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학교 운동장을 잔디밭으로 조성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미국의 ‘갤럽 오가니제이션’이 ‘잘 정돈된 잔디로부터 얻는 가장 중요한 혜택이 무엇인가’라는 설문을 진행했다. 그러자 54%가 ‘아름다움’과 ‘긴장 완화’라고 답했다. ‘주인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53.2%, ‘장소의 편안함’이 47.4%, ‘부동산 가치의 상승’이 44.1%였다.

이처럼 잔디에 대한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이거나 극찬이다. 왜일까.

잔디는 토양에 활착해 토양의 침식을 방지한다. 30분 간격으로 시간당 76mm의 강우 시 토양 유실율은 잔디밭이 10kg/ha, 맨땅이 223kg/ha다. 맨땅이 잔디밭보다 약 200배 이상 유실된다고 볼 수 있다. 먼지 발생을 줄이는 것도 특징이다. 우리나라는 겨울부터 봄까지 불청객 황사로 곤혹을 겪는데 이는 중국의 사막화 때문이다. 만약 중국 사막을 잔디로 녹화한다면 어떻게 될까. 어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1,200만톤의 황사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나라에게는 희소식일 것이다.

공기 정화도 잔디의 긍정적 영향 중 하나다. 잔디는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소모하고 물을 분해해 신선한 산소를 방출한다. 예를 들어 서울시내 학교운동장 면적 100만㎡를 잔디로 조성할 경우, 승용차 1만 6,000~5만3,000대 분의 이산화탄소를 소모하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토양의 온도를 낮추는 에어컨 기능도 있다. 잔디는 토양수분을 흡수해 증산작용을 거치며 물을 수증기화해 대기로 날려 보낸다. 이 과정에서 기화열을 흡수해 온도를 낮추는 것이다. 미국 학자들의 보고에 의하면 맨땅의 온도가 36.8℃일 때 아스팔트 표면은 43.1℃, 잔디운동장은 25.7℃였다. 잔디운동장이 맨땅에 비해 11℃, 아스팔트 보다 17.4℃ 낮다. 잔디의 냉방효과를 에어컨 대수로 비교해보자. 서울시 학교운동장을 잔디밭으로 조성하면 가정용 에어컨 32만3,000대 분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도심의 잔디는 폭염과 열대야에 의한 열섬현상을 줄여주는 역할도 한다. 그 밖에도 심미적으로 아름다움을 제공해 안정감을 주는 등 수많은 공익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잔디가 가치를 따질 수 없을 정도의 좋은 선물을 준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도심의 잔디밭은 삭막한 콘크리트 공간에 아름다움을 줄뿐 아니라 대기환경을 정화하고 열섬현상을 줄여주는 도심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다. 콘크리트 숲으로 가득 찬 서울과 같은 도심은 이제 녹지공간을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적다. 그런데 학교운동장에 잔디를 깔면 100만㎡의 아름다운 녹지공간을 만들 수 있고 자라나는 어린 꿈나무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 충분히 투자 가치가 있는 일 아닐까.

겨울이 깊어간다는 것은 따뜻한 봄이 가까웠다는 것을 의미한다. 잔디의 녹음이 짙어질 봄을 기다리며 잔디의 공익적, 환경적 가치와 생태적 특성을 다시 생각해보자. 거기에서 오는 교훈이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잔디밭에서 골프를 하는 골퍼들은 그만큼 축복 받은 셈이다.


심규열(한국잔디연구소 소장)
월드컵조직위원회 잔디전문위원
한국잔디학회 회장
경상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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