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23·미래에셋)이 2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와일드파이어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JTBC 파운더스컵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은 2013년9월8일 한화금융 클래식에서의 모습이다. ⓒ골프한국
[골프한국] 기러기, 청둥오리, 고니, 두루미 등 철새들은 한번 비행을 시작하면 수천 km를 쉬지 않고 날아간다. 날개 길이가 가장 길다는 앨바트로스는 먹이를 찾아 대양을 횡단하고 제비갈매기는 남극과 북극을 오가며 산다. 겨울철 금강 하구둑이나 서산 천수만 일대, 철원 비무장지대, 낙동강 을숙도를 찾는 가창오리, 고니, 청둥오리 등은 시베리아에서 4~5천km를 날아온다. 

철새들이 이렇게 먼 거리를 날아갈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많은 조류 생태학자들의 연구 결과 철새들이 먼 거리를 쉼 없이 비행할 수 있는 것은 내부의 에너지는 물론 외부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철새들은 장거리 비행 전에 연료로 쓸 지방을 체내에 축적한다고 한다. 어떤 새는 몸무게의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지방을 축적하기도 하는데 이 지방은 장거리비행에 필요한 날개 짓을 하는데 연료가 되는 셈이다. 무게가 늘어나면 비행이 힘들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다고 한다. 기류를 타기 때문이다.

아무리 날개근육이 발달해 있다 해도 수천 km를 날개 짓만으로 비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처음 비상할 때 에너지를 조금 쓰고 일단 상승 기류를 타고 나면 기류에 몸을 맡기고 최소한의 에너지를 사용하며 비행하는 것이다. 철새들은 에너지 절약을 위해 사선 형태나 V자 형태로 편대를 지어 비행하는데 이 또한 에너지 절약을 위한 것이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에서 이동하는 철새들을 따라다니며 실험해본 결과 V자 편대로 비행하는 철새들이 홀로 날아가는 새들에 비해 10% 이상, 많게는 30% 가까이 에너지를 덜 소모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대형의 뒤에 따라가는 새들일수록 날개 짓의 횟수나 심장 박동수가 낮아서 힘이 덜 드는데, 이 역시 대형의 앞에서 날아가는 새들이 일으키는 상승기류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베리아의 추위를 피해 인도로 날아온 두루미들은 봄이 되면 히말라야 남쪽 언저리에서 비행연습을 하다 강한 상승기류가 나타나면 일제히 날아올라 험난한 히말라야산맥을 넘는다. 나비나 잠자리도 상승기류를 타고 수천 km를 이동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8~2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와일드파이어 골프코스에서 열린 LPGA투어 JTBC 파운더스컵 대회에서 발군의 실력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린 김세영(23)은 강한 상승기류에 몸을 맡긴 한 마리 철새였다.

LPGA의 내로라는 스타들도, 애리조나 사막의 열기도 거센 상승기류를 탄 김세영을 막을 수 없었다. 특히 마지막 라운드에서 그의 플레이는 신들린 듯했다. 보기 없이 이글 1개와 버디 8개로 10언더파 62타를 기록, 1 라운드에서 이미향(23)이 세운 코스레코드를 재현했다.
4라운드 합계 27언더파 261타라는 기록은 2013년 스테이시 루이스가 세운 대회 최저타인  23언더파 265타를 4타나 줄인 것임은 물론 2001년 스탠더드 레지스터 핑 대회에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세운 LPGA투어 사상 72홀 최저타인 27언더파와 타이다.
63-66-70-62 라는 라운드별 스코어를 보면 그의 비행이 얼마나 힘차고 일관되었는지 알 수 있다. 첫 라운드에서 코스레코드를 세운 이미향은 상승기류를 놓쳐 공동 13위에 만족해야 했고 2, 3라운드에서 브리타니 랭(미국·30)과 함께 치열한 선두경쟁을 벌이며 7년만의 우승을 눈앞에 두었던 지은희(29)도 마지막 라운드에서 힘을 잃어 공동 4위로 밀려났다. 2008년 웨그먼스챔피언십, 2009년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 이후 우승을 갈망하며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온 지은희에겐 아쉬운 대회로 남을 것 같다.

대회 때마다 참가하는 선수들을 면면을 보면 어떤 기가 느껴진다. 뭔가 일을 낼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우승은 갈망하지만 의지가 보이지 않고 체념이 느껴지는 선수가 있다. 자신감과 긍정의 마인드를 발산하는 선수, 쑥스러워 하고 드러나길 두려워하는 선수, 기회가 왔을 때 확실히 잡아채겠다고 눈을 번득이는 선수, 좋은 기회가 왔는데도 잡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 선수, 시합을 즐기는 선수, 시합에 끌려 다니며 고통스러워하는 선수 등 선수들마다 다양한 분위기와 기운을 느낄 수 있다.

크게 대별하면 이기는 기운과 지는 기운이다. 기류에 비유하면 상승기류와 하강기류다.
이번에 우승한 김세영을 비롯해 리디아 고, 장하나, 김효주, 박인비, 전인지, 신지애, 이보미, 안선주 등에게선 실현 여부에 관계없이 강한 상승기류가 느껴진다. 스스로 그런 분위기를 기류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승리를 챙길 기회가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좋은 기량과 신체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우승이 뜸한 선수들, 예를 들면 이번에 우승기회를 놓쳐버린 지은희 외에 이미림, 최나연, 유소연, 양희영, 백규정, 미셸 위 등은 남이 부러워할 조건을 갖추고 있는데도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르게 약한 기류나 난기류가 느껴진다.

철새들이 장거리 비행을 할 수 있는 것은 힘찬 날개와 함께 내부와 외부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줄 알기 때문이듯 골프선수들 역시 기초체력, 기량과 함께 상황에 맞춰 자신에게서 발산하는 기운을 긍정적 역동적으로 강화시키는 지혜와 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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