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골프한국

[골프한국] 라운드 하루 이틀 전 친구로부터 라운드 요청을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예상되는 결과는 두 가지다. 요청을 수락하거나 거절하는 것이다. 

날짜가 임박한 데도 라운드 요청을 수락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환영받는 골프 메이트로 보너스점수가 누적된다. 다른 일정이 있는데도 만사 제쳐두고 수락했다면 가산점이 더 추가될 것이다. 

그러나 라운드 요청을 거절한 경우는 꽤 복잡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라운드 당일 불가피한 선약이 있어 정중히 거절한 경우 골프 메이트로서의 관계는 손상되지 않는다. 거절하면서도 “전화를 줘서 고맙다, 불가피한 선약이 있어 이번엔 못가지만 다음 기회에는 꼭 가도록 할 게.” 하고 양해를 구했다면 당신은 친구의 골프 초청리스트 상단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라운드 하루 이틀 전에 전화를 줄 정도라면 평소 골프 메이트로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는 증거다.

“이렇게 촉박해서 전화 주면 어떻게 해?”라는 반응을 보였거나 골프장이나 동반자들을 알아본 뒤 “이번엔 좀 곤란한데….”하며 거절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통화가 끝나는 순간 당신은 친구의 골프 메이트 리스트에서 맨 뒤로 밀리거나 지워진다. 월례회나 계절별 모임 등 의례적 행사가 아니라면 전화를 준 친구와 함께 라운드할 기회는 다시 없을 수도 있다.

라운드 요청 전화를 한 친구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자. 

대개 골프 약속은 한두 달, 짧아도 두세 주 전에 하는 것이 예의다. 금요일 저녁 무렵 전화해서 내일, 또는 모레 라운드를 하자고 하면 분명 결례다. 상대방의 일정이나 입장은 염두에 두지 않고 일방적으로 본인이 편리한 대로 요청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전화를 하는 사람은 그대로 “이러면 결례가 될 텐데” 하면서 어려운 입장이고 전화를 받는 사람은 또 그대로 “내가 얼마나 함부로 대할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땜질로 나오라는 거냐?”라며 불쾌하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런 결례를 무릅쓰고 라운드 요청 전화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당신을 좋은 메이트로 염두에 두고 있다는 증거다. 즉 당신을 이런 결례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골프광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친구들의 골프 메이트 리스트 상단을 차지하려면 꽤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골프메이트 리스트의 상단을 차지하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우선 까다롭지 않다. 골프장을 탓하지 않고 거리가 멀든, 티 오프 시간이 이르든 늦든 오케이다. 날씨도 개의치 않는다. 어떤 경우에라도 클럽하우스에 출현하는 것을 철칙으로 여기고 가능한 한 라운드하겠다는 자세가 되어 있다.

무엇보다 아무 때나 연락해도 만사 제치고 달려 나오는 친구는 대환영이다. 친구들의 골프메이트 리스트의 상단을 차지할 수 있는 핵심요소다.

한 지인은 야간근무를 마친 뒤 새벽에 귀가해 잠자리에 들기 직전 “라운드하기로 한 사람이 갑자기 올 수 없어 한 자리가 비었는데 바로 올 수 있느냐?”는 전화를 받고는 그대로 골프백을 챙겨 골프장으로 달려갔다. “아무 불만이 없었느냐?”고 물었더니 “그런 상황에서 그 친구가 나를 먼저 떠올랐다는 게 얼마나 고마우냐?”고 되물었다.

연습장의 한 여성 지인은 “라운드 요청이 오면 콩나물을 다듬다가도 달려나가는 정도는 되어야 진짜 골프광이 아닐까요?”라고 말할 정도다.
  
‘저 친구는 골프에 관한 한 아무 때나 연락해도 괜찮은 친구’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은 당신이 바로 친구에겐 최고의 골프 메이트라는 의미다. 정말 불가피하게 거절할 사유가 있다면 정중하게 사양하고 다음번에 꼭 다시 연락 줄 것을 요청하는 것을 빠뜨리지 않는 것이 골퍼의 예의고 전략이다. 

매너가 좋다는 것도 좋은 호객 조건이다. 골프 룰을 철저히 지키고 동반자를 배려하는 태도가 몸에 배었다면 기분 좋게 초대하고픈 골프 메이트다. 

기량이 뛰어나다는 것은 좋은 골프 메이트의 조건과 거리가 멀다. 프로 못지않은 훌륭한 기량을 갖고 있어도 동반자를 배려하지 않고 자기 기준으로 플레이하는 고수는 환영받지 못한다. 좋은 매너에, 겸손하고, 격식도 안 따지고, 누구와도 잘 어울리면서 좋은 실력까지 갖추었다면 최상의 골프 메이트가 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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