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골프시작한지 7년만에 이븐파를 기록했던 그 감동을 저스틴 로즈의 16억원짜리 이븐파와 같다고 생각하면 안 될까.

[골프한국] 6월의 중반 US오픈이 있던 나흘 동안은 거의 밤잠을 못 잤다. 새벽 2시에 중계방송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학교 때 시험기간 동안에도 이렇게 열심히 공부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게 무슨 현상일까. 요즘 사는 데 있어서 열정을 쏟아 부을 데가 별로 많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그 반대로 생각하는 게 좋을까. 어디든 열정을 가지고 산다는 건 백번 좋은 일이지. 그렇지만 뭐 그런 일에 밤을 새고 야단인지 누구도 이해하지 못한다.

아무리 세계 골퍼들의 관심이 모인 대회라 해도 이역만리 펜실베니아에서 벌어진 일이다. 내 나이나 적은가. 골프 실력이 좋기나 한가. 나하고 털끝만큼의 관계도 없는 일이다. 어느 선수를 응원하는 것도 아니고 그들의 게임을 보면 골프실력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아무튼 나 자신도 이해가 안 가는 일이다. 113회째 열리는 역사가 깊은 대회라는 데 존경심을 가진다. 무슨 일이든 100년 넘게 이어져 온 것은 그 세월 깊이만큼의 가치가 있다. 태어나서 유년기부터 골프클럽을 잡고 자라서 삼십대에 이른 골프선수가 그 경력이 25년이 넘었다면 그 삶이 평탄치는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선수들이 4라운드동안 피 말리며 친 결과 우승자 저스틴 로즈의 스코어가 겨우 이븐파다. 좁고 벙커 많은 코스에다 티샷이 페어웨이를 조금만 벗어나도 깊고 억센 러프가 있고 홀 10cm 주변에선 엉뚱하게 미끄러지는 그린의 감춰진 경사가 그들의 심장을 오그라들게 했다. 이번 US오픈은 세계의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더블보기를 기록하거나 3퍼트를 하는 모습에서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보기드문 행복을 선물했다는 느낌이다.

여섯 번째 준우승을 한 필 미켈슨의 기록도 특별했고 가르시아가 파4에서 10타를 쳤다는 것도, 세계적인 선수들 모두 우승자를 제외하곤 오버파를 기록하면서 대회를 마쳤다는 사실도 신기했다. 어려울수록 좋은 골프장인가.

어려울수록 도전 의욕을 북돋고 힘을 내도록 하는가. 인내의 쾌감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얻을 수 있는 보물이다.

착한 아내 보다는 사나운 아내가 남편을 강하게 만든다는 인생철학의 명언을 증명하듯 골프와 인생이 같은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통하는 말일 것이다.

친구가 골프를 시작한지 7년 만에 이븐파를 처음 기록하던 날 그 플레이에 동반했던 기억이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생생하다. 홀인원은 몇 번 봤지만 이븐파의 감동하고는 그 무게가 달랐다. 마지막 18홀 그린 위에서 그 친구는 눈물마저 보였다. 게다가 직장에서 힘들게 일하며 새벽이나 늦은 시간 퇴근 후에도 쉬지 않고 닦은 연습의 결과라 더욱 값진 것이어서 감격의 눈물에 백번 공감했다.

동반한 골퍼들이 그 친구의 이븐파 기록을 위해 라운드 내내 모두 응원하고 도왔다. 작은 소음조차도 삼가고 그의 샷을 위한 시야확보에도 신경을 기울였다. 지금도 그 멤버들이 만나면 그 때의 기억을 되살려 으레 그 친구가 지갑을 연다. 15년이 지난 일이다. 우리들의 인생에서 어떤 재물이 그 보다 더 소중할까.

물론 저스틴 로즈의 16억원짜리 이븐파와 비견할 바는 아니지만 그 감동은 거의 같다고 생각하면 안 될까.    골프한국(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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