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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한국 조민욱 기자] "사실 올해 목표가 상금 10위 안에 드는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이뤘습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역대 8번째 기록이자 다섯 번째 선수로 시즌 상금과 대상, 다승, 평균타수 등 주요 4개 부문을 석권한 이정은(21)이 1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그보다 앞서 12일 ADT캡스 챔피언십 직후 인터뷰에서도 한 해를 돌아봤다.

"계획한 것보다 너무나 많은 걸 이뤄 가슴이 벅차다. 정말 2017년 누구보다 행복했다"며 "부모님이나 주위 분들이 신기해할 정도의 결과였다"고 자평한 이정은은 "높은 자리 있으면서 2018시즌을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이 기대해 주시는 만큼 더 준비해서 좋은 모습 보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더 솔직한 마음을 묻자, 그는 "사실 마지막에 긴장됐다. 평균 타수가 확정이 아니었기 때문에 지난 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부터 준비를 많이 했다. 코스가 어려워 타수를 잃기 쉬워서 긴장을 많이 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우승을 목표로 하기에는 내게 너무 큰 부담을 지우는 것 같아서 올해 받은 상 가운데 뭐든 한 번 더 받는 게 목표"라고 언급했다. 즉 4개 부문 가운데 하나라도 2연패를 달성하면 다른 부문들은 자연히 따라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내년에도 ‘대세’를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둘러서 표현한 것이다.

지난해 우승 없이 신인왕을 차지했을 때만 하더라도 이정은은 주목 받는 인기스타는 아니었다. 하지만 4월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첫 승을 차지한 뒤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7월 문영퀸즈파크 챔피언십, 8월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그리고 9월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까지 4승을 쓸어담았다.

이정은은 메이저대회 우승은 없었지만, 27차례 대회에 출전해 한 번의 컷 탈락도 없었으며 10위 안에 무려 20번이나 이름을 올릴 정도로 꾸준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톱10 피니쉬율’이 74.1%로, 이는 지난 3년간 이 부문 1위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수치다. 2014년 김효주는 독보적인 78.26%였고, 2015년 전인지는 55%, 지난해 박성현은 65%였다.

전남 순천에서 자란 이정은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의 영향으로 골프를 시작했다가 5학년 때 그만뒀고, 다시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골프를 재개한 사연도 털어놨다. 5학년 때 골프를 그만둔 이유는 골프가 싫었기 때문이고, 중3 때 다시 골프채를 잡은 것은 레슨 프로를 해서 돈을 벌려고 했다는 것.

그랬던 이정은은 레슨 프로가 아닌 선수로 2017시즌 KLPGA 투어에서 상금 11억4,905만원을 차곡차곡 쌓았다. 매 대회에서 대략 4,255만원씩을 벌어들였다는 얘기다. 이는 2014년 김효주(12억897만원), 2016년 박성현(13억3,309만원)과 고진영(10억2,244만원)에 이어 통산 네 번째로 시즌 상금 10억원을 돌파한 대기록이다.

평균타수 69.80타로 이번 시즌 유일한 60대 타수를 기록했다. 2위 고진영은 70.18타였다. 그렇지만 이정은은 "18홀 60타의 기록은 홀아웃하고 나서야 알았던 것이라 생각만큼 감흥은 없었다"고 털어놨다.

또 대상 포인트에서도 691점을 획득해 2위 김해림(422점)을 넉넉한 차이로 따돌렸다. 이정은은 4가지 상 가운데 대상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밝혔다. "톱텐 횟수 신기록으로 알고 있는데, 꾸준히 잘 치기 어려운 스포츠인 골프에서 이렇게 꾸준하게 쳤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은은 스스로 만족한 점은 ‘부상이 없었다는 것’과 힘들지만 매일 빠지지 않고 ‘체력 관리를 잘한 것’을 꼽았다. 시즌 전에 충분한 체력 훈련을 소화했고 몸 상태에 맞춰 경기 운영을 한 결과 아픈 데 없이 시즌 내내 최장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정은은 뼈아팠던 순간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아마추어 때부터 출전하면서 우승의 꿈을 키웠던 한국여자오픈 최종일 역전패가 가장 뼈아프다. 또 SK핀크스·서경 레이디스와 S오일 챔피언십 연장전 패배도 아쉽다"고 했다.

'여왕'에 올랐지만 이정은은 "고쳐야 할 것도 많고, 페이드샷을 더 능숙하게 구사하고 싶다. 100m 이내 웨지샷이 좀 부족하다. 퍼트도 작년보다 나아졌다지만 아직도 멀었다"고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미국 진출에 대해서 이정은은 "아직은 생각이 없다. 준비를 더 탄탄하게 하고 싶다"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했다. 올림픽 출전 역시 "LPGA 투어에 가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한 1~2년 사이에 터닝포인트가 생길 거라고 예상한다"고 여운을 남겼다.
이정은은 "내년에는 US여자오픈을 비롯해 해외 대회 출전 기회가 많아질 것 같아 일정을 짤 때 감안하겠다"고 덧붙였다.

2017시즌을 화려하게 마무리한 이정은은 내달 초까지 바쁘다. 이번 주 18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이벤트 대회인 LF 왕중왕전에 출전하고, 이어 24일부터 사흘간 경북 경주에서 진행되는 ING생명 챔피언스트로피에 나선다. LPGA 투어 한국 선수들과 KLPGA 투어의 대결이다. 그리고 12월 일본에서 개막하는 4개국 여자골프 투어 대항전인 ‘더 퀸즈’에 한국 대표로 출격한다.

이정은은 "이벤트 대회 세 차례에 모두 출전한다. 특히 박인비 인비테이셔널과 일본에서 열리는 대항전에서는 팀 우승에 꼭 힘이 되고 싶다"면서 "시즌은 끝났는데 이들 대회를 생각하면 더 긴장된다"고 승부 근성을 숨기지 않았다.

이벤트 대회까지 시즌을 완전히 마치면 그는 "친구들과 함께 싱가포르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내년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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