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MG 여자 PGA챔피언십에서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박성현. 사진제공=LPGA


[골프한국 하유선 기자] "오늘은 정말 긴 라운드였고, 이 우승 트로피가 제 옆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요."

2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킬디어의 켐퍼 레이크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18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마지막 날. 16번홀(파4)에서 치른 연장 두 번째 홀에서 3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우승을 확정한 박성현(25)이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면서 바로 눈물을 보였다.

지난 2014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한 박성현은 이듬해부터 2년간 국내에서 10승(2015년 4승, 2016년 6승)을 쓸어 담았고, 2017년 미국 무대로 진출해 첫해 2승(메이저 US여자오픈 1승 포함), 그리고 올해 텍사스 클래식에서 시즌 첫 승을 거뒀다. 그렇게 우승 경험이 많았던 박성현이지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을 제패한 뒤 이번 시즌 힘들었던 시간이 떠오른 것.

박성현은 우승 인터뷰에서 "오늘처럼 울컥하기도 처음이고, 마지막 퍼트한 뒤 바로 눈물이 쏟아진 것도 처음"이라면서 "조금 창피하기도 하지만, 기쁨에 못 이겨서 눈물이 났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박성현은 "(미국 진출) 2년 안에 메이저 우승을 두 번 했다는 것에 나 스스로에게 장하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세상에서 제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날 3라운드까지 개인 타이틀 및 세계랭킹에서 라이벌 관계인 유소연(28)에게 4타 뒤진 단독 3위였던 박성현은 이날 초반 공동 선두에 오른 이후 치열한 경쟁을 펼치다 결국 연장전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7월 US여자오픈 이후 메이저 2승이자 LPGA 투어에선 네 번째 우승을 달성한 박성현은 "올해 한 번 우승(5월 텍사스 클래식)했지만, (출전한 12개 대회에서) 5번이나 컷 탈락하는 등 힘든 시간을 보냈다"면서 "(메이저 우승으로) 힘든 것을 보상받는 듯해서 눈물이 났다"고 설명했다.

"경기가 안 풀릴 때 마음의 상처가 되는 말을 들으면 주눅이 들까 봐 기사를 안 본 지도 오래됐다"고 밝힐 정도로 마음고생이 컸던 박성현은 "기다림 속에 얻은 우승이라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한 단계 더 성장하는 우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현은 16번홀(파4)에서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만들어냈다. 두 번째 샷이 그린에 미치지 못해 워터 해저드에 빠질 뻔했다. 공은 다행히 턱에 걸려 있기는 했지만 긴 풀 때문에 제대로 샷을 하기 어려웠다. 캐디인 데이비드 존스가 공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신발을 신은 채로 물속에 발을 담가야 했을 정도로 공 위치가 나빴다.

당시 상황에 대해 박성현은 "일단 공이 그렇게 가서 굉장히 당황했는데, 데이비드가 '우리는 반드시 이 홀에서 파를 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말을 해서 정신이 번쩍 났다"면서 "또 공 위치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데이비드가 '공 밑에는 물이 전혀 없으니까 평소처럼 자신있게 하면 된다'고 한 말이 굉장히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벙커샷 하듯이 쳤는데 임팩트가 잘 됐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위기에서 시도한 세 번째 샷은 홀 50㎝에 붙으면서 파를 지킨 박성현은 세 번째 샷을 하고 난 뒤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이에 대해 박성현은 "데이비드의 도움으로 좋은 샷이 나온 것 같고, 그 샷으로 인해 연장전까지 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중요했던 샷이었다"고 돌아봤다.

18번홀(파4)에서 열린 연장에서 가장 불리한 상황이었던 유소연이 먼저 버디 퍼트에 성공한 뒤 압박감에 하타오카 나사가 버디를 잡지 못하면서 탈락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퍼팅을 지켜본 박성현은 차분히 버디로 응수했다. 이에 대해 박성현은 "크게 긴장이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덜 긴장되고 편했다"면서 "내 스트로크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 밖에 안 했고, 그렇게 긴장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스트로크가 나온 것 같다"고 답했다.

박성현은 "앞으로 훨씬 더 자신감 있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다음 대회도 기대를 부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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