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한국] 라운드를 하면서 자주 쓰는 ‘나이스(nice)’나 ‘굿(good)’이란 수식어는 얼마나 진실한가.

대다수 골퍼들은 자신의 샷에 뒤따르는 동반자들의 ‘굿 샷’이나 ‘나이스 샷’ 소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짙다. 진짜 멋진 샷을 날린 데 따른 당연한 반응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동반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누가 봐도 정말 멋들어진 샷에 뒤따르는 탄성은 축하와 부러움이 넘치지만 흔히들 동반자들이 외치는 ‘나이스 샷’이나 ‘굿 샷’은 평점 70점 정도에 던지는 빛바랜 수식어일 때가 많다.
동반자들의 외침은 크게 실수하지 않은데 대한 격려와 용기를 주기 위한 용도일 경우도 있고 심한 경우 ‘너 주제에 그 정도면 황송하지’라는 빈정거림도 없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개별 샷에 대해서는 나이스나 굿이란 수식어를 남발하면서 스코어에 대해서는 그 쓰임새가 꽤 제약을 받는 편이다. 버디나 어려운 파를 했을 때 자동적으로 ‘나이스’나 ‘굿’이란 수식어가 따라붙지만 보기나 더블보기를 했을 때는 이 수식어가 발붙일 곳이 거의 없다. 자칫 칭찬을 했다간 “그렇지 않아도 열불 나는데 누구 염장 지를 일 있나?”는 핀잔 듣기기 십상이다.

그러나 진짜 골프를 즐기고 골프의 진수를 깨달은 골퍼라면 최선을 다해 보기나 더블보기, 트리플보기를 했을 때 ‘나이스’나 ‘굿’이란 수식어를 사용하는데 인색하지 않는다. 특히 좋지 않은 스코어를 내고도 더 이상 추락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스스로 ‘나이스’나 ‘굿’이란 수식어로 자위할 수 있다면 골프를 즐길 줄 안다고 할 수 있다.

가령 티샷이 OB가 나고 두 번째 티샷은 벙커에 빠졌다고 치자. 4온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로 더블보기를 하면 아주 훌륭하고 트리플보기 이상까지 각오해야 할 상황이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낙담해 포기하지 않고 네 번째 샷을 그린에지에 떨어뜨린 뒤 정성어린 어프로치로 1 퍼트로 막았다면 그야말로 ‘나이스 더블보기’가 아닌가. 이때 사용하는 ‘나이스’나 ‘굿’이란 수식어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 것에 대한 진정한 찬사인 셈이다.

OB를 내거나 볼을 해저드에 빠뜨려 더블보기 이상의 스코어가 예상되면 보통 골퍼들은 자포자기해 불필요하게 많은 타수를 까먹지만 진짜 골퍼는 어떤 경우에도 집중의 끈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그 자체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추구한다. 이런 골퍼는 헤매는 듯하면서도 결국엔 자신의 리듬을 되찾아 스스로의 플레이를 펼친다.

파를 넘어선 스코어가 항상 실패한 것은 아니다. 홍수가 나면 제방을 잘 지켜 범람을 막는 것이 최선이듯, 위기에 처했을 때 현명한 대응으로 더 이상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골퍼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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