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젊었을 때부 터 좋아했던 스 포츠가 골프였습 니다. 지금의 아내를 만난 곳 도 골프장이었죠. 그래서 아 내와 저는 아들과 딸을 '매너 와 룰'로 이름 지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집에 돌아와 보 니 쪽지 하나씩 남기고 둘 다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가출한 것이죠. 갑자 기 당한 일이라 앞이 깜깜했습니다. 나에겐 가장 소중한 아이들인데…. 쪽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엄마 아빠! 그동안 애지중 지 키워주셨는데, 집을 나가게 돼 죄송합니다.

사람들이 왜 나를 이렇게 무시하는지 알아보려 합니다. 그 원인을 모르면 집에 돌아 오지 않을 생각이예요." 화가 단단히 난 모양입니다. 분노로 글씨가 흔들렸습니다.

과연 저는 우리 아이들을 찾을 수나 있을까요. 가출 징후는 몇 년 전부 터 있었습니다. 아들인 '매너'는 밤늦도록 잠 을 자지 못하고 고민하는 모습이 뚜렷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아들의 고민을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들어보니 해결해야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여자친구가 약속 을 하고 5분 이상 늦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늦게 와서는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않는다는 것, 비나 눈이 조금만 와도 아예 나타나지 않고 전화기도 꺼놓는다는 것, 하루전날 만나기로 한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한다는 것, 레스토랑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는 것, 야릇한 옷을 입고 나온다는 것 등등. 듣고 있자니 그동안 아들의 마음고생이 심했을 거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들은 그렇고 딸은 또 왜 가출했을까요. 그동안 착실 하다는 얘기를 주변 사람들 로부터 자주 듣던 여학생이 었습니다. 부모를 함부로 걱 정시킬 그런 아이는 아닌 데…. 가출할 수밖에 없는 사 연이 많았나 봅니다. 저에게 메모를 남겨놓았습니다. "요 즘에 친구들이 너무 원칙을 무시합니다.

분명히 잃어버린 볼인데 새롭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마술입니다. 놀이터에 있는 벙커도 망 신창이가 됐습니다. 그래도 남을 전혀 의식 하지 않습니다. 그런 원칙들이 왜 무너져 가 는지 알아보고 돌아오겠습니다." 어릴 때는 둘 다 귀여웠습니다. 행여 다칠 세라, 상처받을까봐 아이 눈치를 봤습니다.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집니다.

국가를 책임질 훌륭한 인물이라고 칭찬도 받은 우리 아이들 입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아이들이 크면 서 만인으로부터 보호받아야할 우리 '매너와 룰'이 무시당하는 일이 자주 벌어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불상사가 생겼습니다. 앞으로 여러분이 옛날처럼 우리 '매너와 룰'을 아껴주신다면 다시 집으로 돌아올 것입 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애들은 영원히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혹시 길거리에서 헤매고 있는 우리 '매너와 룰'을 보신 분은 저에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매너와 룰을 지키지 않는 현실을 개탄하면서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편집장_김종렬
(golfkj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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