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를 입 안에 넣고 와인을 음미하면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롯데칠성음료㈜ 와인사업부 지점장. 업무를 위해 와인 공부를 시작, 와인에 관한 풍부한 지식과 해박한 상식으로 유명하다.
우리가 와인을 마실 때를 곰곰이 생각해보자. 막 와인 병을 오픈하고 첫 잔을 들 때, 대부분의 경우 안주를 입 안에 넣지 않고 먼저 와인을 마시기 마련이다. 이때 입안에서 느끼는 맛은 그리 탐탁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특히 레드 와인의 경우 떫은맛, 신맛이 그대로 강하게 입 언저리에 전해져 오는 듯해서 그러하다.

좋은 와인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데도 입안은 그저 강한 신맛을 먼저 받아들이고 있는 형편이다. 이어서 곧장 식탁에 마련돼 있는 안주 한두 점을 입 안에 넣고 다시 와인 잔을 기울여보면 희한하게도 와인의 맛은 확 달라진 느낌을 준다. 한결 깊고 유순하며 약간은 감미롭다. 한마디로 기분 좋은 맛을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무슨 조화가 일어났을까? 바로 와인과 침(Saliva)이 한데 어울려 상호작용(Interaction)을 가진데서 그 원인을 찾게 된다. 레드 와인의 본질은 탄닌이다. 이는 포도의 씨, 껍질 등에 함유된 안토시아닌(Anthocyanins, 붉은 색소)과 페노릭(Phenolics)이 발효를 통해 추출되면서 한데 합성돼 만들어진 물질이다. 기본적으로 이는 떫은맛을 띤다. 또 다른 와인의 성분으로 산(酸)이 있다. 이는 곧 신맛을 보인다. 이에 더해 알코올은 원래 단맛을 지닌다.

이처럼 와인은 약간의 단맛, 떫은맛과 신맛이 깊게 베 있어 이들이 우리들 입에서 거칠고 떫은맛, 강한 신맛, 부드럽고 유순한 맛 등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와인을 마시면 알코올과 탄닌으로 인해 우선 침샘에 영향을 미치고 침의 윤활유 역할이 사라지게 돼 입안은 마르게 된다.
이 상태에서 안주, 특히 신맛의 음식을 들게 되면 침의 분비량이 늘고 참 속에 들어 있는 점성의 당 단백질이 와인의 맛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다시 말해 안주 없이 첫 잔의 와인을 들다가 음식을 먹은 후 와인을 마시게 되면 입안은 넉넉한 침으로 인해 윤활 작용으로 와인의 감미가 더해지면서 한결 유순하고 감미로운, 그리고 기분 좋은 와인의 맛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흔히들 와인을 테이블 와인이라고도 한다. 바로 식탁에서 음식에 곁들여 마신다는 뜻이다. 그리고 달리 와인과 음식의 결합(마리아주)을 이야기 한다. 바로 와인의 제 맛을 얻기 위해 반드시 음식이 곁들어져야 한다는 이치다. 우리들 술의 경우에도 꼭 안주를 챙겨 마시도록 하는 현실적 이유가 달리 있는 것이 아니다. 기분 좋은 와인을 마시려면 우리들 모두가 안주를 곁들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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