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주(19)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은 6월22일 한국여자오픈에서의 모습이다. ⓒ골프한국
[골프한국] 정확히 지금으로부터 한 달 열흘 전 ‘클로(KKLO)시대 도래하다’라는 다소 생뚱맞은(?) 제목의 칼럼을 썼다. 지구촌 여자골프계에 하이틴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소녀골퍼시대’가 닥칠 것으로 예고하면서 지구촌을 지배할 소녀골퍼의 대표주자로 우리나라의 김효주(19)와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7), 호주 교포 이민지(18)와 오수현(17)를 꼽았다. 무모할 수도 있는 모험이었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런 흐름이 감지되었다.

지난 달 3일 한화금융 클래식에서 만 19세의 김효주가 2위와 6타의 압도적 차이로 우승하는 모습을 보며 그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여자골프계를 지배할 거목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러프에 볼이 들어가면 어김없이 타수를 잃어야 하는 태안의 골든베이 골프코스, 여기에 태풍이 몰고 온 거센 바람, LPGA와 JLPGA 무대를 호령하는 한국 및 한국계 선수들이 총출동한 무대에서 김효주는 다른 차원의 골프를 보여주었다.
프로 데뷔하기 전인 2012년부터 아마추어 신분으로 한국(롯데마트)과 일본(산토리)의 프로무대에서 우승하면서 ‘괴물’로 불리기 시작한 김효주는 이미 시즌 3승, KLPGA투어 통산 5승을 쌓은 터라 그의 앞날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LPGA측이 예외조항을 적용하면서까지 입회시킨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7·한국명 고보경) 역시 아니카 소렌스탐이 탄복하고 시사주간지 타임이 2014년 세계를 움직이는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포함시킬 정도이니 주저 없이 ‘소녀골퍼시대’의 주역으로 꼽았다. 이미 시즌 2승을 챙기며 최연소 100만 달러 돌파라는 신기록까지 세운데다 참여하는 대회마다 인상적인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LPGA투어 다섯 번째 메이저대회인 에비앙챔피언십 대회를 프로전향 무대로 선택한 호주교포 이민지와 오수현을 대표주자에 포함시켰다.
이번 에비앙챔피언십 대회에 출전하기 직전까지 세계 여자 아마추어랭킹 1위였던 이민지는 2012년 미국 여자 주니어 챔피언십 대회와 2013년 호주 여자 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올 2월에는 호주골프투어 오츠 빅토리안 오픈에서 아마추어 신분으로 당당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8개국의 상위 랭커 4명이 출전한 인터내셔널 크라운대회에도 캐리 웹과 함께 출전할 정도다. 이민지는 이번 대회에서 공동 16위라는 좋은 성적으로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이민지의 프로 전향으로 세계 여자 아마추어랭킹 1위 자리를 물려받은 호주 교포 오수현 역시 캐리 웹이 이민지와 함께 호주를 대표할 차세대 여자골퍼로 지목한 괴물이다. 그는 올해 캐리 웹이 역전 우승한 호주마스터스 대회에서 최운정 등과 함께 준우승을 차지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들의 잠재력을 간파한 나는 이들의 이니셜을 따 ‘클로(KKLO)시대’라는 새로운 작명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클로시대’가 현실이 되다니!
15일 자정을 넘어 끝난 LPGA투어 시즌 마지막이자 다섯 번째 메이저대회인 에비앙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김효주가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연출하며 LPGA투어 첫 승을 메이저대회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첫 라운드에서 10언더파 61타를 쳐 에비앙 마스터스 골프코스에서는 물론 역대 남녀 메이저대회를 통 털어 가장 낮은 스코어를 기록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김효주는 대회 내내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특히 마지막 라운드에서 LPGA 통산 41승, 메이저 우승 7회의 백전노장 캐리 웹(40·호주)과 함께 챔피언조에 편성돼 과연 백전노장과 붙어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까 염려되었으나 그는 19세라는 나이를 무색케 하는 놀라운 집중력과 평정심, 그리고 과감한 승부근성으로 세계 골프팬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이 대회가 메이저로 승격되기 전인 2012년 에비앙 마스터스 대회에 아마추어 자격으로 참가해 공동 4위를 기록한 적이 있지만 세계 골프랭킹에 따라 초청선수로 참석한 김효주가 우승까지 하리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한 타 차이 선두로 캐리 웹과 마지막 라운드를 맞은 김효주의 플레이는 캐리 웹이 스스로 무너질 정도로 침착하고 견고했다. 오히려 경쟁자는 LPGA의 고참 최나연과 허미정, 함께 초청선수로 참가한 장하나였다. 한국선수들끼리의 우승경쟁 양상을 보이던 마지막 라운드는 후반 접어들면서 캐리 웹이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고 김효주가 두 번의 보기를 범하면서 16번 홀에선 한 타 차이로 선두를 내주었다.

김효주의 진가는 18번 홀에서 발휘되었다. 캐리 웹의 볼은 2단 그린 아래쪽 에지에 떨어졌고 김효주는 과감하게 핀을 향해 두 번째 샷을 날려 홀 4.5m 거리에 올려놓았다. 캐리 웹의 첫 번째 어프로치샷은 홀을 2m나 지나쳤고 김효주는 까다로운 라인을 정확히 읽은 뒤 버디에 성공했다. 캐리 웹은 오랫동안 라인을 살피고 신중하게 스트로크를 했으나 홀을 벗어나면서 김효주의 극적인 메이저대회 우승이 결정되었다. 그리고 ‘클로시대’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이번 우승으로 세계 랭킹도 20위에서 10위로 껑충 뛰어오르고 Q스쿨을 거치지 않고 앞으로 5년간 LPGA투어에서 활약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 김효주가 LPGA무대에서 새로운 골프 전설로 만개하기를 기대해본다.  

무엇보다 한국 여자골프가 골프의 변방이 아닌 중심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선에 오른 72명 중 24명이 한국선수 또는 한국계인 것은 차지하고라도 톱10 15명중 한국인 및 한국계가 6명이 포진했으니 어찌 세계 골프의 주류가 태극낭자라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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