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 the Radar
막판의 불운으로 1989년 PGA챔피언십의 우승을 놓친 후로 25년이 지났지만, 마이크 ‘레이더’ 리드는 여전히 스프링클러 꼭지를 떠올리며 ‘만약’을 따져본다.

1989년에 리드는 두 번의 메이저 대회에서 일요일 오후의 선두를 모두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Cameron Morfit
1988년 월드시리즈 골프에서 톰 왓슨의 75센티미터 퍼팅이 실패하면서 마이크 리드는 우승을 차지했다. 1989년 마스터스 때는 일요일에 1타 차의 선두를 달렸지만 14번홀에서 스리퍼팅을 하고 15번홀에서는 세 번째 샷을 물에 빠뜨리는 바람에 6위로 내려앉았다.

물론 대회에서 놀랍고 충격적인 일은 끊이지 않는다. 얼른 떠오르는 선수만해도 오거스타의 그렉 노먼(1996년 마스터스), 카누스티의 장 방 드 벨드(1999년 브리티시오픈), 그리고 윙드풋의 필미켈슨(2006년 US오픈) 등이 있다. 전부 메이저급 붕괴였다. 3대 경악 사건이라고 부를 만하다. 반면에 켐퍼레이크스(1989년 PGA)의 리드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브리검영대학 출신이며 다정한 말투에 가정적인 리드는 16번홀에 도착했을때 2타 차의 선두를 달리고 있었지만 드라이버샷이 오른쪽으로 휘면서 물에 빠지고 말았다. “티샷이 오른쪽으로 휘었는데 바람까지 가세했다.” 그는 당시의 실수를 인정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결국 4.5미터 거리에서 측면경사의 퍼팅을 성공하며 보기를 기록했고, 한 타 차의 불안한 선두를 이어갔다. 파3인 17번홀에서의 티샷은 별로 나쁘지 않았다. 볼은 그린에 올라갔지만, 그게 멈추지 않았다. 계속 굴러서 풀이 무성한 뒤쪽 프린지로 빠져버렸다. 올해 예순이 된 리드는 “그런 프린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샌드샷과 비슷한 샷을 구사했지만, 안타깝게도 힘을 끝까지 발휘하지 못했다”고 소회했다.

그 결과 샷은 터무니없이 짧았고, 리드는 약 4.5미터 거리에서 파 퍼팅을 해야 했다. 그런데 퍼팅은 들어가지 않았고, 이번에는 홀을 지나쳐 90센티미터를 달려갔다.

“고개를 돌리고 있었는데, 그 정도에서는 으레 마크를 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그의 캐디였던 척 모어의 말이다. “그런데 다시 돌아보니 그가 루틴을 시작하고는 퍼팅을 마무리하는 게 아닌가. 멈추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너무 늦었다.” 이 얘기를 들은 리드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그 홀을 얼른 끝내고 싶었다.”

리드의 보기 퍼팅은 홀을 말발굽처럼 돌아 나왔다. 그는 15분 동안 3타를 허비했다. “이제 한 타 뒤진 상황이지?” 그가 18번홀을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네. 하지만 이 홀에서 버디를 할 수 있어요.” 모어는 말했다. 기운을 차린 리드는 드라이버샷으로 페어웨이를 갈랐다. 그의 어프로치샷은 홀 2.1미터 앞까지 굴러갔다. 하지만 버디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모든 게 끝나버렸다. 워너메이커 트로피는 페인 스튜어트의 품에 안겼다.

라커룸에서 리드를 위로해준 잭 니클로스를 필두로 금세 동료들의 반응이 뒤따랐다. 황금곰은 평생 다른 사람 때문에 이렇게 가슴 아팠던 적이 없다고 말했다. 팬들의 편지도 답지했는데, 그 중에는 스코틀랜드에 사는 남자가 보낸 편지도 있었다. “그는 한밤중에 술집에서 중계를 보고 있었다고 한다.” 리드의 말이다. “그러다가 걸상에서 떨어져 엉덩이를 아주 심하게 다쳤단다. 그는 이렇게 써서 보냈다. ‘당신의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습니다.’ 아픈 사람을 생각하면 그러면 안 되는데도 너무 웃겼다.”

모어는 두 사람이 그날의 패배에 대해 단 한 번도 얘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리드는 1990년에 일본에서 열린 카시오 월드 오픈에서 우승하며 다시 상승세를 탔지만, 두 사람은 그 대회 직후에 갈라섰다.

리드는 2005년에 시니어 PGA, 2009년에는 젤드웬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시니어 투어의 메이저 대회는 정규 투어의 메이저 대회와 “전혀 다른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챔피언스 투어에 전념하며, 유타에서 메릴랜드로 이사를 했고, 시간이 나면 유적지나 박물관을 방문하기도 한다.

“그게 징검다리 역할을 해준 것 같다. 위대한 선수들 중에는 메이저에서 우승을 노리다가 넘어지고, 그러면서 교훈을 얻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그때는 나한테 기회가 왔었다. 그해 여름은 그렇게 지나갔고, 군중 속의 낯선 사람을 대하듯 나를 무시하고 지나가 버렸다.” 만약 한 번의 샷을 무를 수 있다면? “17번홀의 두 번째 샷이다. 그 상황에서는 긴장된 가운데 그린을 한 바퀴 돌아 나오면서 나 역시 많은 선수들이 배운 것을 깨달았다. 볼을 최대한 빨리 그라운드에 닿게 만드는 게 좋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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