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에게 한식과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한다.

이영철_ 롯데칠성음료㈜ 와인사업부 지점장. 업무를 위해 와인 공부를 시작, 와인에 관한 풍부한 지식과 해박한 상식으로 유명하다.
한식에 와인을 조화시키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주로 먹는 한식, 여기 에 곁들일 술을 고를 때 와인을 자주 선택하는 필자도 “이 와인이 좋다”고 단언하기 힘들다. 서양식의 경우 ‘테루아르 원칙’에 따라 특정 지역 스타일의 음식에 그 지역 와인을 곁들이면 어려움이 없다. 그런 점에서 여러 와인 전문가들은 와인이 한식에 잘 맞을지 의문을 가진다. 하지만 요리별 특성을 유심히 살피면 한식과 조화로운 와인을 찾아볼 수 있다.


갈비찜과 어울리는 레드와인

간장을 많이 쓰는 갈비찜의 경우는 생각보다 수월하다. 와인의 산 성분이 간장의 뒷맛을 깔끔하게 정리해주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탈리아산 키안티 클라시코 계열의 와인을 우선적으로 권한다. 간장의 깊은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부드러운 고기의 씹는 맛도 살려주기 때문이다. 키안티 클라시코의 주품종은 산지오베제라는 이탈리아 품종으로 드라이하면서도 하드하지 않아 한식에 비교적 잘 어울린다. 칠레와 미국산의 강렬한 와인도 잘 어울린다. 갈비찜의 간장 양념이라면 이 정도의 와인을 소화해 낼 수 있다. 이들 지역의 와인은 품종이 명시돼 있는데 더 흔한 카베르네 소비뇽보다는 메를로를 선택하는 게 좋다. 카베르네 소비뇽보다 메를로가 더 유순해서 갈비찜에 어울린다.


생선전에는 화이트, 꼬치에는 레드

추석에 즐겨 먹는 음식으로 각종 전이 빠질 수 없다. 특히 생선전의 경우 주로 동태 살을 이용하는 데, 생선에는 화이트와인이라는 일반적인 등식을 떠올려 볼 수 있다. 특히 생선전은 비교적 낮은 온 도에서 조리하므로 기름 함유량이 더 많을 수 있다. 때문에 단맛이 강하고 밀도가 높은 화이트와인 이 잘 어울린다. 가장 좋은 선택은 프랑스 알자스나 독일의 게뷔르츠트라미너, 리슬링 품종이다.

꼬치는 보통 채소와 게맛살, 고기를 섞어 지진다. 서로 다른 맛의 음식이 섞여 있어서 매치에 어려움 이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쉽다. 왜냐하면 이 음식도 간장에 찍어 먹기 때문이다. 간장은 서로 다른 재료를 하나로 묶는 효과를 낸다. 기름, 고기, 간장이라는 세 가지 재료를 염두에 두면 중간 정도의 바디를 가진 레드와인이 어울린다고 할 수 있겠다. 칠레, 미국, 호주의 레드와인(2~5만원대)이면 좋고, 프랑스산도 보통 수준(3~7만원대)의 보르도 와인이 좋다.


떡, 과일은 샴페인이나 스파클링으로

와인과 함께 먹지 못할 음식은 없다. 효과의 문제일 뿐이다. 떡이나 송편은 입안에 달라붙는 질감을 가진 음식이다. 그래서 개운한 뒷맛이 필요하지만 단맛이 강하므로 발포성 와인, 즉 샴페인이나 스파클링을 곁들이는 게 좋다. 어떤 음식과도 무난하게 조화되는 샴페인은 송편의 질감을 상쇄시켜주면서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샴페인은 과일과도 어울린다.

한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찾는 것은 꽤 난감한 문제다. 우리네 식사법이 코스가 아닌 한상에 차려놓고 먹는 문화여서 음식마다 다른 와인을 서브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한상 차려진 명절 한식상에는 화이트와인이 두루 어울릴 것이다. 미국, 칠레, 호주 지역의 4~5만원대 화이트와인이라면 최상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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