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슬기 프로. 사진=골프한국



[골프한국 조민욱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정규투어에 데뷔한 지 3년째인 정슬기(23)가 9일 경기도 용인시 써닝포인트 컨트리클럽에서 끝난 KG-이데일리 레이디스오픈 우승을 차지하면서 서러운 '무명' 수식어를 뗐다.

3라운드 15번 홀까지 버디 4개를 골라내 한때 3타 차 선두를 달렸던 정슬기는 그러나 16, 17번홀에서 연속 보기 2개를 기록, 공동 2위 그룹에 1타 차까지 쫓겼다. 하지만 18번홀(파5)에서 침착하게 파 퍼트로 마무리했고, 추격자들이 마지막 홀 버디를 놓치면서 아슬아슬하게 첫 우승을 신고했다.

정슬기는 기자회견에서 “오늘 힘들게 경기했는데 우승까지 할 수 있어서 너무나 기쁘고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이를 증명했기에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16번, 17번 보기했을 때 선두에 있는지 전혀 몰랐다는 정슬기는 “일부러 리더보드도 안 보려 했고, 플레이에만 집중하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서 챔피언의 반열에 오르며 ‘1억원의 상금과 2년간 시드 확보’라는 풍성한 수확을 안은 정슬기는 상금랭킹에서 1주일 전 57위에서 29위(약 1억7,000만원)으로 올라섰다.
정슬기는 “심적으로 부담은 많이 됐지만, 이제부터라도 정신을 차려서 경기에 더 집중하려고 노력했었는데 이런 부분들이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준 것 같다”면서 “어렵게 투어에 입성한 만큼 시드 걱정을 던 게 가장 좋다”고 밝혔다.

국가대표나 국가대표 상비군에 한번도 뽑힌 적이 없는 정슬기는 골프를 시작한 사연이 눈길을 끌었다.
“연습장을 나가려면 20분은 나가야 하는 시골에 살았다”는 정슬기는 “당시 부모님이 (경북 봉화군에서) 양어장을 운영했는데 구석에 남는 공간에서 골프를 시작했다. 아버지가 골프를 좋아해서 수동 연습기계를 가게에 두셨고, 거기서 2달 정도 골프를 쳤다. 중학교 때까지 아버지가 골프를 봐주다가 고등학교 때 수도권으로 옮겨 본격적인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KLPGA 2부 투어에서 3년을 보낸 끝에 정규투어에 입성한 뒤 우승은커녕 하루하루 버티는 게 과제였던 정슬기는 “처음에는 너무 막무가내로 골프를 시작해서 내가 못하는 거라고 좌절한 적도 있다. 하지만 정작 투어 프로가 된 뒤에 점점 발전하는 나를 보고 자신이 붙었고, 내 게임에만 집중했다”고 당찬 모습을 보였다.

정슬기는 “어릴 때 연습장에서 샷 위주로 연습했다. 드라이버든 페어웨이 우드든 아이언이든 풀스윙하는 샷은 잘한다”고 자랑하며 생기발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중학교 2학년 때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 얘기 때는 눈물을 숨길 수 없었다. 정슬기는 “어렸을 때 어머니가 많이 아프셔서 꼭 우승해서 우승컵을 들고 갈 거라고 약속했다”며 “어머니가 결국 먼 곳으로 가셨지만 나를 지켜봐 주시고 있다고 생각해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눈물을 쏟았다.

정슬기는 “앞으로 남은 7개 대회 가운데 메이저 대회도 2개나 있다. 최대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어보고 싶다”며 더 큰 무대를 향한 꿈을 살짝 공개했다. 그러면서 “딴 건 몰라도 체력은 자신 있다”고 장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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