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와이주 오아후섬 코올리나 골프클럽에서 열린 2014 롯데 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차지한 재미동포 미셀 위(위성미). 사진=나이키골프
[골프한국] 정확히 10년 전 5월 ‘세계가 미셸 위를 경배하리라’란 제목의 칼럼을 쓴 기억이 새롭다. 2004년 1월 15~18일 하와이에서 열린 PGA투어 소니오픈에 참가한 미셸 위(당시 나이 14세)의 활약과 그 이후 각종 대회에서 선보인 미셸 위의 아름답고 힘찬 스윙에 감동되어 이 칼럼을 썼었다.
‘이제 머지않아 세계의 골프팬들은 미셸 위를 경배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골프팬뿐만 아니라 PGA와 LPGA의 유명선수들도 미셸 위 앞에서 겸손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리라. 골프계의 양대 지존으로 추앙받는 타이거 우즈나 애니카 소렌스탐까지 미셸 위를 숭배하지 않을 수 없는 그 날이 반드시 오리라.’

10년 후에야 그 날이 왔다. 나는 미셸 위가 20세를 넘기 전에 세계가 경배하는 골프여걸이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예상보다는 늦은 셈이다. 멀고 험한 길 돌고 돌아오느라 그랬던 것 같다.
미셸 위는 남자대회인 소니 오픈 전까지만 해도 그저 골프에 탁월한 재능을 지닌 한 소녀 정도로 받아들여진 감이 없지 않았다. 골프를 아는 사람들도 미셸 위가 아무리 골프를 잘 해도 한 때이며, 골프란 어린 소녀가 간단히 정복할 수 있는 그런 호락호락한 스포츠가 아니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미셸 위의 장쾌한 스윙에 감탄을 금치 못하면서도 과연 그녀가 20세 전후해 LPGA무대에서 골프전문가들이나 언론들로부터 받는 찬사에 걸 맞는 명성을 드날릴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했다.
2004년 1월8일 미국 PGA투어 메르세데스챔피언십 프로암 경기에 초청케이스로 참가했을 때 타이거 우즈는 “자신보다 나은 선수들과 경기하는 것은 좋은 경험이지만 어릴 때 우승의 묘미를 자주 맛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청해서 미셸 위와 함께 라운드를 한 어니 엘스는 “어린 나이에 PGA투어에 참가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미셸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선수로 특히 스윙이 아름답다.”고 칭찬하면서도 “여자선수들이 남자대회에 출전해 무엇을 증명해 보이려는지 모르겠다.”며 미셸의 PGA 도전에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어린 소녀가 갖고 있는 골프의 천재성에 대한 결론을 유보하는 듯한 언론과 골프전문가들의 시각은 소니오픈을 계기로 돌변했다. 그것은 타이거 우즈의 활약에 따라 외부의 시각이 급격히 변해가는 것과 흡사했다.  
그때 나는 골프에 대해 약간의 상식이 있고 관찰력, 특히 심미안이 있다면 미셸 위가 또 다른 타이거 우즈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음을 간파할 수 있다고 믿었다. 어쩌면 미셸 위가 아니카 소렌스탐 같은 여자골퍼들은 물론 타이거 우즈까지 능가할 수 있는 골프의 신화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내다봤었다.

2004년 소니오픈에 참가하기 전에 이미 “아니카 소렌스탐이 세계여자골프를 지배하고 있지만 13세로 아마추어 대회를 석권한 미셸 위는 의문의 여지없는 미래의 주인공”(로이터 통신)으로 지목되는가 하면 톰 레이먼은 크고 부드러운 어니 엘스(Big Easy란 애칭을 갖고 있음)의 스윙을 상기하면서 우아하면서도 힘찬 스윙을 가진 미셸 위에게 ‘Big Wiesy’라는 애칭을 붙여주었다. 로라 데이비스는 “미셸 위는 내가 본 최고의 골퍼”라고 했고 소렌스탐도 “미셸의 앞에는 위대한 미래가 있다. 그녀는 새로운 세대의 신호.”라고 단언했다.
14살의 나이로 모습을 드러낸 소니오픈에서 그녀는 이미 어린 골프신동 수준을 지나 있었다. 어니 엘스는 그녀와의 연습라운드를 마친 뒤 “미셸은 여자골프를 한 단계 끌어올릴 선수다. 미셸의 앞날에는 한계가 없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전년도 챔피언인 엘스는 “나는 프로 데뷔 이전의 우즈와 함께 라운드한 적 있다. 미셸과의 연습라운드는 그때의 우즈를 떠올리게 한다.”고 실토했다. 뉴욕타임스도 “미셸의 재능과 잠재력은 누구도 의심치 않는다.”고 칭찬하면서도 다만 너무 어린 나이에 힘든 도전에 나선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덧붙였다.

