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의 특성을 이해하면 더 좋은 샷감(손맛)을 느낄 수 있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잔디의 종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잔디에 따라서 샷감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잔디에 익숙한 골퍼들은 양잔디 코스에서 스코어가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아마추어도 잔디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더 좋은 스코어와 샷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국내 골프장에서 사용되는 잔디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한국잔디(들잔디, 중지), 그리고 서양에서 도입한 양잔디(켄터키블루그래스, 벤트그래스, 버뮤다그래스)다. 잔디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생태적으로 분류한다면 따뜻한 지역에서 잘 자라는 난지형과 추운지방에서 잘 자라는 한지형이 있다. 난지형은 한국잔디와 버뮤다그래스가, 한지형은 켄터키블루그래스와 벤트그래스가 대표적이다.

한국잔디는 잎의 질감이 양잔디에 비해 질기고 뻣뻣해서 클럽과 접촉 시 잘 미끄러지는 특성이 있다. 2~3센티미터 정도로 짧게 깎은 페어웨이에서는 볼을 잘 받쳐주기 때문에 좋은 볼 컨텍이 이뤄질 수 있다. 한지형에 비해 밀도가 낮기 때문에 임팩트 시 클럽에 잔디의 저항이 크지 않아 파워가 약한 여성골퍼나, 혹은 약간의 미스샷에도 거리 손실이 크지 않아 양호한 임팩트를 만들 수 있다. 때문에 비교적 초보 골퍼들이 편안하게 칠 수 있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다만 포복경이 강하게 엉켜 있어 가파른 다운블로에 의한 볼 컨텍은 줄기의 저항 때문에 미스샷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가능하면 디보트를 적게 만드는 샷이 유리하다.

예고가 다소 높은 페어웨이의 경우 신발이 잔디에 약간 묻히고 잔디 잎이 뻣뻣해 볼이 2~3센티미터 정도의 티에 올려놓은 것과 같은 상황이 된다. 그 결과 볼이 발보다 약간 높은 상태에 있으므로 평소 연습장에서 치는 것보다 클럽을 약간 짧게 잡고 부드럽게 밀어치는 느낌으로 스윙을 하는 것이 좋다. 페어웨이우드샷도 쓸어 치는 것이 좋다.

양잔디는 잎이 가늘며 부드럽고 밀도가 높다. 잔디 잎이 부드럽고 밀도가 높기 때문에 임팩트 시 클럽과 마찰할 때에 저항이 많이 발생한다. 그래서 저항을 이기고 좋은 볼 컨텍을 위해서는 임팩트 시 한국잔디보다 강한 힘이 전달돼야 한다. 만약 뒤땅을 치면 한국잔디와 달리 잔디의 조직과 부드러움이 클럽의 힘을 흡수해 샷거리가 크게 줄어든다. 또한 대부분 양잔디 페어웨이는 켄터키블루그래스의 경우 1.5~2센티미터, 벤트그래스는 0.8~1센티미터 정도로 짧은 예초를 하므로 잔디 표면과 지면과의 차이가 한국잔디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때문에 볼을 정확하게 임팩트하지 않으면 뒤땅이 발생해 초보 골퍼들의 샷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양잔디는 한국잔디보다 줄기나 뿌리의 강도가 약하고 얕은 포복경, 혹은 지하경으로 번식하기 때문에 디보트가 만들어지면 맨땅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잔디와의 마찰을 최소한으로 줄여 볼만 쳐야한다. 다운블로에 의한 정확하고 강한 임팩트로 잔디의 저항을 최소화해 넓은 디보트를 만드는 샷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러한 샷을 만들기 위해서는 볼과의 거리를 볼 1개 정도 멀리, 또는 평소보다 오른발 쪽으로 볼 반개 정도 옮겨 놓고 볼 앞부분을 친다는 기분으로 샷을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

이처럼 잔디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 특성에 맞는 샷을 구사한다면 실수를 줄여 좋은 스코어를 만들고, 잔디의 종류에 따른 샷감(손맛)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심규열
한국잔디연구소 소장
월드컵조직위원회 잔디전문위원
한국잔디학회 회장
경상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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