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이라는 숫자는 범상치 않다. 물이 끓는 온도도 100℃이고 하늘이 내린 인간의 수명도 백수(百壽)라고 한다. 아이가 태어나 질병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시기가 100일이어서 백일잔치를 벌인다. 단군신화에서도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곰과 호랑이에게 환웅이 쑥과 마늘을 주면서 동굴에서 버틸 기간으로 100일을 제시한다. 온 국민을 뜻하는 백성(百姓), 부부가 평생을 함께 하겠다는 백년가약(百年佳約), 먼 앞날을 내다보는 백년대계(百年大計) 등도 있다. 이외에도 100주년, 취임 100일, 100분 토론 등 100이 들어간 행사는 셀 수 없이 많다.

■ 100이 이처럼 인기가 있는 이유는 완전, 정점의 상징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99승을 올린 한국 낭자군 중에서 누가 100승을 할지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한국 여자골프는 단순히 스포츠 경기 중 한 종목이 아니다. 외환위기로 허덕이던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박세리가 맨발로 물에 들어가 샷을 하는 투혼으로 우승, 온 국민에 희망을 심어준 스포츠 이상의 스포츠였다. 당시 양말을 벗은 하얀 발과 검게 탄 종아리가 얼마나 훈련이 고됐을까 하는 연민을 갖게 했다.

■ 지금까지 LPGA 우승은 박세리가 25승으로 단연 선두고, 김미현과 신지애가 각각 8승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박지은과 한희원이 각각 6승을 거뒀고, 최나연과 이선화가 각각 4승을 기록 중이다. 한국인 최초의 LPGA 챔피언은 구옥희로, 1988년 3월 미국 '스탠더드 레지스터 핑' 대회에서 우승했다. 이어 고우순이 1994, 1995년 1승씩을 올렸고 1998년 박세리가 4승을 기록하면서 '박세리 키즈'가 생겨날 정도로 여자골프 붐이 불었다. 박세리는 2007년 아시아 여자선수로는 처음으로 LPGA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 28일 밤(한국시간) LPGA투어 금년도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이 시작됐다. 장소는 악명 높은 커누스티 링크스 코스. 황량한 황무지, 개미허리 페어웨이, 변덕스런 날씨, 항아리 벙커 등 언더파를 치기가 어려운 코스다. 1999년 PGA대회인 디 오픈이 열렸을 때, 골프천재로 알려진 당시 19세의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첫 날 89타를 치고 펑펑 울었던 곳이다. 이런 난코스가 한국인의 근성에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박세리, 신지애, 미셸위, 최나연 등 35명의 한국선수 중 누군가 100승의 대업을 이룰 것을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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