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경은 1일(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컬럼비아 에지워터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포틀랜드 클래식 최종라운드 연장전에서 패했다. 사진은 2013년10월18일 LPGA 하나·외환 챔피언십에서의 모습이다. ⓒ골프한국
[골프한국] 이번에는 김인경(26)이 입스(Yips)로부터 벗어날 줄 알았다. 제발 벗어나기를 바랐다.

지난달 28일부터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콜럼비아 에지워터CC에서 열린 LPGA투어 포트랜드클래식에서 김인경은 첫 라운드부터 7언더파를 몰아치며 선두로 박차고 나섰다. 둘째 라운드에서도 67타를 휘둘러 한국 골프팬들은 김인경이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그동안 악귀처럼 달라붙어 그녀를 괴롭혀 온 입스로부터 깨끗이 벗어나기를 간절히 염원했다.
그러나 3 라운드에서 짧은 퍼팅 미스가 자주 나타나면서 예감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 공동선두와는 한 타 차이에 불과한 공동 4위에 자리 잡아 충분히 희망을 가질 만했다.
 
김인경은 1일(한국시간) 마지막 라운드에서 톱10 안에 포진한 유소연 최운정 지은희 허미정 최나연 이일희 등 7명의 태극낭자군의 일원으로 우승컵을 거머쥐기 전력을 다해 무명의 오스틴 언스트(22·미국)와 연장전까지 돌입했으나 끝내 마지막 퍼팅이 홀을 외면해 단독 2위에 만족해야 했다.
당초 태극낭자들이 공략목표로 삼았던 수전 페테르센(노르웨이)과 칼로타 시간다(스페인)는 태극낭자들의 추격에 맥없이 주저앉았지만 아무도 우승후보로 예상하지 않았던 오스틴 언스트의 신들린 듯한 라운드로 태극낭자의 LPGA투어 4연승도 무산되고 말았다.

오스틴 언스트는 2012년 LPGA Q스쿨을 거쳐 프로로 전향, 2013년 LPGA투어 풀시드를 얻었으나 그동안 23번 출전해 13번 컷을 통과하고 톱10에 두 번 든 것이 최고의 성적이다. 롤렉스 랭킹 145위의 그야말로 무명선수였던 오스틴 언스트는 태극낭자들의 치열한 추격전 속에서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려 신데렐라가 되는 즐거움을 맛보았다.
 
무엇보다 한국 골프팬들을 안타깝게 한 것은 김인경이 최선을 다했음에도 입스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셋째 라운드만큼은 심하지 않았지만 넷째 라운드에서도 김인경은 짧은 퍼팅을 몇 번 놓치고 연장전 파 퍼팅마저 놓치면서 그녀가 여전히 매우 지독한 입스의 손아귀에 잡혀 있음을 실감케 했다.
지난 2012 4월 LPGA 첫 메이저 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30cm 짜리 우승 퍼팅을 놓쳐 유선영과 함께 연장전에 돌입해 패배, 메이저 대회 첫 우승의 기회를 날려 버린 뒤 김인경은 이후 극심한 입스에 빠져 남모를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짧은 퍼팅에 대한 극심한 불안감 못지않게 유난히 연장전에서 패한 경험이 많은 김인경이 이번의 연장전 패배로 연장전 패배가 새로운 징크스로 굳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2010년 11월 로레나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이후 우승이 없는 김인경은 2012년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연장전에서 패한 것을 비롯, 연장전 4전 4패를 기록 중이어서 퍼팅 입스와 함께 연장전 패배의 징크스에서 벗어나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됐다. 

도대체 입스가 무엇이기에 이렇게 선수들을 괴롭히는가.
영어사전을 보면 ‘운동선수들이 지나치게 실패를 두려워해 생기는 신경성 긴장(nervous tension that causes an athlete to fail)’ 정도로 설명하고 있다. 특히 골프에서 짧은 퍼트를 할 때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호흡이 빨라지고 심리적으로 불안해하는 상태를 지칭한다. 쉽게 설명하면 너무 잘 하려고 하거나 지나치게 겁을 먹고, 실패하면 어떻게 하나 하고 지레 걱정하면서 정신이 혼미해지고 근육이 경직되는 현상들을 총칭하는 것이다. 
입스의 어원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으나 아마도 긴장한 나머지 나오는 우스꽝스런 움직임을 나타내는 의태어일 것으로 짐작되고 있는 정도다.
이 용어가 골프에서 쓰이기 시작한 것은 영국의 명 프로 토미 아머(Tommy Armour)가 1963년에 펴낸 지침서 ‘ABC's of Golf’에서 사용하면서부터인데 그 전에는 긴장해서 퍼팅이나 드라이버샷을 실수하는 것을 jitters라고 했다고 한다.
요즘에는 골프에서뿐만 아니라 테니스 야구 축구 농구 등 다른 스포츠분야에서도 이 용어가 즐겨 사용되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명성을 날렸던 차범근도 패널티 킥을 두려워하는 입스가 있어 패널티 킥만은 사양하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프로골퍼 강욱순 선수도 오래 전 PGA Q스쿨 최종전에서 1m 짜리 Par 퍼팅을 넣으면 PGA 진출이 되는데 결국 이를 넣지 못해 몇 년 동안 입스에 시달렸다고 한다.

쉽게 입스나 징크스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이 있다면 좋으련만 신경 쓰면 쓸수록 증세가 심해지는 게 특징이라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으로선 안타깝기 그지없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방법을 내놓겠지만 필자는 무엇보다 아픈 기억을 쉬 지워버리는 망각훈련, 눈앞의 과제에만 집중하는 단순명료한 집중력을 키우는 일, 그리고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지레 상상하고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습관을 갖지 않도록 노력하는 길 외에 무슨 좋은 방법이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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