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KLPGA 챔피언십에 출전할 예정인 박성현, 김효주 프로(사진제공=P. Millereau/The Evian Championship), 이보미 프로(사진제공=코오롱FnC왁)


[골프한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놀이가 배제된 인간의 삶이 얼마나 무미건조한지 실감한다. 밥벌이를 위한 일과 휴식이 삶의 전부가 아님을 깨닫게 한다. 

코로나19가 발호하기 시작한 지난 1월 이후 지구촌의 모든 스포츠 행사와 공연이 중단되면서 사람들은 놀이가 없는 삶에 익숙해지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집에 머무르거나 등산이나 산책으로 답답함을 풀며 인내심을 시험했다.

그러나 놀이를 대체할 수 있는 소일거리 찾는 일은 벽에 부딪혔다. 스포츠전문 채널들은 수년 전의 경기를 재탕 삼탕으로 내보내며 시간 메우기에 급급했다. 엄격한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에도 불구하고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는 유희에 목마른 사람들이 꼬였다. 특히 스포츠에 대한 허기(虛氣)는 집단 스트레스를 유발할 지경에 이르렀다.

궁여지책으로 지난 5일 프로야구가 무관중 경기로 개막하자 겨우 숨통이 트였다. 직접 경기장에 나가 함성을 지르며 즐기지는 못하지만 TV 화면을 통해 허기를 달랠 수 있게 됐다.
미국의 방송사들이 한국 프로야구를 중계까지 할 정도이니 스포츠가 없는 ‘스포츠 천국’ 미국의 상황을 짐작할만하다.

프로야구에 이어 8일 프로축구가 개막됐고 14일엔 KLPGA 투어가 개막된다. 아직은 무관중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은 각종 스포츠경기의 개막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한국의 각종 프로리그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놀이 없는 인간이 얼마나 무력해지는가를 실감하면서 ‘호모 루덴스’(Homo Ludense; 놀이하는 인간)를 설파한 네델란드 철학자 하위징아(Huizinga, 1872~1945)의 혜안에 감탄한다.

호모 루덴스는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합리적인 생각을 하는 인간, 지혜로운 인간), 호모 파버(Homo Faber; 물건 만드는 인간)처럼 인류를 지칭하는 라틴어 용어다.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 직립인간),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 도구를 쓰는 인간), 호모 코큐엔스(Homo Coquens; 요리하는 인간), 호모 아만스(Homo Amans; 사랑하는 인간), 호모 소시우스(Homo Socius; 사회적 인간) 등도 인간의 특성을 담아낸 용어들이다.

하위징아는 호모 루덴스라는 용어를 만들면서 놀이는 단순한 생물학적 현상이 아니라 문화적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놀이의 본질과 의미를 캐기 시작해 인류문명의 태동이라고 할 수 있는 언어에서부터 놀이개념을 추적해온 그는 인류의 삶이 놀이로부터 시작해 문명과 문화를 만들고 놀이를 통해 계속 발전해간다고 강조했다. 

모든 형태의 문화는 그 기원에서 놀이의 요소가 발견되며 인간의 공동생활 자체가 놀이 형식이라는 시각이다. 놀이는 즐거움과 흥겨움을 동반하는 가장 자유롭고 해방된 활동이며 삶의 재미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활동이라는 것이다.

그는 고대의 신성하고 삶이 충만한 ‘놀이 정신’을 회복해야 하며 놀이에 따르고, 놀이에 승복하며, 놀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인간 문명을 빛나게 한다고 강조했다. 

하위징아의 호모 루덴스에서 현대 스포츠 철학의 원형을 보게 된다.
 
지난해 12월 효성 챔피언십으로 2020시즌을 시작한 KLPGA투어는 5월 14~17일 경기도 양주시 레이크우드CC에서 KLPGA 챔피언십으로 올해 첫 대회이자 국내 개막전을 연다.

LPGA투어와 JLPGA투어의 일정이 불투명한 가운데 유일하게 열리는 대회라 박성현(27), 김세영(27), 김효주(25), 이정은6(24), 이보미(32), 안선주(33), 최혜진(21), 장하나(28), 이다연(23), 조아연(20), 임희정(20) 등 한미일 골프투어의 스타들이 출동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체육 대회의 경우 주최하는 지자체나 종목 단체가 참가 규모나 방역 상황과 같은 대회 특성을 고려해서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하면서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를 당부해 갤러리 참관 여부도 아직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LPGA투어의 경우 오는 7월 투어를 재개한다는 방침만 정했다. 갤러리 입장 허용 여부나 프로암대회 개최 여부 등은 미정이다. 자연히 개최 시기를 놓친 많은 대회가 취소되거나 후반기로 일정이 조정됐다.

투어에서 활동할 기회를 잃은 선수들이 장시간의 휴지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오는 14일 열릴 KLPGA 챔피언십에 골프 팬들의 이목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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