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한국] 골프 자체가 불가사의한 스포츠이기도 하지만 골프에 매달리는 골프광들의 열망 또한 불가사의하다. 이런 골프에 대한 열정은 골프는 잔디밭 위에서만 한다는 고정관념까지 무너뜨리고 있다.

골프는 잔디밭 위에서 하는 스포츠란 개념은 21세기 접어들면서 여기저기서 깨지고 있다.

그린랜드나 아이슬랜드에서 얼어붙은 눈 위에서 라운드를 즐기는 관광상품이 등장한지는 꽤 오래 됐고 도심에서 즐기는 ‘길거리 골프(Street Golf)’도 영국과 이태리 미국 등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일반 골프 볼과는 달리 행인이나 건물 자동차 유리창 등에 손상을 주지 않도록 솜 등을 안에 넣은 가죽공이나 테니스공을 사용하는 길거리 골프는 아스팔트 도로가 그린이고 맨홀 구멍이 홀컵이다. 제레미 폭스라는 영국의 건축가가 2004년 창안한 길거리 골프는 비싼 요금을 지불하지 않고도 도심 한 복판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어 동호회가 생기는 등 반응이 뜨겁다고 한다.

지난 2004년에는 캘리포니아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안드레 톨미하는 아마추어 골퍼가 장장 2개월에 걸쳐 골프를 하며 몽골 초원을 횡단하는 희귀한 기록을 남겼다. 그는 주요 도시를 기점으로 몽골초원을 18개 홀로 나눴는데 이 코스의 길이는 무려 1200마일(약 1931km)에 달했다. 자신이 산정한 기준타수는 1만1880타.
몽골인 캐디를 대동하고 물과 식량 텐트를 실은 4륜구동 SUV를 끌고 대장정에 나선 그는 달랑 3번 아이언클럽 하나 들고 인공장애물이나 가축의 배설물 등으로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할 경우 무벌타 드롭을 하고 OB는 없는 대신 워터 해저드에 볼이 빠지면 병행 워터해저드 규칙을 적용해 1 벌타를 받고, 목표로 정한 홀 반경 5m 안에만 들어가면 홀인으로 간주하는 등 나름대로의 규칙을 정해 몽골 동쪽 끝에서 서쪽까지 무려 2123km의 초원을 횡단하는 데 성공했다. 이 중 순수하게 골프를 하며 횡단한 거리는 1931km였다고. 

톨미가 기록한 최종 스코어는 1만2170타로 290 오버파였다. 하지만 마지막 18번 홀의 경우 파는 508타였는데 그는 기준타수보다 두 타 적은 506타를 쳐 ‘이글’을 기록했다며 기뻐했다고 한다. 몽골초원을 횡단하면서 사용한 볼은 모두 509개에 달했다고 한다.

안드레 톨미는 몽골초원을 횡단하는 ‘익스트림 골프’를 완수한 뒤 일약 유명인이 되어 ‘I Golfed Across Mongolia’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몽골초원 횡단 성공에 고무된 톨미는 이번엔 ‘사하라 사막 횡단 골프’에 도전하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는데 이에 텐트 등 야영 장비를 판매하는 회사는 물론 각종 골프관련 회사들이 스폰서 경쟁을 벌일 정도였다. 아직 그가 사하라 사막 골프횡단에 성공했다는 외신이 들어오지 않아 추진 여부가 궁금하다. 

최근 러시아의 하바로프스크 우수리스크 블라디보스토크 일대를 여행할 기회를 가졌는데 광막한 대평원은 골프애호가에게 남다른 상상력을 불러 일으켰으나 골프코스를 만드는 일은 가능해도 눈 위의 골프나 몽골 초원이나 사막에서처럼 골프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보였다. 대평원의 초원이 키 1m가 넘는 풀로 뒤덮여 있고 늪지대가 많아 초원에 들어서는 것조차 쉽지 않아보였다. 연해주 일대에 우리나라의 대기업에서 대규모 농장을 경영하고 있으니 먼 훗날 인구가 늘어나면 골프코스가 생겨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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