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24·비씨카드)가 7일(한국시간) 끝난 코츠 챔피언십에서 LPGA 투어 데뷔 첫 우승을 확정한 뒤 선보인 세리머니가 화제가 됐다. 사진은 2015년10월15일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의 모습이다. ⓒ골프한국
[골프한국] 2016년 LPGA투어 시즌 개막전(퓨어실크 바하마 LPGA클래식)에서 김효주(21)가 우승한데 이어 두 번째 대회인 코츠 골프챔피언십에서 장하나(24)가 우승하면서 도도한 여자 한류골프의 격류를 강조하는 것은 식상해져버렸다.

지난해 LPGA투어 31개 대회 중 한국 국적의 선수들이 차지한 우승이 15회로 거의 절반에 가까웠고 교포선수들의 우승(6회)을 포함하면 21승으로 우승 점유율이 67%를 넘었다. 이 정도면 한국국적 선수와 교포선수들에 의해 LPGA가 점령당한 것이나 다름없다. LPGA가 출범한 이래 미국 이외의 국가 출신 선수들이 이렇게 우승을 독점하다시피 한 경우는 일찍이 없었다.

초반 두 개 대회의 우승컵을 태극낭자가 차지한 것만 보고 성급하게 올해 LPGA투어도 지난해의 재판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아니다. 두 개 대회 우승 경쟁에서 이미 LPGA투어에 뿌리를 내린 태극낭자들은 물론 새로 LPGA투어에 진출한 신인 태극낭자들, 그리고 교포선수들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회마다 태극낭자들이 선두권에 나서고 태극낭자들끼리 우승경쟁을 벌이는 사건이 비일비재할 것이란 전망이 충분히 가능했다.
특히 지난해 김세영(23)의 화려한 LPGA투어 데뷔에 이어 인상적인 플레이에도 불구하고 준우승 4회에 머물렀던 장하나의 첫 우승은 승수뿐만 아니라 LPGA의 품격과 흥행까지 태극낭자들이 좌지우지할 것이란 예측을 하게 했다.
 
장하나의 LPGA투어 데뷔와 첫 우승은 LPGA투어로선 역대급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우승을 거두지 못했음에도 장하나의 저돌적인 플레이와 화끈하고 에너지 넘치는 제스처에 반했던 미국의 골프팬, 아니 세계의 골프팬들은 코츠 골프챔피언십에서 드러난 장하나의 매력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없었다.
개막전인 바하마 클래식 파4 8번 홀에서 LPGA투어 사상 첫 알바트로스를 한 뒤 장하나가 보인 퍼모먼스는 갤러리나 TV 중계화면을 지켜보던 골프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싱글벙글 하며 춤추듯 홀에 올라선 장하나는 홀컵 앞에서 한국식 큰절을 한 뒤 홀컵 속의 볼을 주웠다. LPGA투어 최초의 알바트로스보다는 LPGA투어에선 본적이 없는 이 세리머니로 장하나는 순식간의 화제의 인물이 되었고 LPGA 공식 홈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이런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이번엔 극적인 우승 세리머니를 선보여 골프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세계의 골프채널을 장식하고 있다. 장하나는 코츠 골프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2위(캐나다의 브룩 헨더슨)와의 타수를 2타로 벌이며 우승을 확정한 뒤 LPGA투어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에 충분한 명 세리머니를 작렬시켰다.
퍼터를 든 두 팔을 하늘로 치켜든 뒤 오른손으로 퍼터를 한 바퀴 회전시켜 겨드랑이에 밀착시키고 왼손 팔꿈치로 강력한 타격을 가하는 자세를 보여주었다. 언론들이‘검객 세리머니’로 이름 붙었으나 태권도의 팔꿈치 가격이 가미된 창조적인 세리머니였다.

이 순간을 본 갤러리와 시청자들은 골프선수의 우승 세리머니가 이렇게 극적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장하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우연히 유튜브를 보다가 일본 선수가 검객을 연상케 하는 제스처를 하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털어놨지만 사실 검객 세리머니의 원조는 60년대 PGA투어를 풍미한 후안 안토니오 치치 로드리게스다.
푸에르토리코에서 태어나 벤 호건, 샘 스니드, 잭 니클라우스 등과 함께 활약하며 PGA투어 8승, PGA 시니어투어에서 무려 22승을 거둔 치치 로드리게스는 어려운 퍼팅을 성공시킨 뒤 퍼터 헤드 부분을 잡고 샤프트를 칼처럼 휘두른 뒤 칼집에 넣는 펜싱 세리머니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그렇잖아도 장하나에겐 ‘긍정과 역동의 바이러스’가 물씬하다. 국내에서도 화려하고 과감한 제스처, 파이팅 넘치는 저돌적인 플레이, 그러면서도 얼굴에선 항상 웃음을 발산해온 장하나는 LPGA에 진출한 뒤 이런 개성이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샷을 날린 뒤 필드를 걷는 그의 모습은 마치 적장과 일합을 겨루기 위해 나가는 것처럼 당당하고 패기 넘치고 위기와 맞닥뜨려도 우물쭈물 하지 않고 과감하게 정공법을 택하곤 한다. 이런 모습이 갤러리나 시청자들에겐 긍정과 역동의 바이러스를 전파한다.

이번 대회에서도 번번이 짧은 퍼팅을 실패한 뒤 절망과 비탄에 빠질 만도 한데 쓰윽 멋쩍은 미소로 흘려보내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음 샷을 준비하는 자세, 언제나 무소처럼 쿵쿵 거리는 걸음걸이로 필드를 걷는 모습을 보였다. 우승권에서 밀려나는 듯한 장하나가 다시 치고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무소의 역동성과 샘솟는 긍정의 미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장하나와 함께 드라마틱한 플레이의 김세영, 구도자처럼 플레이 하는 박인비, 승리의 스트레스는 모르는 양 즐거움 가득 플레이하는 리디아 고, 요조숙녀처럼 플레이하는 전인지, 품위를 물씬 풍기는 유소연 등 다양한 개성과 표정, 제스처로 무장한 태극낭자들이 LPGA투어의 품격과 재미를 한층 높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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