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렌터카 여자오픈 우승… "고생한 아버지는 이제 놓아드려야죠"

이정은이 KLPGA 투어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KLPGA
[골프한국 하유선 기자] 9일 제주도 서귀포의 롯데스카이힐 골프장 스카이·오션 코스(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국내 개막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은 지난해 신인왕에 올랐던 이정은(21)의 생애 첫 우승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지난해 루키 시즌을 보내고 2년차에 처음 챔피언조에 들어간 이정은은 “아마추어 첫 우승 때도 1라운드부터 선두를 지킨 끝에 따냈던 기억을 떠올린 게 심리적으로 도움이 됐다”면서 “같이 플레이 했던 선수들이 압박감이 느껴질 정도로 따라오지는 않아서 편하게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샷도 샷이지만 그린에서 결정적인 버디 퍼트가 여러 번 떨어져 경기가 잘 풀렸다”고 덧붙였다.

이정은이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린 순간, 지난해 딸의 경기 모습을 늘 옆에서 지켜보던 아버지 이정호(53) 씨는 보이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그렇지만, 이정은에게 아버지는 더없이 고마운 존재다. 하반신이 불편한 이 씨는 휠체어를 탄 채 딸의 경기를 관전했다. 한때는 딸이 창피하게 여길까 봐 주차장에 세워둔 승합차 안에서 경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린 적도 있지만, 이정은이 프로 선수가 된 뒤에는 대부분 대회에서 코스를 함께 돌았다.

이정은은 “아버지가 탁구선수인데 지금 대회에 나갔다”면서 “서로 경기 중에는 통화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전북 남원에서 열린 장애인 탁구대회와 일정이 겹쳤기 때문에 아버지가 오지 못한 것이다.
이어 이정은은 “작년에는 아버지가 나를 보살펴 주시고 계속 같이 다녔는데, 이번에 좋은 캐디를 만나서 캐디와 같이 다니려고 한다”고 설명한 뒤 “아버지도 그만뒀던 탁구선수 생활을 올해 다시 시작하게 되셔서 좋게 생각한다. 아버지도 아버지의 길이 있으니까 ….”라고 말했지만, 고마움과 함께 즐거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서운함을 감추진 못했다.
수준급 장애인 탁구선수인 이 씨는 이정은이 신인이던 지난해에는 딸 뒷바라지로 탁구 채를 거의 잡지 못했지만, 딸이 신인왕에 오르고 이제 자리를 잡았다고 판단한 이 씨는 탁구를 다시 시작한 것이다.

이정은은 이번 우승으로 상금 1억2,000만원 외에도 후원사인 토니모리가 제공한 벤츠 승용차와 보너스를 받는다. "경기 도중 우승이 가까워지자 자꾸 벤츠 승용차가 떠올라서 혼났다"고 털어놓기도 한 이정은 "작년에는 집을 장만했고, 올해 자동차도 새로 생겼으니 부모님께 해드리고 싶었던 걸 너무 빨리 이뤘다"고 기뻐했다.

"레슨 프로가 되면 밥벌이는 하지 않을까"라는 소박한 생각으로 골프를 시작한 이정은은 광주 유니버시아드 출전을 위해 프로 전향을 1년 늦추기도 했지만, 지난해 신인상을 차지한 데 이어 첫 우승까지 차근차근 목표를 성취해 나가고 있다.
이번 시즌을 위해 지난겨울 태국에서 지낸 50일 동안 동계훈련에 매진한 그는 “쇼트아이언 100미터 이내 웨지샷을 정말 중점적으로 연습했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항상 숙제는 쇼트게임이다”고 밝히면서 “올해는 나만의 구질을 만들겠다”고 목표를 전했다.

2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이정은은 한 차례도 위기가 없었고, 오히려 홀을 거듭할수록 2위와 격차가 벌어졌다. 4번홀(파4)과 7번홀(파4)에서 1타씩을 줄여 4타 차로 달아났고, 9번홀(파5)에서는 세 번째 샷을 핀 우측 1m에 붙여 버디를 잡아내면서 2위와 5타가 됐다. 11번홀(파4)에서 1타를 더 줄인 이정은은 6타 차 선두로 올라서며 우승 굳히기에 들어갔다.
13번홀(파4)에서 이날 유일한 보기를 적어냈지만, 18번홀(파5) 버디로 만회했다. 결국 사흘 연속 6언더파 66타씩을 적어내 최종합계 18언더파 198타.
/골프한국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저작권자 © 골프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