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한솔
[골프한국 조민욱 기자] 12일 경기도 이천 사우스스프링스 골프클럽(파72)에서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17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작년 챔피언 조윤지(26)를 2타 차로 제친 지한솔(21)이 데뷔 3년만에 첫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최종합계 18언더파 198타.

처음으로 정상의 감격을 누린 지한솔은 챔피언 인터뷰에서 "우승해서 정말 좋고 실감이 안 난다. 어제보다 마음이 편하다"고 운을 떼면서도 감정이 복받쳐 오른 듯 눈가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는 "내게 많이 실망했고 불만이 많았다"면서 "특히 올해는 3년차다 보니까 이런 저런 생각도 많이 들었다. 후배 선수들도 많이 우승하니까 부담이 있었다"고 그 동안의 어려움과 압박감을 털어놨다.

지한솔은 2015년 데뷔할 때 주목 받는 신인이었다. 아마추어 시절 8승을 거뒀고, 1부 투어에 뛰어들기 전 3부 투어(점프투어)에 4번 출전해 두 차례 우승했기에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혔다.
첫해 두산 매치플레이 준우승으로 진가를 입증하는 듯했던 지한솔은 그러나 평범한 성적으로 루키 시즌을 마쳤고, 박지영(신인왕), 김예진, 박결, 박채윤에 밀려 신인상 포인트 5위에 그쳤다.
2년차인 작년에도 초반에 반짝 준우승 두 차례를 기록했지만, 이후에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올해는 앞서 2년보다 성적이 더 떨어지면서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졌다.

신인 때 2억원이 넘는 특급 계약금을 받았던 지한솔은 "많은 돈을 받은 건 맞다. 재계약 단계여서 올해 부담이 많았다"면서 그동안 받은 스트레스를 시사했다.

부진했던 이유로는 샷보다 심리적인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멘탈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며 "퍼트가 사정거리에 와도 홀 안에 넣질 못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시즌이 끝나갈 무렵부터 부담감이 사려졌다"는 지한솔은 "그래서 저번 대회부터 즐기면서 했고, 그랬더니 샷이 살아났다"고 말했다. 부담이 줄어든 이유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다만 "예전엔 잘 안되면 죽어라 연습하는 스타일이었는데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취미활동도 만들고 내가 하고 싶은 것도 하고. 영화도 보고 뜨개질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날 3타 차 단독 선두로 시작했지만, 지한솔은 맹추격을 벌인 조윤지(26), 김지현2(26)와 난타전을 벌여야 했다. 김지현에 공동 선두를 세 번이나 허용한 지한솔은, 그러나 무너지지 않고 뒷심을 발휘했다. 그는 "경기 중반에 (김지현2) 언니에게 뒤집혔고 ‘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첫 버디 이후에 버디가 안 나와서 급해지긴 했는데 끝까지 참으니 버디가 나왔다. 이게 원래 내 모습이다"고 여유를 보이면서 웃었다.

"14번홀에서 1타 뒤지고 있었는데 오히려 그게 더 마음이 편했다"는 지한솔은 15번홀부터 17번홀까지 3연속 버디를 몰아쳐 승부를 갈랐다. 15번홀(파4)에서 7m 버디를 집어넣은 데 이어 16번(파5), 17번홀(파3)에서는 탭인 버디를 잡아냈다.
지한솔은 "15번홀에서 7m 퍼트도 뒤땅을 쳤는데 들어갔다. 16번홀 버디가 승부처였다. 한 타 차로 앞서 나가니까 마음이 좀 놓였다"고 최종 라운드를 복기했다.

평소 아버지 혹은 오빠가 캐디백을 멨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하우스캐디와 우승을 합작한 지한솔은 "오빠와 하면 내가 이런 저런 상황에 걸렸을 때 많이 도움을 받는다. 아버지는 그린 경사를 잘 본다. 또 가족의 입장이다 보니까 가끔 트러블도 있더라"고 털어놓으면서 "이번 대회에선 두 분 다 일이 있어서 어쩌다가 캐디를 구했다. 내년에는 오빠는 가끔 해야 할 것 같고, 전문 캐디도 구하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한솔은 "내 친구 (오)지현이도 이 대회에서 첫 우승했고 그 후에 잘 풀렸다"면서 "나도 이제 첫 우승 소원을 풀었으니 내년에는 메이저대회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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