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한국] 흔히들 골프를 멘탈 게임이라고 한다. 골프를 잘 하기 위해선 기술적인 측면 못지않게 정신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골프황제 잭 니클러스가 설파한 ‘골프에서 승리를 좌우하는 것은 기술 20%, 정신력 80%’라는 말은 사실은 골프의 발상지 스코틀랜드에선 속담 차원의 골프상식으로 통한다. 그래서 골프깨나 한다는 사람은 모두 이 말을 신앙처럼 받들며 ‘80%의 정신력’를 갖추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타이거 우즈 같은 골프천재는 물론 미국 PGA의 톱클래스 선수들 대부분이 전속 심리치료사를 두거나 주기적으로 전문가를 찾아 멘탈 트레이닝을 받는 것을 보며 일반 아마추어 골퍼들은 정신력이 거의 골프를 지배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맞는 얘기다. 그러나 지당한 이 논리가 아마추어 골퍼들에겐 마약 같은 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기술 20%, 정신력 80%’라는 논리는 골프의 기능을 거의 마스터했다고 자부하는 프로선수들이나 로우 핸디캡 아마추어골퍼들에게나 통하는 얘기다.
잔디 위의 골프 볼은 결코 머리나 마음, 정신이 날려 보낼 수 없다. 잘 버티고 선 다리와 탄탄한 허리, 큰 호를 그리며 빠르게 회전하는 팔과 어깨, 그리고 팔과 일체가 된 클럽만이 볼을 날려 보낸다. 볼을 날려 보내는 메커니즘에 대한 완전한 이해와 이를 현장에서 익숙하게 재현할 수 있도록 하는 연습은 골프채를 잡은 사람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많은 골퍼들이 ‘기술 20%, 정신력 80%’의 주술에 걸려 기능 연마를 도외시한 채 섣부른 정신력으로 어떻게 골프를 요리해보려고 덤벼드는 실수를 범한다.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지나치게 정신의 영향력을 의식한 나머지 ‘까탈스럽고 종잡을 수 없는’ 마음에 휘둘려 골프를 망친다.
PGA선수들처럼 기량이 엇비슷한 수준일 때 정신력은 승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때 승리를 쟁취하는 정신력은 한여름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는 갈등과 마찰, 분노와 좌절, 자만과 낙담 등 온갖 감정의 회오리에 일일이 대응하는 정신력이 아니라, 감정이라는 존재 자체를 아예 무시하고 외면하는 정신력을 말한다.

기계적으로 육체를 움직이는 사람에게 갈등이나 잡념이 있을 수 없다. 격투기나 축구 배구 농구 등 기계적 감각적 동작을 요구하는 스포츠는 잡념이 끼어들 틈이 없다.
그러나 골프는 틈이 너무 많다. 그림으로 말하면 동양화다. 4시간 남짓 걸리는 한 라운드에서 정작 스윙하는 시간은 5분을 넘지 않는다. 나머지는 빈틈이다. 이 빈틈에 온갖 잡념과 망상이 피어올라 내 몸이 훈련한 대로 자연스런 동작을 재현하는 것을 방해한다.
보통 사람들에게 골프가 어려운 것은 이 빈틈을 다스리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육체적 기능적 훈련을 제대로 한 사람들은 감정이 끼어들 틈을 주지 않고 루틴에 따라 자기 페이스를 지켜나간다.
육체적 기능적 훈련을 게을리 한 사람들은 이런 일정한 루틴이 없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온갖 감정의 회오리에 휘말리게 되고 이 감정을 휘어잡겠다고 별 효험도 없는 정신력을 동원하지만 선사가 아닌 이상 무념의 경지란 발도 들여놓을 수 없는 곳이다.

프로골퍼들처럼 기량이 엇비슷한 경우 정신력이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기량연마가 일정 수준에 이르지 못한 사람이 정신력 운운 하다간 평생 골프노이로제로 고생하기 십상이다.
골프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일은 중차대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마음 다스리는 일에 집착하다간 육체의 무심한 동작을 방해한다.  
정신력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 정신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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