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한국] 박세리의 US오픈 우승과 함께 장정의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 장면은 한국 골프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다.
1998년 LPGA투어의 신인인 박세리(당시 20세)가 US여자오픈 최종 연장전에서 양말을 벗고 워터 해저드에 들어가 러프 탈출에 성공하며 우승하는 장면이 IMF위기로 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었다면 2005년 장정(당시 25세)이 웨타빅스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스웨덴의 아니카 소렌스탐, 소피 구스타프슨 등 강적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우승하는 모습은 한국인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는 감동의 순간이었다.

1m55cm의 단신인 장정이 영국 사우스포트 로열버크데일 골프코스를 당당히 걸어가는 장면은 골프의 본고장 영국인들과 세계 골프팬들에게는 충격과 경이였다.
극동의 작은 나라에서 온 작은 소녀가 건장한 서구 여성들 틈에서도 기죽지 않고 당당히 맞서 우승컵을 움켜쥐는 장면을 생중계로 지켜본 세계 골프팬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환호와 갈채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박세리의 US 여자오픈 우승이 실의에 빠진 한국인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빛나는 스포츠 이벤트였다면 장정의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은 골프 본고장에서 한국 여자골프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발휘한 골프사의 대사건이었다.
당시 골프의 세계로 발을 들인지 10년도 채 안되었지만 장정에게서 받은 나의 감동과 흥분은 며칠이 지나도록 식지 않을 만큼 강렬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런 장정(34)이 동료 한희원(36)과 함께 지난 1일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컬럼비아 에지워터CC에서 막을 내린 LPGA투어 포틀랜드 클래식을 끝으로 LPGA투어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박인비 최나연 유소연 등 LPGA의 주축 태극낭자들이 박세리의 US여자오픈 우승을 보며 골프의 꿈을 키운 LPGA투어 2세대라면 장정과 한희원은 1.5세대인 셈이다.
1세대 박세리나 2세대만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했지만 LPGA투어에서 태극낭자들이 오늘의 위치에 오르는 데 씨앗과 거름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전적만 놓고 보면 일본 투어에서 2승, LPGA투어에서 6승을 올린 한희원에 비해 장정은 일본여자오픈 우승과 LPGA투어 2승(웨타빅스 브리티시 여자오픈, 웨그먼스 LPGA챔피언십)에 그쳐 골프선수로서 그다지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지 못한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
그러나 장정은 김미현과 함께 ‘땅콩’ 혹은 ‘수퍼땅콩’이란 애칭을 나눠 가지며 인상적인 LPGA 투어생활을 해 의외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LPGA투어 6승, 준우승 3회의 김미현이 경이로운 오버스윙과 정교한 페이웨이 우드 샷으로 경탄의 대상이었다면 장정은 작지만 다부진 체격에 항상 미소를 잃지 않고 주변을 즐겁게 하는 낙천적 기질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선수로 사랑을 받았다.

미국 골프팬들에겐 ‘JJ’란 애칭으로 더 알려진 장정은 안면기형 어린이의 수술을 위한 꾸준한 기부활동과 한국전 참전용사를 위한 기부와 봉사활동, 적십자 봉사활동에도 적극 나서 골프팬들의 사랑이 유난히 깊었다.
장정이 가족 곁으로 돌아가 행복한 가정을 지키는 데 대해선 축하해줄 일이지만 그의 당당한 플레이를 이제는 볼 수 없다는 것은 못내 아쉽다.
굿 바이 J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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