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훈(23)이 24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유러피언투어(EPGA) 커머셜뱅크 카타르 마스터스에서 공동 5위를 차지했다. 사진은 2014년 7월 브리티시 오픈에서의 모습으로 안병훈은 공동 26위에 오르며 선전했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24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유러피언투어(EPGA) 커머셜뱅크 카타르 마스터스에서 공동 5위를 차지한 안병훈(23)은 부모의 유명세를 떼어내더라도 세계 골프의 ‘슈퍼 신인’으로 지목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2009년 US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역대 최연소(17세10개월, 종전 기록은 뉴질랜드 동포 대니 리의 18세1개월)로 우승하고 마스터스 대회에 초청받을 때부터 미래의 슈퍼스타 감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11년 프로로 데뷔해 EPGA의 2부 투어인 챌린지투어에서 실력을 다져 지난해 브리티시오픈(디 오픈)에서는 한국선수로는 유일하게 컷을 통과해 공동 26위에 올랐다. 이 정도의 이력만으로도 국내 언론에서 대서특필 될 법했으나 이상하게 단발성 기사로 처리되었다. 언론에 등장하는 빈도가 낮은 탓도 있겠으나 뭐니 뭐니 해도 부모의 유명세가 너무 세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안병훈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만 안재형이나 자오즈민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안재형과 자오즈민은 모두 한국 및 중국의 국가대표 탁구선수로 1988년 서울올림픽에 참가해 각각 남자복식 동메달과 여자복식 은메달 및 단식 동메달을 딴 뒤 1년 뒤 결혼에 골인한 ‘탁구 커플’이다. 한중 수교 전이라 두 사람의 연애와 결혼은 ‘국경을 뛰어넘는 핑퐁 로맨스’로 양국 언론에 크게 소개되었다.
이런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면 뛰어난 스포츠 DNA를 물려받았을 텐데 안병훈은 어릴 때 체형이 비대한 편이었고 운동신경도 별로 없었다고 한다. 우연히 7살 때 아빠를 따라 실내 골프연습장에 갔다가 골프채를 휘둘러 봤다가 숨어 있던 스포츠 DNA가 발굴되었다. 이후 초등학교에 들어가 1 주일에 세 번 정도 특별활동으로 골프를 배우다 동네 부근 골프장에서 본격적으로 연습에 돌입했다. 체형이 크면서 유연하다는 것을 간파한 부모는 아들을 골프선수로 키우기로 작정, 중학교 2학년 때 미국으로 보내 골프와 학업을 병행토록 했다.
결실을 맺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미국에 건너간 지 채 3년이 안되어 한국인 최초 US 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그것도 최연소 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왜 그 때 우리 언론들이 이 대기록을 크게 취급하지 않았을까 지금 생각해도 이상하다. 나 역시 왜 한국 골프사에 남을 이 큰 사건을 그냥 지나쳤는지 부끄럽다. 잠시 골프에 신경을 끄고 지낸 기간이었던 것 같다.
1부 투어에만 관심을 보이는 언론의 특성 상 EPGA 2부 투어에서 활약하는 안병훈의 소식은 거의 전해지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디 오픈에서 도전 2년 만에 컷을 통과해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공동 26위에 올랐다. 여세를 몰아 작년 8월엔 EPGA 투어 2부 투어 챌린지투어 롤렉스 트로피 대회에서 우승하며 올 시즌 1부 투어 풀 시드를 확보할 수 있었다.  

EPGA투어에서의 출발도 예사롭지 않았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끝난 아부다비 HSBC 골프챔피언십에서 합계 12언더파로 어니 엘스, 저스틴 로즈, 올리버 피셔 등 쟁쟁한 선수들과 함께 공동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커머셜뱅크 카타르마스터스 대회에서 한때 선두에 한 타 차이까지 추적하는 선전을 벌이다 최종합계 15언더파로 공동 5위에 올라 EPGA투어 데뷔 두 번 만에 톱10에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남아공의 브랜든 그레이스가 19언더파로 우승한 이 대회에서 명성이 자자한 영국의 저스틴 로즈가 10언더파로 공동 13위, 남아공의 어니 엘스가 8언더파로 공동 23위, 영국의 폴 로리가 4언더파로 공동 46위에 올랐으니 신출내기 안병훈이 얼마나 펄펄 날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안병훈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쏟는 것은 이상과 같은 안병훈의 지난 행적 때문이 결코 아니다. US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을 때 그에게 쏟아진 ‘슈퍼 신인’ ‘차세대 골프스타’라는 찬사는 앞으로 펼쳐질 그의 앞길에도 여전히 유효하리라 믿는다.
미국에서 그의 별명은 ‘빅 벤(Big Ben)’이다. 한국이름 병훈을 줄여서 ‘벤’이란 애칭으로 통하는데 키 1m86cm 몸무게 96kg의 거구인데다 드라이브샷 비거리가 300야드를 넘나들어 ‘빅’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안병훈의 스윙을 보면 얼핏 일본의 마츠야마 히데키(23)를 연상케 된다. 마츠야마 히데키는 교과서적이면서 파워풀한 스윙과 긴 드라이브, 정교한 어프로치 등으로 PGA무대에 등장한 역대 일본선수 중 가장 뛰어난 선수로 평가받고 있는 선수다.
카타르 마스터스대회에서 안병훈은 마츠야마 히데키를 능가할 대물(大物)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우선 체격조건이 181cm 75kg인 마츠야마 히데키를 압도한다. 드라이브 비거리도 300야드를 넘는다. 탁구공을 잘 다룬 부모의 DNA를 물려받았는지 짧은 거리의 어프로치나 퍼팅에도 강하다. 장대한 체격에도 불구하고 스윙은 부드럽다. 스포츠스타 2세답게 정신력도 탁월해 승부처에서 더욱 강한 근성을 발휘한다. 

두 번의 EPGA투어 대회에서 증명되었듯 안병훈은 곧 로리 매킬로이, 리키 파울러 등 세계의 젊은 강호들과 세계 골프왕좌를 다툴 날이 머지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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