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를 위해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 질병은 인류에게 가장 치명적이다.

암만큼 얄미운 질병은 없다. 이 병을 일으키는 것은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외부로부터 침입하는 바이러스 등의 병원체가 아니다. 신체 기관의 기능 저하나 소모 때문도 아니다. 처음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세포들 가운데 단 1개의 세포가 돌연변이하는데, 이것이 분열을 되풀이하면 악성 세포 덩어리, 즉 종양이 된다. 이 종양이 커지거나 번지면 생명에도 위협이 된다.

대부분의 암은 환경과의 상호 작용에 의해 발생한다. 놀랍게도 암의 약 1/3이 흡연 습관과 관련돼 있다. 나머지 2/3분을 차지하는 암, 특히 위암과 대장암은 식습관과 관련돼 있다. 포화 지방이 적고 영양가 높은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암 발생률이 현저히 낮다.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에게는 구강암, 간암이 많이 발생하며, 태양 아래에서 장시간 지내는 사람, 특히 30세 이전의 사람들은 피부암에 걸리기 쉽다. 아스베스토스(석면)나 포름알데히드(방부제, 소독제의 일종) 등 발암성 물질에 노출돼 발병하는 경우도 전체 암의 약 5%를 차지한다. 80세까지 암에 걸릴 확률은 36%이며, 매년 20만명 이상이 암 진단을 받고 7만명 이상이 암으로 사망한다. 지난 10년간 암 환자는 100만명에 육박한다.

흔히 암의 원인으로 방사선, 바이러스, 발암물질, 세포분열 중에 일어나는 우연한 변형, 유전적 요인 등을 생각할 수 있지만, 대부분 암은 이런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결합해 발생한다. 이를테면 흡연이 폐암의 발생률을 높인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데, 흡연자 중에서도 특히 암에 걸리기 쉬운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런 사람들은 원래 흡연으로 발암을 일으키기 쉬운 효소를 체내에 많이 갖고 있어서, 그러한 유전적 요인이 흡연 습관과 겹쳐졌을 때 폐암이 일어난다고 여겨진다. 이것은 암의 발생이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 모두와 관계있다는 것을 잘 나타낸다. 또한 오래 살면 살수록, 다시 말해 세포가 분열을 되풀이할수록, 유전자에서 일어나는 돌연변이의 영향을 받기 쉽다.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면역계도 점차 약화돼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이상을 찾아내거나 파괴하지 못하게 된다. 면역계가 약해지면, 필요한 지원을 그만큼 못 받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정상적인 세포분열이 일어나기 쉽고 중요한 세포 내의 DNA가 돌연변이를 일으키기 쉬우며, 면역계는 그것을 알아내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오늘날 암 치료를 위한 표어는 ‘예방과 조기 발견’이다. 이를 위해 세 가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첫째, 소위 ‘발암인자’를 피해 암이 발생할 기회를 줄일 것. 둘째, 면역계를 강화해 암이 체내에서 발생하면 즉시 싸워서 격퇴시킬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할 것. 셋째, 조기예방검진으로 발생한 암을 조기에 제거 및 치료해 생존률을 높이는 것.

언젠가는 암을 완치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지만, 현 단계에서 최선의 길은 암의 발생을 미리 막는 것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다.

한혜원
카톨릭의과대학 의학박사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전임의
대림성모병원 내과 과장
현 강남하트스캔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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