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미가 17일 일본 나가노현 가루이자와 72 골프장 북코스에서 열린 JLPGA 투어 NEC 가루이자와 72 골프 토너먼트 최종 3라운드에서 시즌 3승째를 거뒀다. 사진은 2013년6월21일 한국여자오픈 2R에서의 모습이다. ⓒ골프한국
[골프한국] 이보미(26)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NEC 가루이자와 72 골프토너먼트에서 극적인 우승을 차지하면서 상금랭킹 선두로 올라섰다. 
둘째 라운드에서 무려 8언더파를 몰아쳐 이미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마지막 3라운드에서 일본의 강호 기쿠치 에리카, 오야마 시호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첫 홀에서 깨끗한 버디로 승부를 끝장내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보미가 대단해보였던 것은 시상식이 끝난 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통역 없이 말끔하게 인터뷰를 소화해내는 모습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을 괜히 기분 좋게 하는 특유의 밝은 미소를 얼굴 가득 담은 채 머뭇거림 없이 재치 있고 품위 있는 자세로 일본어로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은 오늘의 이보미가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하는데 충분했다.

일본 진출 3년 만에 벌써 8승을 거두며 안선주 신지애와 함께 JLPGA투어를 지배할 수 있는 비결이 골프기량만일까. 
2011년 KLPGA투어 다승왕 상금왕 최저타수상 등을 독점할 정도의 탁월한 골프실력을 인정하더라도 2012년 물설고 낯선 일본 무대에 진출하자마자 3승을 거두고 지난해 2승을 보태더니 올해 벌써 3승을 쓸어 담을 수 있는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탁월한 골프기량과 함께 현지어를 알아듣고 말할 수 있는 능력 즉 말문과 말귀가 빨리 열린 덕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지난해 관훈클럽 주최의 최경주 초청 간담회에서 들은 최경주의 경험담이 떠오른다. 큰물에서 한번 뜻을 이뤄보자고 독한 맘 먹고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영어를 체계적으로 배울 기회가 없었던 그로서는 도통 말문이 열리지 않고 말귀를 알아들을 수 없었다. 상대방이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그저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탱큐!” “오케이!”를 연발하며 위기를 넘겼다. 늘 웃는 얼굴로 탱큐를 입에 담으니 자연히 상대방도 이쪽의 고충을 이해하고 접근을 해오고 친절하게 대해주더라는 것이다.
지금은 통역 없이 인터뷰를 할 정도가 되었지만 만약 최경주가 그때 영어를 잘 할 수 있었다면 보다 많은 승수를 쌓을 수 있지 않았을까.

언제가 미국에 진출한 한국 여자선수들끼리 대화하는 프로에서 한 여자선수가 “대회를 끝내고 시상식에서 영어로 인사하고 영어로 인터뷰해야 하는 것이 겁이 나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더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되살아난다.
설마 우승할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영어 인터뷰가 겁나 스스로 그 기회를 날려 버리지야 않았겠지만 그만큼 한국 선수들이 현지어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기량이 탁월한 많은 한국 선수들이 미국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기량에 비해 우승 기회가 적은 이유, 일찍 해외로 유학 간 선수나 교포선수들이 현지 선수생활에 빨리 적응하는 이유를 이유는 말문과 말귀가 열렸느냐 닫혔느냐에 크게 좌우되지 않을까.

현지어로 듣고 말할 수 있는 능력만 있으면 그만큼 다른 선수와의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많아지고 연습하면서 서로의 팁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경기장에서 서먹함이나 낯섬, 불안감 없이 주눅 들지 않고 자신감에 찬 라운드를 펼칠 수 있다. 좋은 성적은 내면 자연히 인터뷰의 기회도 많아져 자신의 존재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난다.
미셸 위나 리디아 고가 대중적 인기를 누릴 수 있는 것도 훌륭한 골프기량 못지않게 많은 인터뷰를 통해 골프와 관련된 커뮤니케이션이 자유롭게 이뤄져 그만큼 골프팬들에게 알려질 기회가 많아지기에 가능한 것이다.
 
실제로 동네 연습장에서도 골프 초보자라 해도 말문 말귀가 열린 사람은 골프 향상 속도가 빠르다. 쉽게 주위와 친해지고 말귀도 잘 알아들어 골프와 관련된 많은 팁을 받고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미 해외 무대에 진출한 선수들이야 현지어로 말문 트고 말귀 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하겠지만 해외 진출을 계획하는 선수들은 기량 못지않게 현지어로 듣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데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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