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개막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출전

박인비의 KLPGA 투어 출전 일지와 성적. 표=골프한국
[골프한국 조민욱 기자] “솔직히 말씀 드리면, 작년까지는 국내 대회 우승에 대한 큰 목표가 없었어요. 그동안 제가 안일하게 경기한 게 아닌가 싶어서, 이번엔 부담감을 가지고 경기를 하려고 합니다.”

'골프여제' 박인비(29)가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6억원) 개막을 하루 앞둔 10일 제주 오라컨트리클럽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가졌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우승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으면서 바뀐 마음가짐과 목표를 밝혔다.

박인비는 "올해 초부터 많은 분들이 '외국에서 우승도 많이 하고, 원하는 것을 다 해봤으니 국내 대회 우승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씀을 해주셨다"면서 “사실 한국에 오면 온전히 제 플레이 자체를 즐겼고, 팬들과 만나는 것을 즐겼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며 "지금부터 도전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국에 있다 와서 경기하다 보니 컨디션 관리에 소홀했던 것 같은데 올해는 시합 수를 조절하면서 좋은 컨디션으로 대회에 임하려고 한다"고 우승에 대한 열의를 내비쳤다.

박인비는 메이저대회 우승 7회를 포함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18승을 올린 데다 올림픽 금메달까지 갖춘 '골든 커리어 그랜드 슬래머'이자 LPGA 명예의 전당 멤버다.

세계 최고의 선수지만 유독 국내 대회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국내를 거치지 않고 LPGA 투어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박인비는 2008년 8월 하이원컵을 시작으로 지난 5월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까지 17개 국내 대회에 출전했다. 하지만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채 준우승만 6차례 했다. 3개월 전 두산 대회에서도 결승전까지 올랐지만, 김자영(26)에게 패해 KLPGA 투어 첫 우승의 문턱에서 다시 돌아섰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는 부상 치료 중 출전해 컷 탈락했으나 대회 직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거머쥐기도 했던 박인비는 "작년 대회에서 워밍업을 잘해서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기 때문에 좋은 기억이 있는 대회"라며 "스폰서 대회에서 우승하면 무엇보다 좋을 것 같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그의 후원사이기도 한 제주개발공사가 주최한다.

지난 3월 LPGA 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십 이후엔 우승 소식이 없는 박인비는 지난달 US여자오픈에서 컷 탈락해 자존심을 구겼지만, 지난주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는 3라운드에서 8언더파 64타를 몰아치기도 했다.

박인비는 “올해 초반에 사실 부상에서 돌아오면서 공백기도 좀 있었고 걱정도 많았다. ‘다시 우승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점도 생겼었다. 근데 복귀한 지 두 대회 만에 우승해서 사실 저도 놀랬다”고 말한 뒤 “하지만 꾸준하게 치는 게 부족했던 것 같다. US여자오픈 전만 해도 전체적인 게임은 나쁘지 않았으나 US오픈 때는 샷도 안됐다. 그런 부분을 살려나가려고 노력 중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행히 저번 주부터 샷감이 올라오고 있어서 다행"이라며 "열심히 해서 응원해주시는 분들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안 되는 시기가 더 긴 게 골프가 가진 매력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여유를 보이면서 "그동안 잘해왔으니 이런 시련도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이겨내려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LPGA 투어 메이저 최다승 보유자인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메이저 10승 기록에 3승을 남겨둔 박인비는 "메이저 대회가 1년에 5개로 늘어났으니 충분히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잘하기만 하면 한 해 안에도 가능하고 못 하면 은퇴할 때까지 못할 수도 있고, 제 하기에 달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렌스탐은 전설적인 선수이고, 우상으로 생각했던 선수"라면서도 "골프 치는 것 자체가 누구의 기록 뛰어넘는다는 것이 아닌 100% 자기 만족이고, 자기가 세운 목표에 얼마나 닿느냐가 중요하다. 에비앙도 그렇고 내가 당장 이룰 수 있는 목표는 단기적인 목표에 집중하는 게 맞다. 소렌스탐의 기록에 집중하면 조급해질 것 같다. 그런 부분은 뒤로 빼두겠다. 제 위치에서 제가 할 것에 집중하면 저절로 따라오는 부분이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오는 9월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을 앞두고 있는 박인비는 "에비앙도 국내 우승과 비슷하게 숙제라고 생각한다"며 "코스 자체가 나랑 잘 맞는 것은 아니어서 우승했던 해 빼고는 그린에서 고전했는데 이를 잘 해결해서 우승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이 대회가 메이저로 승격되기 직전인 2012년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나머지 4개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지만, 메이저 승격 후 에비앙 우승컵이 없다는 점을 꼬투리 잡아 미국 일부 언론에서는 그의 커리어 그랜드 슬램이 맞느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면서 "'핫'한 선수는 퍼터가 ‘핫’해야 하는데 난 올해 샷과 퍼터가 들쭉날쭉했다"며 "기복을 줄여나가면서 기량을 향상해야 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번 대회에서 KLPGA의 '대세'인 김지현, 이정은과 1·2라운드 동반 플레이하는 박인비는 "젊은 선수들에게 배울 부분이 있으면 배우고, 가르쳐줄 것은 가르쳐주고 서로 자극을 주면서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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