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시즌 4승 달성

이정은6.
[골프한국 조민욱 기자] 한국 여자골프의 ‘살아있는 전설’ 박세리 이름을 걸고 열린 대회에서 2017시즌 4승 고지를 가장 먼저 밟은 이정은(21)은 우승도 우승이지만, 둘째 날 보여준 경이로운 ‘60타(12언더파)’와 사흘째 최종라운드에서의 흔들림 없는 정신력, 견고한 플레이가 '대세'임을 증명했다.

24일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파72)에서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우승 기자회견에서 이정은은 “생각보다 4승이 빨리 온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2라운드에서 12언더파를 기록하면서 KLPGA 18홀 최소타 기록을 깨고, 개인 베스트 스코어도 경신해 더욱 뜻 깊은 대회인 것 같다. 어제 너무 잘 쳐서 부담감도 있었지만, 오늘 잘 마무리한 것 같아서 만족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대회는 개막 전부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박성현(24)과 최나연(30)의 출전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래서인지 KLPGA 투어 상금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정은에 대해 ‘포스트 박성현’이라는 수식어가 유난히 많이 들렸던 대회이기도 하다. 그가 지난해 국내 투어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박성현과 거의 비슷한 행보를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박성현 선수를 크게 이긴 기분이 어떤가’라는 질문에 이정은은 “박성현, 최나연 프로님이 미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였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유명하신 프로들과 함께 경기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답했다.

'포스트 박성현'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이정은은 “그런 말은 전혀 와 닿지 않는다. 박성현 선배는 작년에 7승이라는 기록을 세웠고 저는 아직 따라가려면 멀었다고 생각한다”고 몸을 낮추었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개선할 부분을 묻자, 이정은은 "이번에 최나연 선배와 1, 2라운드를 함께 치면서 벙커샷을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최나연 프로님이 벙커에 많이 들어갔는데, 거의 모든 벙커에서 파세이브를 했던 것 같다. 정말 벙커샷의 정석을 본 것 같아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답했다. “어프로치나 긴 퍼트도 더 보완해야 할 것 같고,  벙커샷을 비롯한 잔기술을 좀 더 익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승도 없었던 이정은이 올해 괄목한 성적을 내는 원동력은 기술적인 부문의 향상과 함께 체력 관리다.

이정은은 “올해 거리도 늘고 쇼트게임도 좋아지면서 플레이에 자신감이 붙었다”면서 “지난겨울 전지훈련부터 비거리 늘어 자신감이 조금씩 생겼고, 시즌 초반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더욱 강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지금 꾸준하게 성적을 내는 것은 체력관리를 잘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월요일에 쉬고 싶지만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꾸준히 하는 등 체력관리에 신경을 썼던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도 했다.

미국 진출은 조금씩 마음이 변하는 중이다. 이정은은 “미국 진출에 대해서 전혀 생각이 없다. 하지만 이번에 미디어데이에서 최나연, 박성현, 장하나 언니와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다들 처음 미국에 가는 게 겁이 났고 걱정이 됐는데 첫해 우승을 했다고 하더라. 겁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말을 듣고 한 10% 정도는 생각이 바뀌지 않았나 싶다”면서 “그래도 아직 겁이 나고 아직 어리니까 더 기회를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올해 초 미국에 진출한 뒤 한동안 '영어 울렁증'으로 마음고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박성현은 "지금도 영어를 못한다. 그래도 혼자 비행기 타고 잘 다니고 음식도 시켜먹는다"면서 "걱정보다는 조금만 용기를 내서 도전한다면 더 멋진 골프 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투어 동료들 사이에 '독종' 소리를 듣는 몇 안 되는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이에 대해 이정은은 “치면서는 모르겠지만 대회가 끝나고 집에 와서 톱10에 매번 이름이 있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며 “늘 좋은 컨디션으로 경기를 치르는 게 아니다. 컨디션이 나쁠 때도 톱10에 자주 들었던 건 정신력이었다”고 말했다.

이정은은 이번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도 강한 집중력을 유지하는 강철 멘탈을 과시했다. 3타 차 선두로 시작한 이정은은 이날 리드를 한 번도 뺏긴 적도 없고, 1타 이내로 쫓긴 적도 없다. 하지만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회 때마다 16, 17, 18번홀은 매번 긴장하고 친다. 아무리 타수 차가 나도 까딱하면 뒤집히기 때문이다. 오늘 15번홀에서 버디를 잡고 3타 차가 됐지만, 긴장을 풀지 않았다”고 했다.

“작년에 신인상에 집착한 탓에 골프에 너무 스트레스 받으면서 친 기억이 있다”는 이정은은 “타이틀에 얽매이면 내 경기를 못 하더라. 올해는 대회 때 우승 한 가지만 목표로 삼는다”고 말했다.

전날 18홀 최소타 신기록을 세운 비결을 묻자 이정은은 “말씀 드리고 싶은데 나도 정말 모르겠다. 끝나고 나서도 ‘어떤 느낌으로 쳤을까’ 고민을 해봤지만 이걸 계속 고민하면 머리가 복잡해지고 욕심이 생길 것 같아서 '오늘은 그냥 되는 날이었구나' 생각하고 말았다. 죽을 때까지 두 번 다시 못 칠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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