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하기 좋은 계절에 만나는 복병, 그린의 구멍은 누가, 왜 뚫은 것일까.

골프에 대한 갈증으로 겨울을 보낸 골퍼에게 봄은 기다린 만큼 보상이 크지 않은 계절이다. 날은 따뜻해졌지만 새싹이 돋아나지 않은 코스는 여전히 누런 겨울옷을 입고 있다. 시간이 지나 코스가 초록의 옷으로 갈아입을 즈음이면 날은 점점 뜨거워진다. 봄날은 그렇게 짧고, 아쉽게 지나간다. 그래도 5~6월 코스가 초록으로 물들 때면 골퍼에게 골프장 나들이는 큰 설렘을 준다. 하지만 골퍼를 슬프게 만드는 복명이 있으니 바로 골프장 그린의 ‘구멍’이다.

그린의 구멍과 마주한 골퍼 대부분 “왜 내가 골프장에 온 이때 그린에 구멍을 뚫었냐”라는 불만을 쏟아낸다. 골프하기에 가장 좋은 이 계절에 굳이 구멍을 뚫어야했냐는 넋두리다. 정말 왜 그랬을까.

구멍이 생긴 이유를 설명하기 전에 식물의 뿌리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식물의 뿌리는 토양으로부터 물을 흡수하며 물에 녹아있는 양분을 생장에 이용한다. 그리고 토양입자 사이의 공간에 존재하는 산소를 이용해 호흡한다. 뿌리는 토양 중에 산소가 없으면 생존할 수 없고, 물과 양분의 흡수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 잔디도 마찬가지다.

골프장 그린의 면적은 개당 약 500~800㎡ 정도로 거의 매일 300명 정도의 골퍼가 밟고 다닌다. 그리고 그린을 깎고 정교한 면을 만들기 위해 무거운 장비들이 그린에 올라가 작업을 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토양이 다져져 딱딱해지고 토양 중 공극이 작아져 산소가 부족해진다. 뿌리생육이 나빠짐은 물론 배수가 안 돼 뿌리가 자랄 수 없는 토양환경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토양의 물리성이 나빠진 상태에서 산소를 공급하고 배수가 잘 되도록 하는 것이 통기작업(Aeration), 혹은 갱신작업(Cultivation)이다.

작물을 재배하는 경작지는 작물을 수확 후 완전히 갈아엎어 토양을 갱신한다. 통양 중 공극을 넓혀 작물의 생육이 잘 되도록 하려는 것. 그런데 골프장은 사정이 다르다. 잔디를 갈아엎을 수가 없다. 결국 잔디밭 고유의 특성이 파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선택적, 혹은 부분적으로 갱신을 한다. 이런 이유로 생겨난 것이 구멍인 셈이다. 골프장에서 행해지는 갱신작업의 전제 조건은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그리고 빨리 회복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다. 골퍼들의 불만에도 연중행사로 구멍을 뚫는 것이 그린의 품질을 높이기위한 불가피한 작업이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통기작업은 양날의 칼과 같다. 잔디 생육을 위해서만 통기작업을 고집한다면 그린의 퍼팅퀄리티가 망가질 것이고, 퍼팅퀄리티만을 고집해 통기작업을 하지 않는다면 잔디의 생육이 나빠질 것이다. 그래서 잔디도 살리고 퍼팅퀄리티도 향상시킬 수 있는 절충의 방법이 최선 아닐까. 여기에 그린키퍼의 고뇌가 있는 것이다. 잔디를 살릴 것인가, 그린의 퍼팅퀄리티를 높일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심규열(한국잔디연구소 소장)
월드컵조직위원회 잔디전문위원
한국잔디학회 회장
경상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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