비록 첫 라운드에서는 2오버파, 둘째 날  2 언더파를 기록해 한 타 차이로 아쉽게도 PGA사상 첫 여자선수 컷오프 통과라는 기록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미셸 위는 무궁무진한 골프 잠재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144명의 참가자 가운데 공동 80위였다. 80위에는 짐 퓨릭, 케니 페리, 제프 매거트, 스투어드 애플비, 벤 커티스, 대런 클라크가 포함됐는데 이들과 같은 타수를 기록했다는 것은 쉬 넘길 일이 아니다. 존 쿠크, 스콧 호크, 애담 스콧, 노타 비게이3세, 크래그 스태들러, 스키프 캔들, 크리스 스미스, 제프 슬루먼, 매트 쿠차 같은 쟁쟁한 선수들이 미셀 위보다 못 쳤다.
스코어도 스코어지만 미셸 위가 갖고 있는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힘차고 우아한 스윙, 게임을 풀어가는 능력, 무엇보다 골프라는 게임을 즐기는 자세 등과 무한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잠재력에 쏟아진 언론과 전문가들의 찬사는 차라리 경외의 헌사였다. 3,000~5,000명의 갤러리를 몰고 다니는 미셀 위는 이미 골프의 여신으로 부상한 느낌이었다.

이런 미셸 위가 정작 LPGA에 들어와서는 빛을 발휘하지 못했다. 어린 소녀가 소화하기 힘든 전시성 일정, 각종 특혜에 따른 동료 선수들의 질시와 유명세에 따라다니기 마련인 비우호적인 여론, 여기다 골프에 몰두할 수 없는 대학생이란 신분으로 골프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때론 ‘미운 오리’ 취급을 받기도 했다.

2008년 LPGA 최종 퀄리파잉 토너먼트에서 공동 7위를 차지해 LPGA 회원이 된 미셸 위는 기대와는 달리 2009년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대회와 2010년 CN캐나디언 위민스오픈에서 우승한 이후 3년 6개월간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후반기 이후 달라졌다. 특히 올 시즌에 접어들면서 미래 ‘LPGA의 여왕’의 풍모를 본격적으로 발휘했다. 올 들어 열린 일곱 번의 대회에 참가해 모두 컷을 통과했음은 물론이고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의 2위를 포함해 톱10에 세 번이나 들었고 드디어 20일 고향 하와이에서 열린 LPGA 롯데챔피언십에서 LPGA투어 통산 3승을 거두었다. 
하와이 오하우섬의 코올리나 골프클럽에서 열린 마지막 라운드에서 미국의 노련한 안젤라 스탠퍼드에 4타 뒤진 공동 2위로 출발한 미셀 위는 통쾌한 장타와 감탄을 자아내는 샷 퍼포먼스로 스탠퍼드를 2타 차이로 따돌리고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펼치며 여왕으로 등극했다.

184cm 70kg의 이상적인 체격, 힘과 스피드 부드러움이 절묘하게 조화된 예술 같은 스윙, 한결 성숙해진 게임 운영 능력과 골프열정 그리고 아름다운 외모 등 최고의 골퍼가 갖춰야 할 덕목을 완비한 미셸 위를 경배하지 않을 골프팬이 있을까. 미셸 위는 조만간 LPGA의 흥행을 좌지우지 하는 ‘여자 타이거 우즈’로서의 위용을 드러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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