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핀크스·서경 클래식 우승

김혜선2 프로.
[골프한국 하유선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년 차인 김혜선(20)은 지난 8월 보그너·MBN 여자오픈 2라운드 때의 자진 신고를 하면서 ‘정직한’ 선수로 알려졌다.

당시 10번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을 치려다 갑자기 스윙을 멈추고 경기위원을 부른 김혜선은 ‘백스윙하는 순간 풀 위에 살짝 올라 앉아있던 볼이 풀 아래로 내려앉았다’고 설명했다. 옆이나 앞뒤로 움직인 게 아니기에 선수 본인 말고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볼의 움직임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백스윙하는 과정에서 클럽 페이스가 풀을 건드리면서 볼이 내려앉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기위원은 김혜선의 설명대로라면 규칙에 따라 1벌타 부과가 불가피하다고 결론 내렸다. 볼 움직임의 원인이 김혜선의 백스윙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 대회에서 컷 통과에 실패했다.

상금랭킹 56위로 시드 유지가 아슬아슬했던 김혜선은 그로부터 불과 2개월 만에 생애 첫 우승과 함께 2019년까지 시드를 확보하는 겹경사를 누렸다. 29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SK핀크스·서울경제 클래식 마지막 날 16~18번 3개홀 연장전에서 KLPGA '대세' 이정은(21)을 2타 차로 꺾었다.

김혜선은 우승이 확정된 뒤에도 침착한 모습을 유지했다. 2라운드까지 이정은과 공동 선두에 올라 난생처음 챔피언조에서 경기한 그는 "어젯밤에 잠도 잘 잤다. 이모부 댁이 제주도에 있어 거기서 지냈는데, 고기도 실컷 먹었다"고 말했다.

이날 강풍으로 3라운드가 취소되기 전, 초반 2개 홀에서 연속 보기를 적어내 선두 자리를 이정은에게 넘기기도 했던 김혜선은 “3라운드가 취소되고 연장에 들어갈 때 긴장이 별로 안 돼서 나도 놀랐다”며 “그저 연장전을 나가야 하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또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자는 생각으로 쳤더니 우승이 따라온 것 같다. 아직까지 얼떨떨하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연장 첫 홀인 16번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이 러프에 들어갔을 때 김혜선은 "큰 실수가 아니니 다음 샷을 잘 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고, 승부가 갈린 18번홀(파4)에서 이정은의 두 번째 샷이 개울에 빠진 걸 봤을 때 그는 “다음 샷을 준비하느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부터 허석호 코치와 인연을 맺은 김혜선은 “프로님 덕분에 긴장되는 상황에서 내 샷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바람 부는 상황에서 어떻게 쳐야 하는지 등을 많이 가르쳐 주셨는데 이번 대회에서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육상과 수영을 하다가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채를 잡은 김혜선은 “내 나름대로 발전하는 모습이 분명히 있었기 때문에 만족했는데, 우승까지 해서 더 기쁘다”고 올 시즌을 평가했다. 이어 그는 “꾸준하게 치는 선수가 되는 게 목표였다”며 “너무 먼 미래는 생각 안 하려고 하는 편이고, 조그마한 것부터 이루자는 생각이 크다”고 당찬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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