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한국] 하도 골프를 사랑하다 보니 골프와 관련된 꿈을 많이 꾸는 편이다. 한 달에도 대여섯 번 골프 관련 꿈을 꾸는데 이상한 것은 한 번도 제대로 라운드를 해본 적이 없다는 점이다.

고대해온 라운드 약속 당일 아침 골프백을 챙기다 꼭 필요한 뭔가가 없어져 그걸 찾느라 온 집안을 뒤지다 약속 시간을 넘기는가 하면 골프장에 도착해서도 볼 장갑 퍼터 티 등을 찾느라 티업 시간을 놓쳐 라운드를 도는데 실패한다. 어떤 때는 티를 꽂다가 볼이 티 위에 제대로 놓아지질 않아 티를 고르고 지면을 고르느라 시간을 다 허비하는 경우도 있다. 용케 티오프에 성공해도 페어웨이에 떨어진 볼을 찾는데 실패해 다음 홀로 넘어가지 못하고 헤매다 꿈을 깨기도 한다.

이 정도는 그래도 다행이다. 골프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좌절을 맛보는 경우가 허다했다. 골프백을 차에 실으려고 잠깐 차 뒤에 세워 두었다가 골프백이 사라지는 바람에 지하주차장과 집을 오가며 헤매는가 하면 골프장으로 가는 도중에 식사를 하고 나서 골프백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낯선 거리를 들쑤시다 지쳐 깨어난 적도 있다. 골프장에 도착해 분명 내 손으로 골프채를 내려놓았는데 캐디가 골프채를 찾을 수 없다고 해 골프장 곳곳을 헤맨 적도 있다.

그러고 보니 골프와 관련된 꿈은 한 번도 좋은 꿈이 없었고 늘 불완전하고 불쾌하고 미완성이었던 것 같다.   
최근엔 그야말로 악몽 같은 꿈을 꾸었다.
골프백을 차에 싣고 정비업체에 차를 맡겨두고 돌아와 보니 골프백이 사라졌다. 당일 중요한 라운드 약속이 있었고 연이어 결코 빠질 수 없는 약속이 줄을 이은 상태였다. 물론 정비업체 직원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뗐고 나는 근처 골프샵을 돌며 중고채가 들어왔는지 부랴부랴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중에 의심이 가는 정비업체 직원을 찾아냈으나 골프채는 이미 다른 사람 손으로 넘어가고 그 값으로 술을 마셨다고 한다.

10년도 전에 산 채라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니었으나 워낙 손때가 묻은 것이라 내 육신의 일부처럼 여겨온 채라 꼭 찾고야 말겠다는 일념이었다. 범인을 다그쳐 골프채를 넘겨받은 사람을 수소문해 찾았더니 다름 아닌 초등학교 동창이 아닌가. 그 동창은 넘겨받은 골프채를 또 다른 중고 골프상에 넘겼다고 실토했다.
“야, 골프채에 이렇게 내 명패가 붙어 있을 텐데 내 것인 줄 모르고 또 팔아넘기는 게 말이 되느냐? 돈이 문제가 아니라 십년 이상 내 손때가 묻었고 거의 내 분신이나 다름없는 것이니 꼭 도로 찾아야 한다.” 매달리다 꿈을 깼다.
얼굴과 등에 식은땀이 나 있었다. 방금 전 상황이 꿈이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왜 골프와 관련된 꿈은 늘 이 모양일까 생각해봤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지프스가 뻔히 굴러 떨어질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았듯 골퍼 역시 자신이 꿈꾸는 골프가 결코 성취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성취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접지 않고 골프채를 놓지 못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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