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한국] 타이거 우즈가 빠진 마스터스를 지켜보며 백미(白眉)라는 말이 머리를 맴돌았다.
중국 삼국시대 때 촉나라의 승상인 제갈량과 친교를 맺고 촉에서 관리까지 지냈던 마량(馬良)이란 인재가 있었는데 형제가 다섯이었다고 한다. 다섯 형제는 모두 재능이 뛰어났는데  그 중에서도 마량이 가장 출중했다고 한다. 그런 마량의 눈썹이 어렸을 때부터 하얀색이었던 것에서 유래해 뛰어난 무리 가운데서도 출중한 사람을 가리켜 백미라고 일렀다.

마스터스에 출전한 96명은 지구촌의 골프스타들이다. 골프에 관한 한 언제 어디서든 우승할 수 있는 뛰어난 기량을 갖춘 뛰어난 선수들이다. 그러나 타이거 우즈가 빠진 마스터스 대회는 금성이 사라진 밤하늘을 연상케 했다.
갤러리들은 우즈가 포효하던 때의 흥분과 열기를 실감하지 못해 허전함을 달래야 했고 선수들 역시 사자나 호랑이가 빠진 숲속에서 정글의 왕을 가리는 것 같은 어색함을 피할 수 없었다.
바로 이 대회를 창설한 불세출의 아마추어 골퍼 구성(球聖) 바비 존스가 28살의 나이에 은퇴를 선언하자 당시 미국의 언론들이 “바비 존스가 없는 골프는 파리가 없는 프랑스와 같다.”고 표현했었다. 지난 19년간 마스터스에 빠지지 않고 참가했던 타이거 우즈가 허리 수술로 불참하게 되자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없이 열리는 월드시리즈"에 비유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대중은 영웅의 출현을 기다린다. 특히 절대왕권이 사라진 현대에는 대중은 스포츠 분야의 영웅에 열광한다. 대중은 도토리 키 재기의 경쟁에는 작은 재미를 느낄 뿐 진정한 영웅의 출현에 비로소 대리만족을 얻고 카타르시시를 맛본다. 대중은 한때 반짝하다 스러지는 뭇별들보다는 밤하늘의 금성처럼 뭇별들을 초라하게 하는 왕별 같은 영웅을 갈구하고 숭배하고 열광한다.  

타이거 우즈가 바로 그런 대중의 영웅이었다. 모든 대회를 휩쓸지는 못했지만(골프란 원래 그런 운동이 아니다) 우즈는 어떤 대회에서든 포스와 카리스마가 넘치는 아우라를 발하며 완벽한 샷 퍼포먼스로 골프팬들을 열광시켰다. 
우즈를 이긴 선수도 많고 골프황제 자리를 위협하는 선수도 많다. 그러나 아직은 우즈를 대신할 확실한 골프스타가 확실하게 부상하지 않고 있다.
타이거 우즈에 이어 골프황제 자리를 노리는 젊은 선수들(조단 스피스, 조나스 블릭스트, 맷 쿠차, 리키 파울러, 로리 매킬로이, 지미 워커, 케빈 스테들러), 나이를 잊은 채 젊은 선수 못잖은 기량을 자랑하는 노련한 골프대가들(미켈 앙헬 히메네스, 베른하르트 랑거, 프레드 커플스, 토마스 비욘)이 챔피언 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벌인 끝에 '왼손 장타자' 버바 왓슨이 2년 만에 그린 재킷을 되찾았다.
버바 왓슨은 타이거 우즈를 이길 수 있는 후보군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스타 중의 한 명이긴 하지만 아직은 타이거 우즈의 자리를 대신할 선수로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만 21세가 안된 조던 스피스의 기세가 돋보였지만 아직은 애송이티를 벗지 못한 뭇별이었다.
대중은 타이거 우즈를 대신할 골프의 백미(白眉)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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