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웨이 같은 잔디밭을 원한다면 잔디를 자주 깎아주면 된다.

가끔 정원관리에 대한 문의를 받곤 한다. 집 앞 정원 잔디를 골프장 페어웨이처럼 잘 가꿀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달라는 것이다.

멋진 잔디밭을 만들기 위해서는 잔디깎기, 비료주기, 물주기, 병해 충방제, 토양 갱신작업 등 다양한 관리기술이 적용된다. 하지만 골프장과 같이 전문 관리를 하는 곳이 아니라면 이러한 관리를 할 수 없다. 그런데 아주 쉬운 방법이 있다. 바로 잔디깎기 작업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식물들은 지상부를 풍성하게 키워 열매와 잎, 줄기, 그리고 꽃을 얻는다. 그러나 잔디밭은 정반대다. 잔디는 지상부를 잘라 잎이나 줄기는 버리고 땅가 쪽에 남아있는 잎, 줄기, 뿌리를 이용해 양탄자와 같은 잔디밭을 만든다. 그래서 멋진 잔디밭을 만드는 기본은 잔디깎기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낮게 지속적으로 깎기작업을 할 때 잔디밭이 좋아지는 이유는 잔디의 뿌리나 줄기 등 새로운 개체를 만드는 생장점이 다른 식물에 비해 토양 가까이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잔디깎기는 단순히 면을 고르게 만들기 위한 작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가 생각지 못하는 여러 가지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잔디깎기를 하면 잔디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깎기작업을 지속적으로 하면 잔디의 신초생장이 촉진돼 잔디밭의 밀도가 증가한다. 모든 식물은 광합성을 위한 햇빛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잎이 위로 길게 자란다.

하지만 깎기 작업을 하면 잎이 잘려 나가기 때문에 광합성을 위한 잎 면적이 부족해진다. 그래서 새로운 개체를 만들며 잎의 수를 증가시켜 잎 면적을 확보하게 된다. 그래서 잔디를 자주 깎아 주면 잔디는 본능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좋은 밀도를 만들어 고품질의 잔디밭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요즘 월드컵이 한창이다. 축구장에 줄무늬가 만들어지는 것도 잔디깎기의 결과다. 잔디깎기에 의해 잔디결이 생기기 때문. 잔디는 깎는 방향으로 눕는데 이것을 순결이라 한다. 순결방향은 잔디잎이 누워 빛의 반사면이 넓어져 밝게 보인다. 그 반대방향은 역결이라 하는데 잎 끝이 모여 있어 반사면이 적어 어두운 색으로 보인다.

두 방향의 잔디 명암 차이에 의해 줄무늬가 생기는 것이다. 골프장 그린도 마찬가지다. 잔디결을 이용해 줄무늬뿐만 아니라 다이아몬드 무늬, 사각무늬 등을 만들어 시각적인 효과를 높인다. 하지만 줄무늬가 만들어진 그린은 퍼팅퀄리티가 떨어지는 그린이라 봐야한다. 순결과 역결에 따른 그린스피드의 균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순결과 역결간의 볼 구름이 약 15cm 정도 차이난다고 한다.

잔디깎기는 골프장의 화장술이라고 할 수 있다. 잔디 높이를 이용해 페어웨이와 러프 등을 구분하고, 선을 만들어 코스를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 깎는 높이를 여러 단계로 나눠 관리할수록 좋은 코스 조형이 만들어진다. 고품질의 정원관리, 그다지 정밀한 잔디 관리기술이 필요치 않다. 깎기만 잘 해도 멋진 정원을 가꿀 수 있다.


심규열
한국잔디연구소 소장
월드컵조직위원회 잔디전문위원
한국잔디학회 회장
경상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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