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한국] 골프의 깨달음은 어느 날 갑자기 홀연히 찾아오는 것 같다. 내 경험에 미뤄보면 작은 깨달음이 누적되어 큰 깨달음으로 집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어느 날 갑자기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깨달음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싯달타가 보리수 나무 아래에서 고행에 잠긴 끝에 홀연히 얻은 깨달음과는 질이 다르겠지만 골프에 빠진 사람에게 어느 한 포인트의 깨달음을 얻는 기쁨은 대단하다.

골프에서의 깨달음은 대개는 줄탁동시(?啄同時)가 대부분이다. 달걀이 부화할 때 병아리가 안에서 껍질을 쪼는 것을 줄이라 하고 밖에서 어미닭이 껍질을 쪼는 것을 탁이라 하는데,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이뤄져야 스승과 제자 사이의 가르침과 배움이 제대로 이뤄진다는 뜻이다.
레슨프로나 선배가 가르침을 주고 후배는 열심히 그 가르침을 받아들여 앞으로 나가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숱한 깨달음을 얻는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하나의 세계다. 새로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골퍼들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이 구절을 실감한다. 그만큼 현재 내가 머문 알의 상태를 벗어나는 ‘알 깨기’를 끊임없이 되풀이해야 한다.

최근 바로 내 주변에서 기적 같은 홀연한 깨달음의 현장을 목격했다. 매일 오전 시간에 골프연습장에서 만나는 50대 중반의 사업가로, 1년 가까이 그와 커피를 나누며 골프와 스윙에 대한 팁을 주며 그의 진화를 지켜봐왔다. 그 사람 옆자리에는 항상 50대 초반의 동네 후배가 자리 잡는데 열심히 그의 스윙을 고쳐주었다. 그 후배는 거의 프로수준의 스윙을 갖고 있고 실제 필드에서도 쉽게 싱글 스코어를 기록하곤 했다.
후배는 매일 시범을 보여 가며 그에게 스윙에 대한 온갖 가르침을 전수해주었으나 그의 진보는 매우 더뎠다. 힘으로 볼을 때리려는 동작을 취하다 보니 스윙이 경직되었다. 무엇보다 굳어진 버릇을 쉬이 고치지 못했다. 열심히 연습은 하는데 80대 진입은 한계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에 대한 나의 가르침도 시들해졌다. 간혹 잊지 말아야 할 핵심이나 철칙 같은 것을 상기시켜주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에 만난 그는 전혀 다른 스윙을 하고 있었다. 스윙 자체가 백스윙에서 팔로우 스윙까지 완벽하게 이뤄지는가 하면 볼도 힘차게 곧바로 날아갔다. 예전에는 스윙을 하고 나면 몸의 축이 무너져 중심을 잡지 못했는데 프로선수처럼 아주 편한 피니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한 사흘 못 뵈었더니 완전히 달라졌네요. 이건 기적입니다. 그렇게 지적해도 못 고치던 것을 어떻게 하루아침에 해치워버리셨어요?”
나는 거의 충격을 받았다.
“그렇지요? 확실히 달라졌지요? 저도 모르겠어요. 어느 순간 이런 스윙이 되더라니까요!”
놀란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늘 그를 가르쳐온 후배도 비명을 질렀다.
“저도 지금 선배님 스윙을 따라 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선배님처럼 스윙 했더니 거리와 방향이 확실히 좋아지는 것 같아요.”

그의 얼굴은 깨달음에 흡족해하는 미소가 흘러넘쳤다.
“지난 2년간 그렇게 고질병을 고치려고 애를 써도 차도가 없더니 글쎄 2~3일 사이에 스윙을 어떻게 해야 제대로 하는 것인가에 대한 느낌이 생기더니 모든 게 한 순간에 바뀌대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눈앞에서 그의 완벽한 스윙과 그 결과를 확인하고서도 도대체 믿기지가 않았다.
“어느 분한테 특별한 가르침을 받았나봐요?”
내 물음에 웃으며 대답했다. 
“전혀요! 그 동안 방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왔지요.”하고 내게 공을 돌리려 했다.
그동안 나름대로 혼자서 엄청 탐구하고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골프의 요체가 무엇인가 천착해왔기에 얻을 수 있는 홀연한 깨달음이 아닐까.
이제 필드에서 그의 달라진 스윙을 확인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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