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한국] 유난히 골프가 잘 되는 날이 있다.

최근 라운드에서 동반자가 실감나게 체험하는 것을 목격했다. 동반자는 지난주에 별로 연습도 못해서 잘 치겠다는 기대도 없이 필드에 나왔다고 했다. 그런데도 첫 홀의 드라이브 샷이 시원하게 허공을 가르며 페어웨이 한가운데 떨어졌다. 동반자들의 “굿 샷!”하는 외침이 듣기 좋았지만 ‘우연히 잘 맞았겠지.’라고 생각하며 다음 홀에서도 욕심 없이 샷을 날렸다. 이상하게도 드라이브 샷은 경쾌한 소리를 내며 멀리 날아가 페어웨이 한복판 다음 샷을 하기에 좋은 위치에 떨어졌다.

동반자들이 야단이다.
“연습도 안 했다더니 모두 거짓말.”이라느니 “연습 안 했다는 사람 말 믿은 게 바보지.”하며 그의 샷을 부러워했다. 두 번째 홀에서 버디까지 노리다가 파로 막았지만 초반 스코어로서는 전에 없던 좋은 출발이다.

그러나 이런 의외의 순조로운 페이스는 5번 홀에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4번 홀까지의 스코어는 파 원 오버. 이런 추세대로 가면 전반을 40이내에서 막을 수 있을 것 같고 후반에서도 잘 버틴다면 생애 최초의 싱글기록도 달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싱글 핸디캐퍼인 파트너의 코도 납작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우쭐한 생각도 들었다. 연습도 많이 하고 컨디션도 최상인 상태에서도 80대 중반이 고작인 그로서는 4번 홀까지의 파 원 오버는 놀라운 기록임에 틀림없다.

5번 홀에서의 티 샷은 여지없이 왼쪽 OB지역으로 날아들었다. 다운스윙을 하는 순간 팔에 잔뜩 힘이 들어가 순간적으로 샷이 온전치 못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는데 그 예감은 어김없이 적중했다. OB티에서의 샷도 시원치 않았고 이후 그의 샷은 ‘역시’가 되고 말았다. 이날 그의 라운드기록은 자신의 핸디캡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것이었다.

잘 나가던 샷이 왜 중간에 무너졌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초반에 잘 맞은 것은 욕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연습도 제대로 못했고, 잘 쳐보겠다는 욕심도 없었기 때문에 어깨나 팔에 힘을 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힘이 빠져있으니 잘  맞을 수밖에 없다. 좋은 샷에 대해 감사하고 동반자들에게 우쭐대지 말고 계속 겸손한 마음을 갖고 ‘최고의 기록’이니, ‘상대방 코를 납작하게 만들겠다’느니 하는 잡스런 욕심을 갖지 않았더라면 그는 아마 원치도 않던 결과를 얻었을 것이다.

대부분 골퍼들의 싱글기록이나 최고기록은 최상의 컨디션이나 많은 연습의 결과에서 나오기보다는 무심코 욕심 없이 필드에 나갔다가 세워지기 마련이다.     

‘골프에서 방심이 생기는 가장 위험한 시간은 바로 만사가 순조롭게 진행될 때이다.’ 미국의 전설적인 골퍼 진 사라센의 명언이다. 자신의 컨디션이 최고라고 느낄 때가 골퍼에선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쉬운 홀 역시 쉬운 홀이 아니다. 쉽게 보이는 홀은 악마가 숨어있는 위험천만의 홀이다. 쉬운 홀에서 쉽게 파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쉬운 홀일수록 얕잡아보지 말아야 한다. 볼을 물체로 보지 말고 나의 분신으로, 정을 나눌 수 있는 대상으로 믿고 성심성의껏 스윙을 해야 한다.
벤 호건은 “볼은 나의 모든 응답을 구체화한 것이다. 스윙은 나의 의지를 볼에 전달하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명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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