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한국] 80대 전후를 치는 P는 모처럼 흥분을 숨길 수 없었다. 그렇게도 갖고 싶어 하던 골프클럽을 장만했기 때문이다. 

10년 가까이 같은 채를 사용해온 그는 그동안 자신의 클럽에 대해 꽤 깊은 신뢰감을 갖고 있었으나 몇 달 새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나이 탓인지는 몰라도 거리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맞아나가는 느낌도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나둘 최신 클럽으로 무장하고 나타나는 동반자들의 의기양양한 모습이 자신의 클럽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데 한몫 했다.  

속으로 이제 채를 개비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이미 손을 떠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거의 한 달간 좋다고 소문난 유명 골프채를 점검, 시타도 해보고 나서 평소 마음속에 점찍어 둔 일제 골프채를 장만했다.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사용해보니 기가 막혔다. 확실히 거리도 더 나가고 방향성도 뛰어났다. 평소 골프채 메이커의 광고를 흘려들었던 그도 이번만은 믿음이 확고해졌다. 
라운드 약속을 한 뒤 뛰는 가슴을 달래며 연습장에서 새 채를 익힌 뒤 필드에 나선 그는 기대로 부풀었다. 평소 부러워했던 채인데다가 연습장에서도 잘 맞으니 실전에서의 기대가 클 것은 당연했다. 오늘부터 이 클럽을 분신이자 반려로 삼겠다고 다짐까지 했다.

그러나 그날 라운드는 기대에서 크게 벗어났다. 간혹 좋은 느낌을 받았으나 전반적으로 뜻대로 되지 않았다. 기대가 컸던 탓에 실망도 컸다.
대등한 플레이를 해온 동반자들은 P가 새 클럽을 갖고 나와 고전하자 한 마디씩 했다.
“죽여준다던 채가 왜 그래?”
“혹시 짝퉁 산 것 아니야?”
P는 간신히 폭발은 면한 상태로 라운드를 마쳤다. 그리고 옛날 채와 새 채 사이에서 어디에 마음을 주어야 할 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한 동반자가 그의 심정을 짐작한 듯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무리 좋은 채라도 내 손때가 묻지 않으면 믿을 게 못 돼요. 이제 갓 1주일 정도 만져본 것인데 손에 익을 리가 없지요. 실망하실 것 없어요. 볼의 구질을 보면 채는 나무랄 데가 없어요. 남은 과제는 하루빨리 새 채와 친밀해지는 것이지요. 그냥 갖다 대기만 하면 날아가는 그런 채는 없어요.”

동반자의 말을 듣자 마음이 어느 정도 진정되는 듯했다. 그리고 전에 쓰던 채를 손에 익히는 데 1년 가까운 시일이 걸렸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겨우 1주일 정도 연습장에서 사용해보고 마음먹은 대로 샷을 날리겠다는 것은 도둑 심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골프는 철저한 친밀도의 게임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이왕 새 채를 장막했으면 아무런 의심 없이 새 채에 믿음을 주고 손에 익히는 방법 외에 비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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