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사진제공=PGA of America



[골프한국 하유선 기자] 지난 몇 년간 직장인들 사이에서 '워라밸'이라는 용어가 새로운 트랜드로 떠오르고 있다. '워크라이프 밸런스(work-life balance)'를 줄여 이르는 말로, 일과 개인의 삶 사이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얘기다.

최근 '골프여제' 박인비(30)의 행보에서 이 워라밸를 실천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2일(한국시간)부터 나흘간 영국 잉글랜드 랭커셔주에서 펼쳐지는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 브리티시 여자오픈 골프대회에 출전하는 박인비는 6월 말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였던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컷 탈락한 뒤 한 달 정도 쉬고 다시 필드에 돌아왔다.

박인비는 개막을 앞두고 LPGA닷컴과 인터뷰에서 "오래 쉬기는 했다. 하지만 대회를 너무 많이 뛰어서 '번아웃(과도한 훈련이나 경기 등으로 신체적, 심리적으로 지친 상태)'되는 것보다 낫다"며 "원래 올해 전체적인 계획을 그렇게 짰고, 예전 같으면 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동생과 함께 런던 관광도 즐겼다"고 소개했다. 박인비의 여동생은 영국에서 유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랭킹 1위를 달렸던 박인비는 지난주 스코티시 오픈에서 우승한 아리야 주타누간(태국)에게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물러났다. 그러나 메이저 대회 우승에 대한 박인비의 열정은 변함 없었다.

지난 2013년 ANA 인스퍼레이션(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과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에 이어 US여자오픈까지 시즌 개막 후 메이저 3개 대회를 연속 제패했던 박인비는 1950년 베이브 자하리아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는 역대 LPGA 최고 여제들, 아니카 소렌스탐, 로레나 오초아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이었다. 그 해 후반 다소 지친 기색의 박인비는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공동 42위,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공동 67위에 그쳤다.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박인비는 매년 평균 24개의 LPGA 투어 대회에 나왔다. 부상으로 인해 시즌을 제대로 소화하기 힘들었던 2016년에는 10개 대회에 출전한 뒤 대회에 나오지 않았고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2017년에는 15개 대회에서 뛰었다.

박인비는 골프와 사생활의 균형을 조금씩 찾았다. 그의 캐디는 2007 년부터 함께해온 브래들리 비처다. 2011년부터 박인비의 코치로 동고동락한 남기협 씨와는 오랜 연인에서 2014년 부부가 되었다. 박인비는 "나는 골프코스에서 더 많은 것을 즐긴다. 인생과 골프의 균형을 찾은 것 같다"고 말한다.

2018시즌 이미 치러진 LPGA 투어 21개 대회 중 10개 대회에 출전한 박인비는 라이벌 아리야 주타누간(19개 대회 참가)에 비하면 출석률이 낮은 편이지만, 효율적으로 성적을 관리했다. 3월 파운더스컵 우승을 포함해 5차례 톱10에 입상하면서 시즌 상금 5위(87만8,137달러)를 달린다. 시즌 상금 50위 이내 선수 중 가장 적은 수의 대회에 출전했다. '언더파' 라운드 부문 1위에 올라 있고, 그린 적중시 평균 퍼트 수 4위(1.75개), 평균타수 8위(69.95타)다.

올해 브리티시 여자오픈이 개최되는 리덤 세인트 앤스의 로열 리덤 앤드 세인트 앤스 골프 링크스(파72)는 바닷가에 위치해 바람의 영향이 크고 날씨에 따른 코스 난도가 변화무쌍한 곳이다. 또 억센 러프와 깊은 벙커 등 만만치 않은 지형지물이 산재해 있다. 

낮은 탄도의 샷을 구사하고 벙커 플레이나 숏게임 능력이 뛰어난 박인비는 "링크스 코스를 좋아한다"며 "이런 코스에서 경기할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최근 몇 년간 좋은 성적을 내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같은 코스에서 열린 2009년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공동 24위를 기록했던 박인비는 "그때도 그랬지만 여전히 벙커가 200개 가까이 될 정도로 많다. 페어웨이 벙커에 빠지면 공을 그린으로 보내기 쉽지 않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벙커 외에도 날씨와 바람 등 여러 상황과 싸워야 하는 링크스 코스에서 재미있는 경기를 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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