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최근 메이저 대회 성적
[골프한국] 21일 새벽(한국시간) 잉글랜드 호이레이크의 로열 리버풀 골프코스에서 끝난 제143회 디 오픈 챔피언십을 보며 중국 창장(長江) 즉 양쯔강 크루즈 여행을 떠올렸다.
벌써 10년도 훨씬 지난 얘긴데 중국 서부 내륙의 충칭(重慶)을 출발해 세계 최대의 댐인 싼샤(三峽)댐을 지나 하류인 이창(宜昌)에 이르는 3박4일 코스였는데 비경의 협곡을 지나면서 삼국지의 유적지 등을 둘러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던 기억이 새롭다. 
급한 물살을 타고 하류로 내려오는 내내 ‘長江後浪推前浪(장강후랑추전랑) 一代新人換舊人(일대신인환구인)’이란 중국의 고사가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듯 한 시대의 새 사람이 옛사람을 대신하네.’

허리 수술로 한동안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던 타이거 우즈가 땅에 떨어진 골프황제의 명성을 되찾겠다며 절치부심 디 오픈에 출전했으나 컷오프 탈락을 안 한 것만도 천만다행이 되고 말았다. 간간이 왕년의 날카로운 샷을 선보이기도 했으나 타이거 우즈는 4라운드 합계 6오버파로 69위라는 치욕의 성적을 남겼다.
솔직한 느낌은 이미 타이거 우즈의 태양은 중천을 훨씬 지났다는 것이었다. 대신 그의 후계자로 지목받아온 이번 대회 우승자 로리 매킬로이(24·북아일랜드)와 세르히오 가르시아(34·스페인), 리키 파울러(25·미국), 아담 스콧(34·호주), 더스틴 존슨(30·미국) 등이 새로운 태양으로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타이거 우즈는 아프리카 동물의 왕국을 지배하던 숫사자가 아니었다. 한때 그의 등장만으로, 그의 포효만으로 벌벌 떨던 새끼 사자들이 어느 새 당당한 성년 숫사자로 자라 그에 맞서는가 싶더니 그를 제압하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젊은 숫사자들이 들판을 휘젓는데도 타이거 우즈는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특히 매킬로이는 탁월했다. 이번 디오픈 챔피언십 우승으로 2011년 US오픈과 2012년 PGA챔피언십에 이어 세 번째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획득한 매킬로이는 앞으로 마스터스 토너먼트만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눈앞에 두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타이거 우즈의 나이도 38세를 지나 연말이면 39세가 된다. 65세 넘은 나이에 디 오픈에 참가해 패기만만한 선수들과 겨뤄 최고령 컷 통과 기록을 세우고 본선에서도 공동 51위로 마감한 탐 왓슨(미국)을 생각하면 나이 탓으로 돌릴 계제는 아니지만 혈기왕성한 젊은 사자들과는 확연히 비교되었다. 
그동안 타이거 우즈의 기세에 눌려 맥을 못 추던 젊은 사자들은 우즈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듯 자신들의 플레이를 펼쳤다. 특히 4라운드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한 로리 매킬로이를 비롯해 2타 차 2위를 차지한 리킬 파울러와 세르히오 가르시아와 위협적인 샷을 날리며 추격전을 펼친 아담 스콧, 더스틴 존슨 등은 젊은 골프황제로서의 품격과 위엄과 자질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바야흐로 타이거 우즈의 자리를 두고 젊은 사자들이 혈투를 벌이는 전국시대가 도래했다는 느낌이다.

그대로 모를 일이다. 타이거 우즈가 다시 무뎌진 이빨과 발톱을 갈고 힘을 길러 젊은 사자들을 무릎 꿇리는 날이 올지.
‘살아있는 전설’ 톰 왓슨의 길을 따른다면 타이거 우즈가 잭 니클로스의 기록을 깨는 것도 기대할 수 있겠지만 과연 골프 수행자 같은 톰 왓슨의 길을 걸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PGA투어 통산 39승을 올린 왓슨은 브리티시오픈 5차례를 포함해 메이저대회에서 통산 8차례나 우승한 백전노장. 특히 60세였던 2009년 이 대회에서 스튜어트 싱크(미국)와 연장 접전 끝에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해 잭 니클로스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게 했다.
이 사건 이후 로열 앤드 에인션트 골프클럽(R&A)은 브리티시오픈 역대 챔피언들에게 만 60세까지만 출전할 수 있도록 한 기존 규정을 고쳐 톱10 안에 든 역대 챔피언들에게 5년간 더 출전할 수 있도록 변경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선수들이 줄줄이 컷 통과에 실패한 가운데 유일하게 컷을 통과해 합계 4언더파로 공동 26위에 오른 안병훈(23)은 세계 무대에서 통할 재목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1988년 서울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로 유명한 안재형-자오즈민의 아들인 안병훈의 디 오픈 도전은 처음은 아니다. 2009년 US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덕분으로 이듬해인 2010년 브리시티오픈에 출전했으나 컷 통과에 실패했다. 2011년 프로로 전향한 안병훈은 유럽프로골프투어의 2부 투어인 챌린지투어에서 뛰었지만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다 올해 브리티시오픈 최종 예선전에서 출전권을 따내 디 오픈 무대에 섰는데 그로선 프로골퍼로서 새로운 전기를 경험한 무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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