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스페인 영화 디렉터 칼로스 사우라 쇼에서 스페인 플라멩코를 추는 여성 댄서(오른쪽)의 모습이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TV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스페인 여행프로그램을 만났다. 한 여행가가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을 여행하면서 플라멩코에 매료되어 플라멩코를 추는 광장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었다. 

영혼을 발산하는 듯한 격정적인 플라멩코를 춘 한 남자에게 여행가가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그런 춤을 출 수 있는가. 당신의 춤을 지켜보면서 넋을 잃었다. 춤을 추면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
얼굴의 잔주름으로 미뤄 50은 넘어 보이는 사나이는 여행가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나는 플라멩코를 출 때 가장 행복하다. 전문 무용가가 아니지만 일주일에 몇 번 광장에 나와 플라멩코를 추고 나면 스트레스가 날아가고 활력과 행복감이 충만하다. 나는 플라멩코를 출 때마다 내 생애 마지막 춤이라고 생각하며 내 모든 것을 쏟는다.”
막힘없이 이런 말을 내뱉는 사나이의 얼굴은 그렇게 진지해보일 수 없었다. 그의 눈빛에서 신비주의자나 구도자의 그 무엇이 전해지는 듯했다. 특히 ‘생애 마지막 춤이라고 생각하며 플라멩코를 춘다’는 말은 나를 감동시켰다.
 
탱고 살사 파소도블과 함께 스페인의 대표적 민속음악인 플라멩코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역을 대변하는 문화다. 스페인 원주민인 이베로족 외에 3000년 전부터 페니키아, 그리스, 유대, 라틴, 아랍, 집시 등 여러 민족이 혼재한 가운데 만들어진 플레멩코는 그 어느 민속음악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요소들로 수많은 작곡가나 무용가의 영혼을 사로잡아왔다.

플라멩코는 기타 음악과 즉흥적인 춤과 칸테(노래)로 이뤄지는데 구두소리, 손뼉 치는 소리, 손가락 튕기는 소리, 캐스터네츠를 수반하며 관중의 추임새인 할레오가 뒤섞여 열광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집시들은 이 춤이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추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자신의 심경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보통 기타 음악과 즉흥 춤을 수반하는 칸테(노래)로 구성되는데 심오하고 장중한 플라멩코는 비장감을 동반하며 죽음·번뇌·종교 등이 소재가 된다. 중간조의 플라멩코는 덜 심오하나 음악에 동양적 색조가 가미되는 경우가 많다. 경쾌한 플라멩코는 사랑·시골·즐거움이 주 소재이다.
 
나는 플라멩코를 추는 사람의 눈빛과 표정 속에서 골프에서 그렇게 필요로 하는 고도의 집중력과 몰입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전성기 때의 타이거 우즈를 비롯해 PGA투어의 톱 클래스 골퍼들, 박인비나 리디아 고 등 세계 여자골프계를 지배하는 태극낭자들이 라운드 하는 모습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것을 플라멩코를 추는 길거리 아마추어 무용가에게서 읽을 수 있었다.

생애 마지막 춤을 추는 감정으로 플라멩코를 추듯, 우리도 처음이자 마지막인 샷을 날리듯 골프를 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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