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즐기는 것, 엄격한 규칙보다는 하나의 문화로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와인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은 이미 쏟아져 나올 만큼 나왔다. 와인을 제대로 알고자 든다면 공부할 게 참 많다. 올 여름 와인 마니아의 세계에 입문하고 싶다면 처음부터 욕심내지 말고 일단 굵은 줄기부터 짚어 보는 것부터 시작하자. 와인을 쉽게 말하면 ‘포도 주스를 발효시켜 만든 술’이다. 넓게 보면 포도를 포함한 기타 과실, 곡물까지도 포함되는 발효주를 말하지만 보통은 포도주를 부르는 경우가 많다.

와인을 분류할 때는 크게 색과 용도로 나눈다. 레드와인은 적포도를 사용해 씨와 껍질을 함께 넣어 발효시켜 껍질의 붉은색과 함께 타닌의 떫은 성분이 특징이다. 타닌 성분이 거의 없어 상큼한 맛을 내는 화이트와인은 청포도를 바로 압착해 껍질과 씨를 분리, 포도즙만 발효한 것이다. 적포도주 발효 과정 중에 원하는 색상을 압착한 뒤 화이트와인 제조 방식으로 만든 것이 핑크빛 장미색을 띤 로제와인이다. 성질은 화이트와인에 가까우며 맛이 순하다.

와인을 분류하는 다른 기준은 용도에 의한 분류다. 대부분의 와인이 식사와 함께 곁들이는 식중주의 역할을 하지만 그 외에 식전주와 식후주도 꽤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식전주는 불어로 ‘아페르티프’라고 불리며 식사 전에 입맛을 돋우기 위한 목적으로 마신다. 샴페인, 스푸만테, 까바 등을 비롯한 스파클링 와인이나 간단한 칵테일과 달지 않은 스페인의 셰리 등이 여기에 속한다. 식중주는 앞서 말했듯 거의 모든 와인에 해당된다. 식중주의 경우 와인과 음식의 어우러짐이 주요 관건이다. 식후주는 입 안을 개운하고 상큼하게 만들어주는데, 달콤한 맛이나 알코올 도수가 높은 것을 많이 마신다. 프랑스의 소테른, 이탈리아의 모스카토 등이 이에 속한다. 모스카토는 식전주로도 많이 쓰이며 스페인의 셰리 역시 식후주로 사용된다.

초보자의 입장에서 와인을 주문할 때 주눅들 필요는 없다. 숍에 갔다면 숍 매니저에게, 바나 레스토랑에 갔다면 소믈리에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면 된다.

원하는 와인이 무엇인지 잘 모를 때는 누구와 함께 왔고, 어떤 상황이며 음식은 어떻게 주문할 것인지, 그렇다면 무엇을 먹을 것인지를 차근차근 이야기하면 된다. 와인 입문자에게는 자신이 무엇을 맛있게 먹었는지 기억하는 것과 비슷한 와인들에 대해 알아보는 습관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 최근에는 잔으로 마실 수 있는 와인도 많으니 여러 가지 와인을 맛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와인 잔을 잡는 법도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볼이나 스템(잔의 다리) 어디를 잡아도 크게 상관은 없다. 오랫동안 볼을 꽉 움켜쥐고 있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와인 잔을 들고 색을 보고 향을 맡는 것은 와인을 감정, 즉 평가하는 과정인데 와인을 평가에만 너무 집중해도 스트레스다. 오히려 초대받은 자리에서 와인의 색과 향을 감별하려 들면 호스트에게 실례가 될 수도 있으니 염두에 두도록 한다. 호스트가 귀한 와인을 준비했다면 그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와인에 대해 묻기도 하고 색과 향을 유심히 살펴보는 센스를 발휘한다면 더 좋다. 와인을 즐기는 데는 엄격한 규칙보다는 상황에 따른 변수를 염두에 두고 대응하는 것, 와인을 하나의 문화로 보고 크게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영철
롯데칠성음료㈜ 와인사업부 지점장.
업무를 위해 와인 공부를 시작, 와인에 관한 풍부한 지식과 해박한 상식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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