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문(28)이 1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의 실버라도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PGA 투어 2014-2015 시즌 개막전 프라이스닷컴 오픈에서 개인통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AFPBBNews = News1
PGA 투어 프라이스닷컴 오픈 최종순위
[골프한국] ‘경상도 머슴아’ 배상문(28)이 달라졌다. ‘한가락’하는 정도가 아니라 골프정글을 떨게 하는 터프한 강자로 나타났다. 

한국과 일본무대에서 차례로 상금왕을 차지해본 터라 골프기량 면에서 PGA투어에서도 통하리라 예상되었었다. 2011년 12월 PGA 퀄리파잉 스쿨을 공동 11위로 통과하면서 2012년부터 PGA투어에 뛰어든 배상문은 ‘루키답지 않은’ 루키시즌을 보내 세계 골프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특히 액센추어 매치플레이에서 한국의 자존심인 최경주가 김경태와 함께 32강전에서 고배를 마시고 양용은마저 16강전에서 중도하차한 상황에서 배상문만이 이언 폴터(영국), 찰 슈어첼(남아공), 존 센든(호주) 등 강적을 차례로 물리치고 8강전에서 로이 매킬로이와 맞붙어 대등한 경기를 벌여 팬들에게 그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골프 전문가들이 매킬로이의 일방적 승리를 예상한 가운데 배상문은 대선수와의 빅 매치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고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후반전에 드라이브샷이 흔들리면서 결국 16번 홀에서 세 홀을 져 모자를 벗어야 했지만 루키 배상문에겐 갈채가 쏟아졌다.

배상문은 트랜지션스 챔피언십(공동 2위)에서도 준수한 성적을 낸 데 이어 마스터스 대회에서도 1, 2 라운드를 타이거 우즈, 미겔 앙헬 히메네스와 같은 조로 플레이하면서 두 거장 틈에서 기죽지 않고 버텨내는 저력을 발휘했다.
그리고 PGA투어 진출 2년차 되던 2013년 5월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에서 미국의 동갑내기 강호 키건 브래들리를 제치고 드디어 PGA투어 첫 우승을 신고했다. 한국 국적 선수로는 최경주, 양용은에 이어 세 번째, 한국계인 앤서니 김, 케빈 나, 존 허까지 포함하면 여섯 번째 PGA투어 우승자가 되었다.

그렇다 해도 배상문은 PGA투어의 강자로 인정받기에는 부족한 듯했다. 그동안 우승 한 번, 공동 2위 한 번, 톱10 네 번이라는 성적도 그렇고 통계수치도 그의 위치를 잘 보여준다.
드라이브 비거리 288.5야드로 98위, 드라이브 정확도 67%로 86위, GIR 62%로 146위, 스크램블링 57%로 112위, 평균타수 71.168타로 124위, 페덱스컵 랭킹 122위, 세계골프랭킹 195위 등의 통계에서 결코 강자의 면모를 발견할 수 없다.

이런 배상문이 2014~2015 시즌 개막전인 프라이스닷컴 오픈에서 환골탈태, 골프 정글을 공포에 떨게 하는 포효를 내지르며 나타났다.
배상문은 1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의 실버라도 컨트리클럽에서 벌어진 PGA투어 프라이스닷컴 오픈 마지막 라운드에서 긴장감 탓으로 버디와 보기를 교환하며 타수를 많이 줄이지 못했으나 합계 15언더파 273타로 고대하던 PGA투어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날 하루 5타나 줄이며 2타 차이까지 좁힌 뒤 연장전을 기다리며 연습볼을 치던 호주의 스티븐 보디치는 배상문이 18번 홀에서 파로 마무리하자 멋쩍게 클럽을 챙겨야 했다.
 
배상문은 이번 대회 첫 라운드부터 골프팬들의 눈을 놀라게 했다. 첫 라운드부터 선두로 치고 나섰다. 둘째 라운드에서 한 타 차이로 선두자리를 내주었으나 셋째 라운드에서는 타이거 우즈나 로리 매킬로이를 연상케 하는 화려하고도 호쾌한 플레이로 4타 차이 선두로 나섰다.
특히 이글 1개, 버디 7개, 보기 2개를 기록한 3라운드에서 배상문의 플레이는 찬란했다. 전반의 5연속 버디 퍼레이드와 파4 357야드 17번 홀에서의 드라이브샷 원온에 이은 이글은 타이거 우즈나 로리 매킬로이나 되어야 만들어낼 수 있는 위대한 작품이었다. TV중계 화면에서 소개하는 배상문의 주요장면을 보면 마치 ‘오늘의 샷’ 모음이나 다름없었다. 미국 선수를 응원하는 갤러리들도 신들린 듯한 배상문의 플레이에는 박수갈채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미국의 프로 2년차 신예 재커리 블레어, 매트 쿠차, 헌터 메이헌, 브라이스 몰더, 스코틀랜드의 마틴 레어드, 영국의 리 웨스트우드, 남아공의 리티프 구센, 호주의 로버트 알렌비, 스티븐 보디치, 일본의 히데키 마쓰야마, 이시카와 료 등 PGA투어의 강자들이 파상적인 추격전을 펼쳤지만 추월하기엔 배상문이 너무 강했다.
배상문은 확실히 예전의 배상문이 아니었다. 모든 좋은 조건이 갖춰지면 우승도 할 수 있는 보통 선수가 아니라 언제나 우승 가능한, 준비된 강자로 변해 있었다.
그의 드라이브나 아이언샷은 비거리가 늘어났으면서도 정교함이 더해졌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집중도도 한층 높아지고 게임을 풀어가는 자세에 당당함과 패기가 넘쳤다. 특히 퍼팅과 스크램블 능력이 돋보였다. 한마디로 PGA투어 정복자로서의 조건을 두루 겸비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의 골프가 ‘맛보기 우승’에 만족하는 변방 골프에서 지배자의 골프로 비상하는 역사적 순간의 한 가운데에 배상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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