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한국] 골프에서 핸디캡(handicap)은 참 묘하다. 그냥 골프 얘기를 할 때는 되도록 핸디캡을 낮춰 말하고 실제 라운드에서 내기에 들어가면 핸디캡을 실제보다 높여 주장한다. 체면을 내세울 때와 주머니를 생각할 때의 핸디캡이 달라진다. 그러면서도 모든 골퍼들은 궁극적으로 핸디캡을 낮추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핸디캡의 어원은 위스키를 좋아하는 스코틀랜드 사람들 사이에서 비롯된 것이 정설로 알려져 있다.
술과 친구를 좋아하는 스코틀랜드 남자들은 친구 셋 이상만 모이면 아침부터라도 술집으로 직행하여 술잔치를 벌이는 게 관습이라고 한다. 스코틀랜드 사나이들의 열린 가슴은 술값을 계산할 때도 그대로 드러나 각자 제 몫을 내는 네덜란드 사람들과는 달리 쩨쩨하게 굴지 않았다고 한다.
스코틀랜드 사나이들은 일행 중 누군가 “자, 이제 그만 마시고 술값을 내지!”하고 말하면 누군가가 모자를 벗어들고 “핸드 인 어 캡(Hand in a cap)!”하고 소리쳤다고 한다. 그러면 모두들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모자 속에 집어넣는데 일정한 액수가 없이 자기 주머니사정에 따라 내면 된다. 누가 얼마를 냈는지를 모르면서 모두 자기 형편에 맞게 냈다고 하니 그야말로 공평하고 마음 편한 방법이 아닐 수 없다.
모자 속에 쪽지를 넣어 제비뽑기를 하게 해 표시가 있는 쪽지를 뽑은 사람이 술값을 내게 한 데서 비롯되었다는 설도 있다.
  
이런 어원을 가진 핸디캡 제도를 골프에 도입했다는 것은 골프의 신사도를 말해준다. 상대방의 약점이나 허점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보완할 수 있도록 점수를 접어준다는 것은 골프가 남녀노소 불문하고 평생 운동으로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자리 잡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다.
18세기엔 경마에서 이 제도가 공식 도입되었다. 핸디캡 사정원(査定員)이라고 하는 심판관이 과거의 경기 기록에 따라 말의 부하중량을 달리 정하는데 빠른 기록을 가진 말일수록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달고 달려야 했다. 속보경마에서는 출발 지점을 달리 했다고 한다.

골프의 핸디캡은 만인이 편안 마음으로 수용할 수 있는 가장 민주적인 게임 룰이다. 다른 스포츠에선 약자는 어쩔 수 없이 패자의 쓰라린 맛을 봐야 하지만 핸디캡이라는 절묘한 룰이 존재하는 골프에선 강자라도 언제나 이기리라는 보장이 없다. 약자라고 해서 늘 진다는 법도 없다. 항상 ‘붙어볼만한 게임’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

핸디캡의 정신을 제대로 깨닫는다면 티잉 그라운드 위에서 “핸디캡을 더 달라” “못 주겠다”든가, “핸디캡이 엿장수 고무줄이냐, 늘었다 줄었다 하게!” 같은 대화를 애교로 넘길 수 있다.
그러나 골프를 하겠다고 나선 이상 높은 핸디캡을 자랑으로 내세울 수는 없다. 골프라는 것이 부단한 연습과 자기수양으로 스코어를 개선해나가는 게임인 만큼 핸디캡을 줄이려는 노력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골프기술을 완벽에 가까운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남아공의 게리 플레이어나 미국의 벤 호건은 거의 구도자의 자세에 가까운 집념으로 작은 체구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골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었다.
골프에서 핸디캡이란 상대방이 베푸는 은전을 받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자신의 약점이나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스스로를 자극하고자 동반자에게 하는 공개적 약속이다. 당연히 다음번에 만날 때엔 핸디캡을 줄이는 것이 골퍼의 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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