드 67타, 3라운드 67타, 4라운드 67타를 적어낸 리디아 고의 스코어카드는 기복 없는 플레이의 전형을 보여준다. 1라운드 67타, 2라운드 68타로 선두 경쟁을 벌이던 브리타니 랭이 3라운드 70타, 4라운드 74타로 공동 10위로 밀려난 것을 보면 브리타니 랭이 자주 위협을 주면서도 왜 우승을 못하는지 이유를 알 것 같다. 2라운드에 8언더파를 몰아치며 선두로 나섰던 신지은(24)이 나머지 두 라운드에서 1타밖에 줄이지 못한 것도 아쉽다.

이번 대회에 초청선수로 참가한 박성현(23)은 1라운드 71타, 2라운드 66타, 3라운드 68타라는 준수한 스코어로 선두 리디아 고에 3타 뒤졌다가 마지막 라운드에서 한 타도 줄이지 못하면서 공동4위로 주저앉았다. 3라운드 12~16번 홀까지 다섯 홀 연속 버디를 잡는 등 버디를 7개나 건진 박성현이 17번 파5홀에서 티샷 실수로 더블보기를 범한 것이 끝내 발목을 잡았다. 자신 있는 비거리로 의욕이 지나쳤던 데다 이번 기회에 LPGA투어 직행티켓을 따야겠다는 생각이 기복 없는 플레이를 방해했던 게 아닐까 생각된다.

두 번째는 비상 브레이크다. 너무 잘 나가거나 정신없이 추락할 때 정신줄을 놓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비상 브레이크를 내부에 갖는 것이다. 너무 잘 나가면 흥분한 나머지 자칫 벼랑으로 내닫는 것을 모를 수 있다. 이때 과속을 막기 위해 비상 브레이크가 필요한 것이다. 추락할 때도 적당히 브레이크를 잡을 수 있다면 재기가 불가능한 치명적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집중할 때와 즐길 때를 아는 능력이다. 골프는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운동이지만 라운드 내내 집중할 수는 없다. 군에서 보초를 서본 사람은 실감하겠지만 아무리 위험한 전방이라 해도 초소에서 30분 이상 집중할 수 없다. 처음엔 긴장하며 온 신경을 쏟지만 30분 정도 지나면 졸음도 오고 감각도 무디어져 집중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샷을 날리기 직전 상황을 판단하고 결단을 내리고 샷을 하는 순간에는 고도의 집중을 요하지만 그 나머지 시간은 게임을 즐기며 스트레스나 긴장을 푸는 것이 현명한 자세다.
리디아 고의 경우 샷을 하기 직전 고작 1~2분 고심하고 집중하지만 샷을 날리고 나면 캐디나 동반자와 농담도 주고받는가 하면 가벼운 춤동작도 보여준다. 집중에 따른 긴장이나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인 것이다.

네 번째 덕목은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이다. 누구나 버디나 이글을 원하지만 원하는 대로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간신히 파로 세이브 하는 것이 급선무일 때도 있고 보기를 해도 감지득지 해야 할 경우도 있다.
3라운드까지 2위 그룹에 3타 앞선 단독선두로 나선 리디아 고는 파4 10번 홀에서 버디 퍼팅을 하다 투 터치가 되는 바람에 위기를 맞았으나 서두르지 않고 보기 퍼팅을 성공시켜 박인비의 맹추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자신에게 적당한 기회가 올 때까지 조급해하지 말고 기다릴 줄 알아야 실수를 피하고 기회를 살릴 수 있다.

다섯 번째는 추격의 에너지를 비축해두는 것이다. 기복이 심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들이 자주 저지르는 실수가 잘 나갈 때 혹은 지독히 안 될 때 에너지를 소진해버리는 일이다.
씨름선수가 항상 최고의 에너지를 쏟아낼 수는 없다. 일합을 겨루었다가 탐색전을 펼치며 에너지를 비축해두었다고 숨이 고르고 힘이 모아졌다고 생각될 때 폭발하듯 힘을 써야 한다.
3~4 라운드를 치러야 할 선수로선 에너지의 배분은 기본이다. 1~2 라운드에서 너무 느낌이 좋아 진을 빼버리면 나머지 라운드에서 치고 나갈 에너지가 바닥난다. 선두그룹과 거리가 있다 해도 4라운드까지 끌고 나갈 에너지가 있다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다 비축해둔 에너지를 사용하면 승리에 다가갈 수 있다.

주말골퍼들이 전반에 잘 나가다가도 후반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은 것은 에너지를 고루 배분하지 못하고 소진해버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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