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확정한 김인경이 두 팔을 들어 우승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이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조민욱 기자] 김인경(29)은 지난 5년간 이 순간을 꿈꿔왔다.

사진은 18번홀 그린에서 우승을 확정한 김인경이 두 팔을 들어 우승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이다.

7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파이프의 킹스반스 골프 링크스(파72·6,697야드)에서 열린 2017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인 ‘리코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에서 54홀 6타 차 선두 주자로 나선 김인경. 그는 마지막 날 4라운드 첫 8개 홀에서 버디 2개를 뽑아내는 등 1타를 더 줄여 최종 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정상에 올랐다.

그 동안 김인경을 끈질기게 쫓아다녔던 ‘불운’ ‘악몽’ ‘징크스’ ‘트라우마’ ‘실패’ ‘역전패’ 등의 부정적인 수식어를 한 방에 날리는 시원한 설욕전이었다.

이번 대회 나흘 내내 선두권에서 선전한 김인경은 "골프 코스에서 많은 것을 경험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그게 정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인경이 언급한 그 경험에는 지난 2012년 첫 메이저 타이틀을 획득할 뻔했던 ANA 인스퍼레이션(당시 대회명은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우승을 앞두고 놓친 1피트(약 30cm) 퍼팅도 포함된다.

그는 우승 직후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그때 짧은 퍼트를 놓친 덕에 이제는 짧은 퍼트는 거의 놓치지 않게 됐다"고 말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해외 매체들은 “김인경이 5년 전 '악몽'을 이겨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그 ‘18번홀 30㎝ 퍼팅 실패’ 이후로 김인경은 정신적인 게임에 몰두하고 명상을 하며 자신에게 더 친절하게 대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지난 몇 년 동안 각종 매체에서는 김인경에게 그 퍼트에 대해 수 차례 물어봤고, 김인경은 그 질문들을 통해 좌절감을 느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런 부정적인 생각과 압박감 때문인지,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사건 이후 김인경은 한동안 우승과 인연이 닿지 않았다.
이듬해 기아 클래식에서도 연장 끝에 준우승에 머물렀고, 메이저 대회 US여자오픈에서는 다시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이어 2014년 포틀랜드 클래식에서도 2위에 그쳤다. 그러면서 2014년과 2015년에는 우승은커녕 ‘톱10’에 두 번밖에 들지 못하는 극도의 부진을 겪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김인경은 자신에게 스스로가 실망한 것임을 깨닫게 됐다. 골프를 다시 즐기기 위해서는 본인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느끼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날 '30㎝ 악몽' 이후 27번째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트라우마 극복의 마침표를 찍었다.

“2012년 실수한 이후 실망감이 컸다”고 밝힌 김인경은 "모두가 실수를 하지만, 나는 정말로 나 자신을 많이 자책했고, 그것은 건강하지 못한 생각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그는 "아주 힘든 시간이었지만, 나는 골프코스 안팎에서 많은 노력을 했다. 나 자신에게 친절해지고, 너그러워지려고 노력했다”면서 “나는 그런 변화가 내가 코스에서 더 잘 플레이 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인경은 실수를 비롯한 자신의 경험을 통해 선수로서 더 노련해졌다. 스코틀랜드의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가 내릴 때 허둥지둥할 게 아니라 냉정하고 침착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일찌감치 메이저 챔피언을 위해 준비해온 김인경은 브리티시 여자오픈 나흘 동안 자신의 첫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해 흔들림이 없었다.

LPGA 투어 개인 통산 7번째 우승을 그토록 원하던 메이저 대회에서 거둬 기쁨이 더한 김인경은 "아무래도 선물 받은 기분"이라며 "응원해주신 분들이 많아서 부담이 컸는데, 그런 걸 좀 이겨내니까 우승하게 되고, 또 우승을 몇 번 하니까 메이저대회 우승도 하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저작권자 © 골프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