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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세상] 김세영의 빨간바지, 그 상징에 대해
LPGA투어 메이저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 우승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2020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골프대회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김세영 프로. 사진제공=Darren Carroll/PGA of America


[골프한국] 도전은 누구나 한다. 높은 곳을 향하여. 특히 골프선수들은 대회마다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다. 

그러나 어떤 선수는 도전에 성공하고 어떤 선수는 실패한다.

각자의 주어진 목표가 다르기에 성공의 의미도 다르다. 최고의 자리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과정의 도전도 의미가 있다. 도전 목표를 달성하면 그것으로 성취감을 얻고 다음 목표를 설정해 도전을 이어간다. 성공이란 바로 이 도전이 계속 이어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

도전이 성공과 실패로 나뉘는 갈림길은 즐김이다. 머리 좋은 사람이 부지런한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부지런한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어떤 자세로 도전하느냐가 성공의 열쇠라는 뜻이겠다.

강박감 속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도전하면 실력 발휘가 어렵고 실패 확률도 높다. 그러나 도전 자체를 즐길 줄 알면 스트레스 없이 도전을 이어갈 수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유능한 사냥조직의 하나인 늑대무리는 10번 사냥에 나서 겨우 한 번 성공한다. 만약 성공률 10% 미만의 늑대무리가 사냥 도전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멸종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늑대무리가 아름다운 동물로 칭송받는 것도 철저한 협력 체제와 실패에서 성공의 정보를 쌓는 지혜 때문이다.

늑대에게 사냥은 무리의 생존을 위한 피할 수 없는 도전이다. 생활화한 도전이다. 늑대는 사냥이라는 도전 그 자체를 즐긴다. 늑대무리의 유대도 도전으로 강화된다. 

LPGA에 도전했던 유망한 선수들이 뜻을 펴지 못하고 날개를 접는 것도 도전의 즐거움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빨리 우승을 거두어야 한다는 마음, 눈앞의 성과에 매달리는 조급함,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겠다는 성취욕 등이 도전의 즐거움을 앗아간다. 

도전 그 자체에 의미를 주고 즐길 줄 모르면 도전에 실패했을 때 치명적 공황에 빠지기 쉽다. 좌절감, 패배의식, 자신감 상실 등이 뒤따른다. 자연히 다음 도전에 소극적으로 임하거나 회피하고 싶어진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도전과 맞닥뜨리는 게 공포로 변한다. 패배자가 걷는 전형적인 길이다.

김세영이 12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뉴타운 스퀘어의 애러니밍크GC(파70)에서 막을 내린 LPGA투어 메이저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에서 최종합계 14언더파 266타로 2위 박인비(9언더파 271타)의 추격을 뿌리치고 우승했다. 메이저 첫 우승이자 LPGA투어 통산 11승째다. 

그의 LPGA투어는 2015년 데뷔 때부터 첫 메이저 우승에 이르기까지 극적이었다. 

2015년 데뷔 첫해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 롯데 챔피언십, 블루베이 LPGA에서 3승을 올린 이후 2016년 2승, 2017년 1승, 2018년 1승, 2019년 3승 등 매년 우승 바톤을 이어왔다. 이번 우승으로 그 기간을 6년으로 늘렸다.

2014년 ANA 인스피레이션을 시작으로 그동안 28차례 메이저대회에 출전, 준우승 2번을 비롯해 8차례 톱10에 들었을 뿐 ‘메이저 무관’의 한이 있었는데 29번째 도전 끝에 그 한을 풀었다. 

김세영은 박인비(32), 신지애(32), 장하나(28), 이미향(27), 이정은6(24) 등과 함께 도전 자체를 즐기는 천혜의 DNA를 타고났다. 

그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마다 어김없이 빨간 바지를 입고 있다. ‘빨간 바지의 마법사’란 별명이 붙은 것도 빨간 바지를 입은 마지막 라운드에서 역전의 드라마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2020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골프대회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김세영 프로가 트로피를 들고 있다. 사진제공=Darren Carroll/PGA of America

김세영에게 빨간 바지는 무엇일까.

도전의 상징이다. 도전을 즐기겠다는 강한 의사 표시다. 도전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인간의 표현 욕구는 색깔로 나타난다. 대단원을 내려야 할 라운드에 강렬한 빨간 색 바지를 입는다는 것은 도전의욕과 도전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태권도로 단련된 탄탄한 하체의 근육은 빨간 바지를 매개로 더욱 두드러진다.

163cm의 그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그보다 20cm나 큰 스웨덴의 안나 노르드크비스트(33)와 경기를 했는데 전혀 왜소해 보이지 않았다. 그가 태권도 발차기를 하면 장신의 노르드크비스트도 얼마든지 감당해낼 수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도전을 즐기는 자세는 그의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다. 놀이에 빠진 개구쟁이 같기도 하다. 좌절이나 낙담, 고민 같은 게 없어 보인다. 천진난만하게까지 보인다. 그만큼 도전을 즐긴다는 것이 아닐까.

언제나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그 도전을 철저하게 즐기는 자세, 태권도로 터득한 자신감 등이 그를 매력투성이 승부사로 키웠다.

평소 서로 좋아하는 선후배 사이로 추격전을 펼쳤던 박인비가 인터뷰에서 김세영을 두고 ‘언터처블(untouchable)’이라고 한 표현은 도전을 즐기는 그를 적확하게 표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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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20-10-12 17:0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