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투어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이승현
[골프한국 조민욱 기자] 최근 몇 년간 세계 골프계는 '장타자의 시대'를 방불케 한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최장타자로 꼽힌다. 동반자들보다 20~30m 멀리 보내는 장타력을 앞세운 박성현(24)은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세계 각국 주요 프로골프투어 선수들 가운데 이번 시즌 평균 비거리 1위인 재미교포 김찬(27)은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시즌 상금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퍼팅은 돈, 장타는 쇼”라는 공식은 예전만큼 눈길을 끌지 못한다.

그럼에도 퍼팅은 여전히 우승의 강력한 무기다.

5일 경기도 여주 블루헤런 골프클럽(파72)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이저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9타 차로 우승한 이승현(26)은 '퍼팅 달인'으로 통한다. 데뷔 이래 올해까지 퍼팅 순위에서 한번도 4위 밖으로 밀린 적이 없다.
올 시즌 현재 평균 퍼트 부문 2위에 올라 있다. 앞서 2013년에는 1위, 2011년 2위, 2014년 3위를 차지했고, 신인이었던 2010년을 비롯해 2012년, 2015년, 그리고 작년에는 4위를 각각 기록했다.

이승현은 최종 라운드에서 6개의 버디를 잡아냈는데, 장기인 중장거리 퍼트가 고비 때마다 쏙쏙 빨려 들어갔다. 핀에 딱 붙여 잡아낸 버디는 하나도 없었고 모두 5m가 넘는 거리였다.

추격자를 따돌린 4번홀(파5), 6번홀(파4)에서는 5m 버디 퍼트를 집어넣었고, 10번홀(파5)에서는 6m 퍼트를 집어넣어 5타차로 달아났다. 이승현은 "그때 처음 순위표를 봤다. 하지만 후반에 어려운 홀이 많아서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고 돌아봤다.
13번홀(파4) 10m 버디에 이어 14번홀(파4)에서 또 10m 버디 퍼트를 꽂아 넣은 이승현은 2위 그룹을 8타 차로 밀어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5m 버디 퍼트를 집어넣으며 우승을 자축했다.

이승현은 "어릴 때부터 퍼트 연습을 좋아했다. 잘 되니까 좋아하게 되고 좋아하니까 샷 보다는 퍼트 연습에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게 됐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워낙 연습을 많이 하다 보니 그린에 올라서면 라인이 딱 눈에 들어온다"는 그는 "하루에 1시간30분에서 2시간은 꼭 퍼트 연습을 한다. 시합 땐 1시간 정도 한다"고 밝혔다.

이승현이 퍼팅 달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부분에 이런 노력에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승현은 "아버지께서 워낙 퍼팅을 잘하신다. 그런 감각을 물려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장타와 퍼트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다시 태어나도 장타왕보다는 퍼팅 달인이 되고 싶다"며 자부심을 표현하기도 했다.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108위(234.5야드)가 말해주듯 거리가 짧은 편인 이승현은 작년까지 장타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짧은 비거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한 그는 그러나 하반기부터 생각을 바꿨다. 그는 "원래 롱아이언과 페어웨이 우드를 잘 썼다. 롱아이언과 우드로도 충분히 버디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니 짧은 비거리에 애가 탈 일이 없었다"고 했다.

이번 대회 우승 원동력으로 이승현은 "퍼트가 잘 됐는데, 특히 롱퍼트가 잘돼 버디를 얻을 수 있었다. 또 코스 공략에 대한 고민을 평소보다 더 많이 한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아무리 퍼트를 잘해도 샷이 나쁘면 소용없다. 이번 대회에서는 샷도 좋았다"고 덧붙였다.
부드럽고 간결한 스윙을 가진 이승현은 "너무 힘이 안 들어가지 않느냐는 지적도 받지만, 내 스윙을 고쳐보겠다는 생각은 전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승현은 이번 시즌 29번째 대회 만에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전반에는 체력이 달렸다"는 그는 "여름 휴식기와 추석 연휴 때 쉬면서 체력을 보강한 게 보약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회 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독하게 마음 먹었다"고 덧붙였다.
정규대회가 이제 1개 남았고, 이후 각종 이벤트성 대회도 남아있는 가운데 이승현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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