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시나리오 나와…승부욕 생기더라고요"
- ▲'현대카드 슈퍼매치 고진영 vs 박성현' 이벤트 경기에 출전한 고진영, 박성현 프로. 사진출처=고진영의 인스타그램
[골프한국 하유선 기자] 비록 자선 이벤트 경기였지만, 메이저 대회 결승전을 연상시킬 만큼 두 선수의 승부에 대한 열기는 뜨거웠다.
지난해 11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최종전 이후 6개월 만에 나란히 무대에 선 고진영(25)과 박성현(27).
지난 일요일 오후 인천시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 오션코스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매치 고진영 vs 박성현'에 출전한 두 선수는, 확연히 다른 골프 스타일과 성향으로 대비를 이루며 팬들을 즐겁게 했다.
엎치락뒤치락 명승부 끝에 총상금 1억원을 절반씩 나눠서 가져갔고, 각자가 사전에 밝힌 기부처에 전달할 예정이다.
18홀 스트로크 플레이도 아니고 매 홀 다른 상금이 걸린 스킨스 게임에서 똑같이 상금을 가져가는 것은 쉬운 결과가 아니다. 짜맞추려고 해도 되지 않을뿐더러 이번처럼 극적일 수도 없다.
코너로 몰린 17번홀(파3)에서 한 방을 날린 박성현은 경기 직후 TV방송 인터뷰에서 "저희가 원한 대로 최고의 시나리오가 나온 것 같습니다. 반반씩 기분 좋게 기부하자고 했는데, 정말 맞아떨어진 결과가 신기해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18번홀(파4)에서 극적인 퍼트로 완벽한 시나리오를 완성한 고진영도 "17번홀에서 언니가 버디를 해서 찬스를 잘못 불렀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마지막 홀에 운 좋게 버디를 해서 기분 좋게 마무리한 것 같습니다"라고 기뻐했다.
고진영은 누적 상금 2,400만원이 걸린 13번홀 스킨을 따내 단번에 상금 4,000만원을 쌓았고, 박성현을 2,800만원 차이로 따돌렸다.
반면 박성현은 2,600만원이 걸린 17번홀에서 어려운 버디를 성공시켜 5,000만원이 됐고, 재역전하면서 고진영을 1,000만원 앞섰다.
18번홀에서 다시 고진영이 예상하지 못한 먼 거리 퍼트로 만회해 무승부를 만들었다.
다만, 현장 갤러리가 없어서 이번 경기 하이라이트인 세 장면에서 선수들은 다소 낯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자축했다. 그러나 TV 중계방송에 소개된 팬들의 온라인 응원전은 뜨거웠다.
올해 데뷔전이었던 고진영은 "전반에는 제가 실수도 나와 아쉬웠어요. 후반 들어 (성현)언니가 버디도 많이 하면서 저도 승부욕이 생기더라고요"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또 경기 내내 밝은 표정이었던 고진영은 "웬만한 챔피언조에서 경기하는 것보다 더 부담이 컸어요"라고 털어놓으며 "무관중 경기를 오랜만에 했는데 아쉬웠습니다. 빨리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돼서 코스 위에서 팬 여러분의 함성과 응원 소리를 듣고 싶어요"라고 바람을 전했다.
박성현은 이어진 대회 공식 인터뷰에서 "13번홀에서 (고)진영이가 2,400만원을 한꺼번에 가져갔을 때는 '죽겠다' 싶었어요"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17번홀 버디 퍼트는 치기 전에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성공한 뒤에도 굉장히 기뻤습니다"라며 결정의 순간을 돌아봤다.
이날 KLPGA 투어 선수이자 동갑내기 최민경(27)에게 캐디백을 맡긴 박성현은 "다음 홀로 가면서 친구에게 '야, 이게 한 방이야'라고 한마디 했어요"라고 즐거워했다.
친구 양채린(25) 프로를 캐디로 동반한 고진영은 "18번홀에서 이기면 사이좋게 무승부를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갖고 끝까지 열심히 쳤습니다"고 말했다.
치열했던 승부와 엄청난 부담감으로 여유를 느끼지 못한 둘은 "서로 공을 치기에 바빠서 많은 대화는 하지는 못했습니다"고 분위기를 전하면서도 고진영이 최근 이사한 집에 박성현을 초대했다는 얘기를 언급했다.
이번 경기로 따낸 상금 5,000만원씩을 기부하는 박성현과 고진영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고, 앞으로 더 많이 기부하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한편, 행사가 끝난 뒤 둘은 각자의 소셜미디어에 이날 사진을 올리며 팬들에게 소감을 전했다.
박성현은 '#즐거운 하루' 해시태그와 함께 "곧 또 봐요. 빨리 경기 하고 싶어요"라고 적었다.
고진영은 "성현언니랑 함께했던 경기, 재밌게 보셨나요?? 2020시즌 첫 정규 대회 같았던 경기였어요. 정말 재밌었던 오늘 하루.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라며 팬들에게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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