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와 필드 가이드 모두에게 설렘을 선사하는 홀인원. 짧지만 설렘이 가득했던 그 추억 속으로 떠나본다.

라비에벨CC 박세원 필드가이드
하늘은 더없이 푸르고,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는 오늘도 변함없이 나의 하루는 시작됐다. 화창한 날씨 덕분인지 여느 때와 별반 다를 것 없는 라운드도 더없이 즐겁게만 했다. 유난히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다다른 파3 홀.

그린 왼쪽 중핀을 향해 시원스레 샷을 날린 고객들의 볼은 그린을 향해 멋지게 날아갔다. 오른쪽으로 두 분, 그린 중앙으로 한 분, 그리고 마지막 고객의 볼도 중앙에 떨어져 왼쪽으로 흐르는 경사를 따라 핀을 향해 굴러가는 듯 했다.

그린으로 이동하려 고객의 클럽을 받아 드는데 동반자 중 한 분이 그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어~?’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돌려보니 마지막에 친 고객의 볼이 아직 구르고 있었다. 잠시 후 ‘틱’하는 소리가 들렸다. 역광에 눈이 부셔 제대로 보이진 않았지만 우리 모두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린으로 이동하는 짧은 시간 우리는 술렁였다. 들어간 것 같다며, 들어갔으면 오늘 라운드는 이제 끝이라며 흥분하는 고객들 사이에 나도 설마하는 마음 한편으로 설렘이 한 가득이었다.

문득 지난 필드가이드 생활 중 홀인원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간다. 첫 홀인원은 아무 것도 모르던 시기에 찾아와 고객도 나도 허둥지둥 어리바리하게 지나가버렸다. 그리고 꼭 한해 뒤에 내 삶에 잊지 못할 홀인원 라운드를 경험하게 됐는데,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너무나 생생하다.

땅이 꽁꽁 얼어가는 시기였다. 라운드 중 전반 7번홀에서 도로를 맞고 튄 볼이 홀로 빨려 들어갔다. 어안이 벙벙해져서 제대로 축하도 못 드린 채 계속 라운드를 이어갔다. 후반 첫 파3 홀, 그린 앞에 있는 해저드에 빠져야 할 볼이 얼음을 맞고 튀어 홀로 빨려 들어갔다. 잠시 멍했던 우리는 이내 얼싸안고 마음껏 기쁨을 누렸다. 아마 그날의 라운드는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홀인원 라운드처럼 오늘도 고객들과 기쁨을 나눌 수 있으리라는 설렘으로 도착한 그린에서 우리는 잠시 침묵했다. 볼은 홀에서 한 뼘 정도 지나쳐 멈춰있었다. 정말 핀을 맞은 것인지, 아니면 환청이 들린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것은 평생 한 번 할까말까한 홀인원의 기회가 아쉽게 지나갔다는 것이다.

아쉬운 마음으로 ‘나이스 버디!’를 외치며 홀아웃을 했고, 나보다 더 아쉬웠을 고객을 다독이며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골퍼라면 누구나, 그리고 필드가이드 또한 언제나 기대하는 라운드의 선물 홀인원. 실력일수도 행운일수도 있지만 그런 작은 기대가 라운드를 더 즐겁게 하는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내일도 홀인원의 쾌감만큼 유쾌한 라운드가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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